尹-韓 충돌…실전인가 약속대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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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韓 충돌…실전인가 약속대련인가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4.01.23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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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자기 정치에 실망한 尹? 아바타 이미지 벗기 위한 기획?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갈등설 점화 이틀 만인 23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특화시장에서 만나 함께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갈등설 점화 이틀 만인 23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특화시장에서 만나 함께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면충돌한 모양새입니다. 한 위원장은 22일 국회에서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제가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 위원장을 만나 사퇴 요구를 전달했다는 전날 보도가 사실임을 확인한 겁니다.

이러자 정치권에서는 현 상황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실제로 갈등 국면에 접어든 것이라는 해석에서부터, 정체돼 있는 국민의힘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해 ‘약속 대련’을 한 것이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어느 한 쪽이 ‘다수설’이라고 하기 어려울 만큼 의견이 분분합니다.

 

한동훈 ‘자기 정치’에 실망한 윤 대통령?


우선 갈등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쪽은 실제로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의 행보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당초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세우는 데 동의한 건 당에 대한 대통령실의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윤 대통령의 뜻을 잘 헤아리면서도 신선한 이미지를 통해 총선 승리를 이끌 수 있는 카드가 한 위원장이었다는 거죠.

하지만 한 위원장은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공식 발언에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며 ‘거리두기’를 해왔고, 이른바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해서도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며 미묘한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윤석열 정부 대변자라기보다 차기 대권주자처럼 움직여온 게 사실이죠.

‘한동훈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한 위원장 취임 직전인 12월 14~15일 실시해 1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36.7%였습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1월 15~19일 같은 기관이 수행해 22일 공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6.6%에 그쳤습니다. 한 위원장이 ‘광폭 행보’를 했음에도 지지율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던 겁니다.

이처럼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자기 정치’에만 몰두하는 한 위원장의 모습에 윤 대통령이 실망감을 느꼈고, 이것이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대한 입장차를 계기로 폭발했다는 게 ‘실전론자’들의 시각입니다. 이번 충돌은 일종의 ‘권력 투쟁’ 성격도 있는 만큼, 봉합이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죠.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역대 보수 정권이 굉장히 전략적인 국민 속임수를 많이 썼기 때문에 어떤 음모가 아닐까 했는데 지금 보면 권력투쟁이 확실한 것 같다. 약속대련이 아닌 실전”이라며 “내가 할 일을 하겠다고 저항하겠지만 종국적으론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결국 한 위원장이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지지율 반등 위해 ‘공동 기획’한 갈등?


반면 한쪽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주연의 ‘약속 대련’이라는 얘기도 들립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동훈 카드’를 꺼내들었음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여전히 정체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한 위원장의 문제라기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여당인 국민의힘에 전가됐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에너지경제> 의뢰로 <리얼미터>가 1월 15~19일 실시해 22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윤 대통령 지지율은 36.8%, 국민의힘 지지율은 36.6%였습니다. 사실상 윤 대통령 지지율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같이 가고 있는 겁니다. 한 위원장이 ‘윤석열 아바타’ 프레임을 벗지 못하는 한, 백약이 무효하다는 진단입니다.

이에 한 위원장이 ‘윤석열 아바타’ 프레임을 떨쳐낼 수 있도록 돕고, 극적인 갈등 봉합에 따른 지지율 반등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갈등 국면을 조성했다는 게 ‘기획설’의 골자입니다. 애초에 사과 요구도 아닌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다는 이유만으로 대통령실이 ‘지지 철회’ 메시지를 냈다는 것부터가 부자연스럽다는 설명도 덧붙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애초에 기획으로 본다”면서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속된 말로 혼내거나 싫은 소리 할 일이 있으면 전화하거나 텔레그램을 하면 되는데 굳이 이관섭 비서실장을 보내 ‘너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할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 쪽에 힘이 쏠리는 모양새로 끝을 내려고 할 것”이라고 봤죠.

실제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23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특화시장에서 만나 함께 현장을 점검했습니다. 언론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충돌이 이틀 만에 ‘봉합’ 수순을 밟게 됐다는 얘기가 쏟아져 나왔죠. 일요일 저녁부터 화요일 오전까지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던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요.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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