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재평가처럼 YS 재조명돼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부산/윤진석 기자]
윤석열 정부 아래에서의 故김영삼(YS)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이 내년부터 부산에서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요즘 부산하면, 엑스포(세계박람회) 유치에 힘쓰는 지역으로 전국적 관심을 받고 있지만, 역사적으로는 민주주의 성지이자 YS 대통령을 배출한 정치적 무대로 유서 깊은 곳이다.
YS는 경남 거제를 통해 첫 원내 입성했지만, 이후 9선에 이르기까지 전국구 의원이 됐을 때를 제외하면 모두 부산에서 내리 당선되며 거목으로 성장했다. 14대 대통령이 되기까지 정치적 고향이자 민주화운동의 거점이자 버팀목이 돼줬던 곳이다. 1979년 유신에 저항하다 의원직에서 제명된 것이 시발점이 돼 대규모 부마항쟁이 일어났던 것 모두 YS와 부산시민의 남다른 유대감을 짐작게 한다.
YS는 부산의 자산
부산의 자산인 YS.
“80년대 끝없이 추락하던 부산·울산·경남 경제가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고 부산을 제2의 수도권으로 발전한 것은 김영삼 대통령 재임 시기였다.”
그를 기리는 기념관 건립을 앞두고 모처럼 부산·울산·경남 지역발전의 YS 업적을 기리는 자리가 지난 5일 부산시청 2층 대회의실에서 마련됐다. 사단법인 김영삼민주센터가 주관하고, 민주화추진협의회가 주관을, 부산시청과 민주동지회와 부산민주동지회에서 후원한 문민정부 출범 30주년 기념 세미나 일환의 다섯 번째 행사에서였다. YS 사람들이 주축이 돼 민주화 업적 평가에 이어 지역발전을 중심으로 또 한 번 재조명 작업의 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부산 저잣거리에서 소주를 마시다 보면, YS가 지역을 위해 한 일이 뭐 있노? 하는 말들이 들려올 때마다 허파가 뒤집히는 쓰라림을 겪었다.”
본 행사의 진행을 맡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민추협 회장)는 “그래서 이번 부산에서 직접 세미나를 기획하게 됐다”고 전했다. YS 사람인 그 또한, 부산의 대표적인 거물 정치인이다. 부산 정치의 터줏대감으로서 남구·중구·영도 등을 중심으로 6선을 하는 동안 통 큰 정치를 보여와 ‘무성대장’으로 불렸다. 내년 총선과 YS 기념관 건립 등을 기점으로 역할론이 주목되는 중이다.
부산·울산·경남 업적 조명
이날 ‘김영삼 대통령과 부산·울산·경남’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알려진 YS 업적은 또 남달랐다. 문정수 전 부산광역시장, 김봉조 민주동지회장, 홍인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 안경률 전 의원, 이채익 국회의원이 관련해 대담에 나선 가운데 이를 토대로 만든 주최측 소개자료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부산 신항만 건설사업 – 1997년 김영삼 대통령은 포화상태에 이른 부산항의 새로운 돌파구로 신항만 건설을 지시하며 개발된 부산신항은 동북아물류중심한으로 국제적 위상을 크게 바꿔놓을뿐만 아니라 동부산권의 부산정보단지개발사업과 함께 21세기 세계첨단 해양도시로 발전하게 됐다. △삼성자동차 부산유치 – 30년간 계속된 부산 경제침체 속에 1994년 삼성자동차 부산유치는 부산경제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고, “자율과 경쟁”이라는 표방하에 세계화를 제시한 YS의 결단이다. △거가대교 건설 – 2조 6000억 원의 천문학적 사업비가 투자된 부산과 거제를 잇는 8.2km 거가대교 건설로 남해안 관광벨트 등 부산경남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폭제가 됐다. △광안대교 건설 – 1994년 시작한 광안대교 건설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결과 광안대교는 단순한 상징의 의미를 넘어서 지역 주민들의 자긍심을 심어줄 뿐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 유치와 지역 브랜드 제고, 경제 연쇄반응 등을 일으켜 상권 활성화와 투자 유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영비행장 이전(센터시티 조성) - 1976년 부산국제공항이 김해공항으로 이전돼 수영비행장은 국방부에서 군용비행장으로 관리이용돼 왔으나 1996년 이후 군용항공기지에서 제외되면서 YS 결단으로 1995년 8월, 수영비행장과 비행장내 군부대를 인근 공군기지 등으로 이전, 옛 수영비행장 자리를 센텀시티로 개발됐다. △울산광역시 출범 – YS 대통령 재임 시기였던 1995년 울산시와 울주군이 통합되고, 1996년 12월 31일 ‘울산광역시설치에 관한 법률’이 공포돼 1997년 7월 15일 울산광역시로 출범했다. 울산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의 대기업과 한국석유공사 등 공기업이 있으며, 자동차·조선 및 석유화학 공업의 중심도시로 발전했다. △해양수산부 출범 – 바다와 수산업을 사랑한 YS대통령의 해양수산부 출범으로 지역 해양수산업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
이밖에도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유치와 부산국제영화제, 부산지하철 아시아드선 등이 YS가 공들인 지역사업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무성 전 대표는 삼성차 유치 관련해 “대구에서도 YS 행사를 축하해주기 위해 온 분들이 있는데 부산과 대구에서 삼성차 유치 경쟁을 벌였을 당시 YS 노력으로 공장부지가 부산으로 결정된 바 있다”며 “지난 얘기지만 이해해달라”고 말해 훈훈함을 안겼다. 1994년 삼성차 유치는 오늘날 부산 경제발전의 토대가 돼줬다.
