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입지 기반 식품·주류 시너지 창출 과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가 최근 진행된 2024년도 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 신세계그룹 인사는 ‘물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변화의 폭이 컸다. 실제 계열사 대표의 40% 가량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같은 인사 폭풍 속에서도 송 대표는 오히려 식품·주류 계열사를 모두 이끌게 되면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신세계푸드 이끈 3년간 B2C 강화로 체질 개선
신세계그룹은 지난 20일 단행한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송 대표에게 식품 계열사인 신세계푸드와 주류 계열사인 신세계L&B 대표를 겸직하게 했다. 이는 사실상 그동안 신세계푸드를 이끌어온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라고 봐도 무방하다.
2020년 신세계푸드 대표에 선임된 송 대표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분야로 사업의 무게추를 옮겼다. 그동안 단체급식 등 B2B(기업 간 거래) 분야 위주로 운영되던 신세계푸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였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단체급식 수요가 감소하고 외식사업 업황이 악화하면서 B2C 시장 개척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당시 송 대표는 신세계푸드 대표이사 취임사에서 ‘변화’를 강조하며 “신세계푸드는 기존 패러다임에 갇혀 답보하느냐,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며 기회를 만들어 갈 것이냐의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며 “새로운 경험과 차별화된 식음료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푸드 콘텐츠와 테크놀로지 크리에이터로 도약해야 한다”고 했다.
송 대표가 투자해온 B2C 분야 대표 사업은 ‘노브랜드 버거’다. 노브랜드 버거는 2019년 8월 홍대에 1호 매장을 낸 이후 공격적으로 출점을 이어왔다. 1호점을 낸 지 3년 6개월 만인 올해 1월엔 200호점을 돌파했다. 이 밖에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올반’과 베이커리 제품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B2C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체질 개선을 통해 실적도 안정적으로 유지 중이다. 신세계푸드 매출액은 지난 2020년 1조2403억 원에서 2021년 1조3329억 원, 2022년 1조4113억 원으로 늘었다. HMR을 비롯해 외식, 급식, 베이커리 등 전 사업부문이 고르게 성장했다.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매출액은 353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약 85억 원으로 1.9%, 순이익은 72억 원으로 23.5% 각각 늘었다. 최근 식품업계 전반이 원·부자재와 인건비 등 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품 설명도 직접…‘마케팅 전문가’ 면모
송 대표는 식음료 ‘마케팅통’으로 통한다. MZ세대를 잡을 수 있는 마케팅과 홍보에 누구보다 진심이다. 실제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 ‘제이릴라’를 활용한 IP(지적재산권) 사업을 정관에 추가하며 다양한 콘텐츠 사업 확장을 예고하기도 했다. 제이릴라는 공식활동 1년 만에 팔로워 약 5만 명을 보유하는 인플루언서가 됐다. 신세계푸드는 향후 스포츠, 음악, 패션 등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캐릭터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송 대표는 신제품 출시와 브랜드 론칭 행사에도 직접 나선다. 과거 노브랜드 버거에서 자체 콜라·사이다 제품을 내놨을 때 ‘콜라맨’ 의상을 입고 소비자에게 제품을 나눠준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대안육 브랜드 ‘베러미트’ 론칭 당시에도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신제품 촬영 모델로 나섰고, 사업 방향도 직접 설명했다.
송 대표의 프로필을 봐도 마케팅 관련 업무가 주를 이루고 있다. 1968년생인 송 대표는 1992년 미주리 주립대 신문학부를 졸업하고, 1994년 노스웨스턴대 마케팅 석사를 졸업했다. 1995년 CJ엔터테인먼트 미주법인 매니저를 시작으로, 1999년 1월 AOL-타임워너 워너뮤직 마케팅부장과 2002년 맥도날드 마케팅 팀장을 맡았다. 2004년 7월 얌 브랜드 피자헛 미국 본사 브랜드 총괄 임원, 2010년 오비맥주 마케팅 총괄 부사장을 거친 뒤 2018년 12월 신세계푸드 마케팅담당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20년 10월 신세계푸드 대표이사에 올랐다.
대안육과 주류 사업 안착 과제…‘시너지 창출’ 기대
남은 과제는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사업들의 시장 연착륙이다. 신세계푸드는 최근 ‘대안육’으로 대표되는 식물성 식품 분야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론칭한 베러미트를 필두로, 향후 가공식품을 만들 때도 기존 동물성 가공육 생산 방식 대신 식물성 대안육으로 점진적으로 변화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시장 확장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식물성 식품 시장은 형성 초기 단계로, 낯설어하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다. 일부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식품 기업들이 공략에 나서고는 있지만, 기존 동물성 원료를 기반으로 길들여진 입맛을 바꾸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신세계푸드는 급식, 외식 등 각 사업에서 식물성 식품을 활용하는 동시에 외식 플래그십 스토어 ‘유아왓유잇’을 열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송 대표는 신세계L&B의 ‘종합주류기업 도약’이라는 비전도 구체화해야 한다. 지난 2008년 설립된 신세계L&B는 ‘와인앤모어’를 중심으로 그룹의 유통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최근 와인 수입·유통을 넘어 다양한 주종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려 하고 있지만, 주류 시장에서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 하면서 송 대표를 구원투수로 투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신세계는 제주소주를 인수한 뒤 ‘푸른밤’ 소주를 통해 시장에 진출했지만 사업을 접었다. 지난해에는 발포주 ‘레츠’를 내놓으면서 맥주 시장을 두드렸지만 이 또한 흥행에 실패했다.
신세계푸드 사상 첫 외부 출신 대표로서 끊임없이 신사업을 시도했던 만큼, 송 대표 체제에서 신세계 식품·주류 패러다임은 또 한 번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식품과 주류 기업을 모두 경험해 본 송 대표이기에 두 회사를 이끌 적임자로 낙점됐을 것이란 점에서 식품 계열사인 신세계푸드와 주류 계열사인 신세계L&B가 어떤 식으로 시너지를 낼지 주목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측은 “신세계푸드 송현석 대표가 신세계L&B 대표를 겸직해 시너지를 확대하게 된다”면서 “통합대표체제 운영을 통해 조직역량을 결집하고 시너지와 성과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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