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투자손익 적자적환…보험부문실적은 개선세
노사간 갈등 첨예…거세진 퇴진요구속 경영 3년차 맞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동양생명을 이끌고 있는 저우궈단 대표이사가 내년 2월이면 임기 3년차에 접어든다. 지난 2년간 저우궈단 대표 체제 아래에서동양생명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임원급 인사가 대거 물갈이 되며 조직개편이 이뤄졌지만 그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내외적 변수에 따라 실적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아울러 CEO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노사간 갈등이 불거지는 등 저우궈단 대표 취임후 동양생명은 안팎으로 시끄러운 모양새다. <시사오늘>은 저우궈단 대표 임기 3년차를 앞두고 그간 경영성과를 살펴봤다.
저우궈단 대표 취임 후 임원 무더기 교체
저우궈단 대표 취임후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난 부문은 임원 구성이다. 임원수는 크게 변동이 없었지만 전무와 상무급 인사를 줄이고 이사대우를 늘리는 변화가 생겼다.
실제로 동양생명은 저우궈단 대표 취임후 이사대우 자리를 대폭 늘렸다. 이를 통해 젊은피가 대거 수혈되면서 저우궈단 대표의 내부 입지도 단단해졌다. 최근 노조를 중심으로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졌지만 저우궈단 대표 체제가 굳건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저우궈단 대표 취임 직후인 지난해 3월말 기준 이사대우 임원은 2명에 불과했지만 올 9월말 기준 10명으로 5배 늘었다. 반면 전체 임원수는 큰 변화가 없었는데 전무나 상무, 상무보 자리가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3월말 기준 임원은 18명으로 이 가운데 이사대우는 2명이었다. 등기이사(7명)를 제외하면 부사장 2명, 전무 1명, 상무 2명, 상무보 4명이다. 이어 같은해 6월말 기준 임원은 20명으로 늘었다. 이사대우와 상무가 각각 1명씩 증가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인 9월말 기준 임원은 23명으로 이사대우가 10명에 달한다. 이는 법무팀장, 경영전략팀장, 재무기획팀장, 커뮤니케이션팀장, HR팀장, 소비자보호팀장 등이 임원급(이사대우)에 포함된 영향이다. 동양생명은 이를 통해 70~80년대생 젊은 피를 대거 임원급으로 수혈했다.
반면 부사장과 상무 등은 각각 1명씩 줄어들었다. 상무급이던 CRO 사임후 이사대우급으로 충원하는 등 줄어든 임원 자리를 이사대우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또한 감사담당 임원이던 금융당국 출신 인사가 임기 시작 반년도 안돼 사의를 표명했으며 역시 금융당국 출신인 부사장(CCO)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이사대우급 인사가 CCO 자리에 앉으면서 2부사장 체제가 단독 부사장 체제로 변경됐다.
다만 금융당국 출신들이 잇따라 임원급에서 이탈하면서 무성한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대관(對官) 역량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어진 실적 개선세…지속가능성장 기반 마련
저우궈단 대표 취임 직후 동양생명은 한때 양호한 실적 개선을 이뤘다. 취임 당시인 지난해 초는 코로나19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비우호적 영업환경이 계속되던 때였다.
지난해 1분기 동양생명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은 648억원에 불과했으나 1년여 뒤인 올 1분기 149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175억원으로 전년대비 39.5% 증가했다. 다만 3분기 당기순이익은 17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0.6%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투자손익이 적자전환한 영향이 컸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투자손익이 456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보험금융손익을 제외한 투자서비스손익이 전분기 대비 45.9% 감소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FVPL 적자가 주효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투자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지만 본업인 보험부문이 양호한 실적을 나타냈다는건 장기적인 시점에서 긍정적 요소로 평가된다.
특히 보장성 신계약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신계약마진(CSM) 성적을 보면 올 3분기 CSM 잔액은 2조57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신계약 CSM은 2021억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자산건전성 지표인 K-ICS(킥스)비율도 올 3분기 183.0%로 전분기 대비 20.5%포인트 늘어나며 큰 폭의 개선세를 보였다.
실적과 관련해 동양생명 관계자는 “올초부터 보장성 보험 확대를 통한 회사 펀더멘털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고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전년동기대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보장성 보험 신계약 확대 및 효율관리 등 장기주의를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부각된 CEO리스크…“대표 퇴진” 압박하는 노조
최근 동양생명 노조를 중심으로 저우궈단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발 CEO 리스크가 불거지면서다.