김봉조 민주동지회 회장은 거가대교 또한 “부산을 세계적인 항구로 만들려고 한 YS 꿈이 반영된 업적”이라며 “지역발전을 위해 길을 터주고자 강하게 몰아붙였던 의지로 추진된 것”이라고 소회했다. “지역발전을 위해 부산경마장도 추진됐는데 여기에는 제 노력도 일부 있다”라면서 깨알 자랑도 해와 웃음을 줬다.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운동
윤석열 정부 들어와 국가관을 바로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이념 논쟁이 치달았던 대한민국은 건국 자체도 1948년이냐 아니냐를 놓고 최근까지 첨예한 대립을 벌여왔다. 국가가 언제 만들어졌는지가 논쟁거리가 돼야 할 정도로 대한민국이 부정돼왔는가며 씁쓸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 국민은 참으로 위대합니다. 일찍이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에서 기적을 이루어낸 민족입니다. 새로운 문명의 중심에 우뚝 서서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진보에 기여하는 나라입니다. 우리 다시 세계를 향해 힘차게 웅비합시다.”
이는 YS는 14대 대통령 취임사 중 일부다.
그는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대한민국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긍지를 드러내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평생을 독재와 싸웠지만, 대한민국의 건국과 산업화를 긍정했기에 민주화를 거쳐 선진화의 초석을 만든 대통령일 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은 건국 후 이른 시간 안에 경제와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나라로 세계사적 귀감이 되고 있다. YS는 3당 합당을 통해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 세력을 하나로 통합시켰다. 대한민국이 오늘날 세계 10대 강국으로서 완전한 민주주의를 자랑하는 선진국이 되기까지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의 정점이 돼준 지도자였다.
“세계화의 원년화를 선언한 김영삼 문민정부는 국민소득 1만 달러에 다다랐으며, 세계 10위 국력을 자랑했다. OECD에 가입하고, 광케이블을 깔았다. 반도체와 1인 1PC 도입, IT-휴대폰-디지털 강국으로의 길을 열었다. CJ그룹 E&M 등 음악-게임 같은 문화 산업을 키워 오늘날 세계 속 한류 열풍의 시작을 알렸다.”
- 2022. 11. 12. 본지‘87체제, 김영삼 없이 가능했을까?’ 중-
“이승만처럼 YS도 재조명 돼야”
하지만, 이 같은 YS 업적이 저평가돼온 가운데 참석자들은 이승만 대통령처럼 YS 역시 재조명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무성 전 대표의 취지에 공감하며 부산에서 행사를 여는 데 힘을 실어준 상도동계 좌장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민추협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YS 재평가의 필요성부터 피력했다.
“해방된 후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큰 일대 사건이라면 역시 1948년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것이고 그에 버금가는 자랑스러운 역사적인 현장이 바로 문민정부 출범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건국 다음의 역사적 의의가 문민정부 출범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문민정부의 출범은 사실상 대한민국 민주화의 출발입니다.
그 같은 출범 30주년을 기념해 역사적 평가의 새로운 계기를 만들자는 뜻에서 여러 차례의 세미나를 개최해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민주화의 대장정, 금융실명제, 하나회 척결, 세계화의 초석 등을 주제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관련 세미나를 주재해왔다) 임혁백 연세대 교수 같은 경우는 ‘YS야말로 대한민국 민주화의 영웅’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평가를 받음에도 저평가받고 있어 가슴이 아픕니다. 올해를 기점으로 역사적 평가의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야겠습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축사를 전하는 자리에서 “YS의 하나회 척결이 없었으면 대한민국 군사독재의 잔재가 사라질 수 없었으며, 문민정부가 출범할 수 없었다”며 “또, 금융실명제가 없었으면 우리 사회가 투명사회가 될 수 없었고 선진사회로 나아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것은 우리 모든 국민이 알아야 하는 사항이라고 확신한다”며 “세계 10대 강국을 만든 YS의 업적을 기리는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무성 전 대표 발언.
