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이호전 전 태광그룹 회장이 3개월도 채 안돼 횡령·배임 혐의로 다시 수사선상에 오르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경제활성화 이바지로 보답하겠다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4일 이호진 전 회장의 자택과 광화문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2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이 전 회장과 그간 회사 경영을 책임져왔던 고위 임원간의 불화가 경찰 제보 및 수사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다만 내부 다툼을 차치하더라도, 이 전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수사가 본격화됐음은 태광그룹에 큰 부담을 안긴다. 당장 올해부터가 투자 원년이 돼야 하는 셈인데, 이 전 회장의 경찰 수사는 자칫 그룹 투자 계획 추진력을 약화시키는 중차대한 문제로 부각될 수 있어서다.
그룹은 지난해 연말 총 1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기존 사업 역량 제고와 신사업 강화 등을 약속한 바 있다. 향후 10년간, 매년 1조 원에 달하는 투자로 회사의 석유화학과 섬유부문의 미래 성장을 도모하는 게 골자다.
당장 이호진 전 회장이 경영에 나서고 있진 않지만 사실상 회사 오너로써 중대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장기 투자에 있어서도 원동력이자 구심점이 될 수 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태광그룹의 입장도 다소 난처해진 상황이다. 회사는 황제보석 논란을 샀던 이호진 전 회장이 지난 광복절 특사 명단에 오르자마자,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국가 발전에 힘을 보태고, 경제 활성화 이바지로 기대에 보답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낸 바 있다.
때문에 올해 투자 계획부터 차질이 생길 경우, 정부를 상대로 특사 면죄부 흥정을 벌였다는 비판 한 가운데 다시 설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다만 그룹 측은 이 전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과 무관한 만큼, 수사에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전 경영진의 비위 행위가 이 전 회장에 대한 의혹으로 둔갑됐을 경우까지 내다보고 있다.
태광그룹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사실은 이 전 회장의 공백 기간 동안 그룹 경영을 맡았던 전 경영진이 저지른 비위 행위였다는 게 감사 결과로 확인됐다"며 "경찰 수사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제공하는 등 적극 협조할 방침으로, 더욱 철저한 내부 감사 진행과 전임 경영진의 비위 행위에 대한 즉가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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