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의 꿈은 여전히 ‘꿈’으로만…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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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의 꿈은 여전히 ‘꿈’으로만…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3.08.31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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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루터 킹 목사 ‘I have a dream’”
“60주년 기념일에도 흑인 3명 피격 사망”
“美, 인종·총기·마약 수렁에서 헤매는 중”
“韓, 정쟁으로 ‘꿈’은 실종된 지 오래”
“청년들 결혼·취업 ‘꿈’은 언제나 이루려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월 2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구치소에 출두해 체포 절차를 밟고 머그샷을 찍었다. 사진은 8월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상점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그샷(범죄인 식별 사진)이 인쇄된 티셔츠와 모자가 진열돼 있는 모습. ⓒ 연합뉴스

8월 28일은 미국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이끈 흑인 20여만 명이 워싱턴에서 평화 행진을 한 지 60년 된 날이다. 킹 목사는 1963년 그날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라는 역사적인 명연설을 남겼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고용차별정책 폐지를 약속했고 이어 1년 뒤 인종차별과 고용차별을 금지하는 민권법이 시행됐다. 킹 목사는 그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킹 목사는 평화행진 5년 후인 1968년 4월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저격당해 39세의 젊은 나이로 숨진다. 

‘킹의 드림’은 이루어졌을까? 

60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킹 목사가 꿈꿨던 ‘인종차별 종식’이 미국 내에서 이뤄졌을까. 그가 주도했던 비폭력운동도 빛을 발하고 있을까? 

킹 목사에겐 안된 얘기지만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총격의 광풍이 여전히 미국 전역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비폭력운동 주장은 흑인사회에서도 빛을 잃어가고 있다. 킹 목사 행진 60주년 기념일에도 플로리다주에서 백인 총격에 흑인 3명이 숨졌다. 

킹 목사가 연설한 해는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을 선언한 1863년 1월 1일로부터 꼭 100년이 된 때였다. 사람들은 노예해방 후 한 세기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차별이 극심하다고 불만에 가득 차 항의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60년이 지나고도 그 불만과 항의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여전히 유효하다.

킹 목사는 당시 연설에서 ‘후손들이 피부색으로 평가받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고 했다. 하지만 60년 후 링컨 기념관 앞 무대에 선 킹 목사의 손녀 ‘욜란다 르네 킹’은 “오늘날에도 인종차별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빈곤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한다”고 말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실제로 미국에선 흑인과 다른 인종 간 제도적 차별은 많이 개선됐어도 현실적 차별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흑인 가구 중위 소득은 미국 전체의 약 68%(2021년 기준)에 그쳤다. 백인과 비교하면 65%, 아시아계 대비 48% 수준이다. 낮은 대학 진학률이 대를 이은 빈곤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겠다며 케네디가 도입한 대입 등에서의 소수 인종 우대 정책조차 보수파가 장악한 미 대법원에서 지난달 폐기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범인 식별용으로 찍은 '머그샷'이 상품으로 대박 났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머그샷 속 그의 모습은 험악한 표정이다. 트럼프 캠프가 머그샷을 활용한 상품으로 벌써 100억 원 모금에 성공했다고 한다. 우리의 건전한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기이한 현상. 

정치인과 일부 시민들의 그런 천박한 분위기 속에서 과연 킹 목사의 꿈이 실현될 수 있을까. 배려와 사랑을 바탕으로 해야 겨우 가능해질 흑인차별 철폐가, 백인우월주의가 여전히 판치며 사법 체계를 우습게 보는 지금의 미국에서 가능해질까?

아무리 흑인 대통령이 나와도, 아무리 제도 개선이 이뤄져도 사회 저변의 그런 분위기가 지속되는 한 총기, 마약과 함께 이 흑백 갈등은 계속 아메리칸드림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리라고 본다. 

그런데, 제 코가 석 자인 처지에, 세계의 중심국가라고 하지만 남의 나라인 ‘미국의 꿈’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니 주제넘고 한가한 짓 아닌가 싶기도 하다. 

꿈은 커녕 개혁 피로감만 날로 심해져

싸우며 닮는다더니, 윤석열 정부 하는 짓이 적폐청산한다던 문재인 정부랑 매우 비슷하게 간다. 이념 논쟁과 진영 간 ‘투쟁’에 밀려 민생은 뒷전이 됐다. 게다가 사법 체계 정상화를 도모하고 국회 정상화를 위한 총선 전략에 매진한다며 국정의 핵심 사안이 무엇인지도 까먹고 있는 듯하다. 그 핵심 사안부터 챙기는 게 바로 총선 핵심 전략일 텐데도. 

며칠 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5월 ‘백수 청년’이 무려 120여만 명이었다. 그중 대졸자가 절반을 넘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20대의 빚 연체율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주식 코인 광풍에 휘말려 빚더미에 앉아 채무조정 신청이 근래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보도다. 

이런 현실 속에서 무슨 꿈을 꿀 수 있겠는가. 이런 판에 정치판의 무슨 얘기인들 청년들과 부모들의 귀에 제대로 들어오겠는가. 날로 심해지는 개혁 피로감의 치유와 아울러 시급히 보듬어야 할 게 이들 청년세대다.

헛발질 멈추고 거리 청년들 얘기 듣도록

정가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이 최고의 격전지, 최대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는 모양이다. 별로 새로운 얘기도 아니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똑같이 수도권을 자신들의 취약 지구로 꼽는 듯하다. 전통적으로 야당 강세 지역이던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걱정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도 신기한 현상의 하나다. 

양당 공히 유동층을 30% 가량으로 보는 모양이다. 갈피를 못 잡겠어서 자신없고 불안하다는 얘기다. 그 얘기는 자신들이 지어온 ‘죄’로 인해 똑똑한 수도권 표심에서 자신들이 민심을 온전히 얻지 못하고 있다는 실토이기도 하다. 그 점만은 제법 올바른 관찰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총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승패는 사실 많은 국민들의 큰 관심사가 아니다. 국민들은 앞으로 3년여 국정을 책임 진 정부 여당이 한국의 꿈을 실종시키고 있는 이 상황이 매우 싫고,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야당도 싫다.

무당층도 생각보다 많고 앞으로 행보에 따라 정치권이 목매고 있는 표심의 향배도 수시로 바뀔 것이다. '큰 꿈'은 커녕 청년들의 기본적인 꿈조차 이루지 못하는 상태니 그러한 민심 이반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양당이 아직도 자당 지지층이라고 착각하는 그룹에 대한 믿음에서 벗어나 더욱 민생에 치중해야 하는 이유다. 

남침했던 정율성의 추모 공원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청년들도 잘 안다. 홍범도 장군 등의 흉상이 어디에 위치해야 제격인지도 잘 안다. 우리나라의 특수성으로 인해 좌파는 자칫 김정은 일파에 기울기 쉽다는 점도 너무 잘 안다. 그런 이념 교육이나 논쟁은 청년들에게 무의미하고 시간 낭비다. 그럴 시간 있으면 청년과 부딪쳐 가며 시장의 소리를 들으라고 충고한다. 

“돈이 있어야 장가를 가든, 시집을 가든지 하지! 그럴듯한 직장이나 많이 생겼으면….”

수도권이 내년 총선을 가름하는 격전지가 될 것이라면, 여야는, 특히 정부 여당은 헛발질 멈추고 그럴 시간 있으면 거리로 나가 청년들의 저런 소리를 채집하기를 권한다. 

바라건대, 최소한 청년들이  결혼할 환경만이라도 제대로 만들어 주시기를!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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