금융감독원 생명보험검사국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테니스장 시설 계약 및 운영과정에서 사업비를 불합리하게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동양생명 테니스장 운영권 인수 과정에 불거진 의혹과 관련해 소명부족 등으로 금융감독당국이 지난 9월4일부터 같은달 15일까지 진행한 현장검사를 통해 확인됐다.
금감원 조사결과(잠정)를 보면 동양생명은 A사를 통해 B테니스장 선정 입찰에 참여하도록 하고 실질적인 운영권자 역할을 행사했다. 당시 테니스장 운영자 선정 입찰공고에는 낙찰자는 제3자에게 운영권 일부 또는 전부의 전대(轉貸)를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었지만 이를 어겼다.
실제 사용용도와 계약서상 표현을 비교하면 사용료는 기본광고비로, 시설개선공사비는 추가 광고비로, 위탁운영비는 광고프로모션비로 각각 계약서상에 표시됐다. 해당 계약을 통해 동양생명은 26억6000만원(3년)을 A사에 지급했다. 이는 직전 운영권 낙찰가(3억7000만원, 1년)와 연(年) 단위로 단가를 비교하면 약 2.4배 높은 금액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A사가 최초 제안한 금액(3년간 21억원)보다 높은 액수였지만 동양생명은 이를 합리적 검토없이 전액 집행했다.
이 같은 금감원 조사결과는 노조측의 저우궈단 대표 퇴진 요구로 번졌다. 지난 4월 저우궈단 대표의 불통, 독선경영을 주장하며 불거진 퇴진 시위는 시작 한달여만에 극적 합의를 통해 중단됐으나 이번 테니스장 사태로 다시 재점화됐다.
최선미 동양생명 노조지부장은 지난 11월13일 저우궈단 대표 사퇴 촉구 기자회견에서 “저우궈단 사장은 임금교섭시 노조와의 대화와 타협의 방식을 깨고 일방적인 통보와 권위주의적인 상명하달식 행동을 보여왔다”며 “테니스장 사업 등에 대한 의혹 등 동양생명 조합원들은 대표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 사퇴요구 투표결과 91%의 찬성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해당사업은)스포츠라는 헬스 케어 서비스를 통해 신규 고객 확보 및 마케팅 그리고 사회공헌 효과를 목표로 했고, 이는 그간의 실적 성장을 통해 입증됐다”면서도 “다만 금감원의 검사기간 중 해당 건에 대해 성실히 설명했음에도 이러한 검사결과가 발표되고 결과적으로 고객 여러분과 주주 그리고 임직원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는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내부 심사 등을 거쳐 법규에 따라 필요시 수사기관 등에 통보할 예정이다.
동양생명 역시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향후 진행되는 절차와 관련해 최선을 다해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입장을 충실히 소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부진한 주가 흐름…언제까지 잠재매물 취급?
이처럼 동양생명 안팎이 시끄러운 가운데 저우궈단 대표 취임후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저우궈단 대표 취임 전날(2022년 2월15일) 기준 종가는 6130원이었으나 11월30일 종가는 4455원으로 1675원(27.3%) 하락했다.
물론 저우궈단 대표 등 경영진이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등한시했다고 보긴 어렵다. 실제로 저우궈단 대표는 지난 8월 자사주 2만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당시 주당 매입가는 3979원이었다. 이후 주가는 5000원선까지 상승했으나 금감원 테니스장 의혹 관련 현장검사 결과가 나온 이후 43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 노력 등이 CEO 리스크로 퇴색된 모양새다.
평소 준법 경영을 강조해온 저우궈단 대표였던만큼 테니스장 의혹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저우궈단 대표는 지난해 10월 발간한 ESG보고서를 통해 “동양생명은 이윤과 주주 및 고객 가치 극대화는 물론 책임 있는 기업시민으로서 앞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며 “또한 친환경 경영 및 지역사회와의 동반성장, 준법경영에 앞장서며 ‘고객과 사회를 위한 지속가능금융’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3분기 실적이 투자손익 부문에서 비록 손실을 기록했지만 보험부문 성장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증권가 일각에서 나와 주가가 소폭 반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아해 연구원은 “CSM 성장률 및 K-ICS비율 개선폭 기반 저평가 매력도가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동양생명은 현재 보험업계에서 잠재매물 취급을 받고 있다. 언제든 주인이 바뀔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동양생명 매각설이 최초로 불거진 2018년 5월부터 현재까지 최대주주의 해외자산에 대한 분석 및 평가가 진행중인 상황이다. 동양생명은 지난 11월23일에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매각추진설과 관련해 미확정 답변 공시를 냈다.
동양생명은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에 확인한 결과 최대주주의 해외자산에 대한 분석 및 평가를 진행중이나 당사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 “이와 관련해 추후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6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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