“이승만 대통령은 해방 이후 공산주의자들로부터 위협에 맞서 남한 단독정부를 수립해 자유민주주의를 건국했고, 6·25전쟁, 공산주의 국가로 가는 걸 막았습니다. 비상한 외교력으로 한미동맹을 통해 지금까지 대한민국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저평가받아왔고, 이제라도 재평가 운동이 일어나고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YS도 저평가받아왔습니다. 퇴임 이후 25년이 됐는데 이제라도 재평가 운동이 벌어져야 합니다. YS는 평생을 독재에 항거하면서 목숨을 걸고 바쳐 문민정부를 탄생시키고 후진 정치인 쿠데타의 씨를 없애버리고 권력형 부패의 원흉인 금융실명제를 실시해 성공시키는 등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위대한 개혁을 이룬 분입니다. 임기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그러한 족적들이 모두 묻혀버리고 저평가 받고 있는 것에 저희들은 너무나 통탄한 심정에 놓여 있습니다.
과연 외환위기가 김영삼 대통령이 잘못해서 왔는가, 그게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로 문민정부 출범 전의 오랜 독재 정치 기간 생겨난 권력형 부정부패가 난무했던 결과입니다. 재벌들의 무분별 문어발식 확장에 고도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그이면은 부작용으로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습니다. 둘째로 YS가 잘못해 IMF가 일어난 게 아니라 당시엔 달러 전쟁 때문에 아시아의 수많은 국가 중 일본과 말레이시아를 제외한 국가들은 모두 국제기구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 같은 세계사적 상황을 모르는 이들이 여전히 많아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셋째로 대선 선거 기간 중에 국익을 생각지 않고 자기 당선만을 목적으로 하는 야당 후보들이 사실과 달리 외환위기를 너무 침소봉대해 비판한 결과입니다. 넷째로는 YS가 분명히 IMF에 금융신청을 하라고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부 실무진 이를 와전시켜 혼란을 초래한 나머지 작게 막을 것을 크게 막은 결과입니다.”
행사를 후원한 박형준 부산시장 또한 “대한민국의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 선진화로 가는 데 있어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이승만 대통령과 YS 대통령이 가장 저평가되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며 “이승만 대통령이 없었으면 대한민국이 없었을 것이고 YS가 없었다면 민주화가 안 됐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만큼 “YS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문민정부 출범을 통해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이 함께하는 길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대한민국 정통성을 이뤄왔다”고 자부했다.
“尹정부 정통성 확립에 이바지”
YS 기념관 건립은 재평가 운동의 기폭제로서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한때 민주당 부산시당에서 YS 이름이 들어간 건립을 반대해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날 박형준 시장이 “윤석열 대통령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비로 책정됐고 내년부터 추진된다”고 전함에 따라 건립 박차를 놓고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대통령기념관은 경북 구미 박정희, 전남 목포 김대중, 경남 김해 노무현 기념관이 만들어져 있다.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전 대통령과 민주화의 아버지 김영삼 전 대통령 기념관만 없는 셈이다.
두 전직 대통령의 기념관이 건립된다면 윤석열 정부와 보수당의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운동의 결실 또한 정통성을 얻는다는 명분 면에서 의미가 클 거로 짐작되고 있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관련해 “이승만의 건국화, 박정희의 산업화 모두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에서 계승하고 있다”며 “두 전직 대통령의 기념관이 건립된다면 우파 정당인 보수당을 비롯해 윤석열 정부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정통의 3박자를 다 갖춘 정당성을 거듭 확인받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소개한 인사들 외에도 궈청 카이(곽승개) 대만총영사, 식전 사회를 맡은 이종현 전 의원, 조익현 전 의원, 이희규 전 의원, 서훈 전 의원, 정표현 대구민주보존회 이사장 외 10인, 이상호 전 경북도의회 의장, 강무길 부산광역시의회 위원장 및 김광명·양준모·김창석·정채숙·문영미·조상진 광역시의원, 김삼열 민추협 부패방지위원장, 이성춘 전 민추협 사무총장, 양순석 민추협 사무부총장, 임성규·오치총·신근석·김동일·김금희 주최측 실무진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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