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도 강도 ↑ 당무감사 예고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내년 22대 총선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국민의힘은 강도 높은 당무감사를 예고하고 있다.
감사는 10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 실시한다. 신의진 당무감사위원장은 당선 가능성이 큰 경쟁력 지표를 우선시 고려하며 엄중하고 공정하게 감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국 200여 개 당원협의회도 긴장감이 도는 분위기다. 당무 감사에 따라 작든 크든 공천 물갈이로 이어진다. 사실상 공천 심사와 다름없다.
만약 대폭 물갈이가 된다면 15대 총선과 비교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15대 총선…당선 경쟁력 여하에 따라
수도권 원외·현역 물갈이 파고 높았다
1995년 4월 15일 15대 총선 당시 여권은 역대 최대 폭으로 공천을 물갈이했다.
“민자당은 이번 2단계 공천에서는 당무 감사 결과 1백4개 원외지구당 가운데 호남·충청권 등을 중심으로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거나 부실지구당으로 판정이 난 50여 개 원외지구당 위원장을 교체할 예정이다. 특히 이들 교체대상 원외지구당 중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호남·충청권에는 대대적인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킨다는 방침이다. 또 현역 의원들도 원내활동이 부진한 다선의원이나 지역구 관리가 부실한 의원들은 젊고 개혁적인 신진인사들로 과감히 물갈이를 단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후략)”
-1995년 10월 12일 <경향신문> 기사 중-
당무감사 결과를 토대로 민자당은 당명도 신한국당으로 바꾸고, 안정적인 과반 확보를 위해 원외 위원장을 대상으로 총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공천 대폭 물갈이를 시사하기에 이른다.
“신한국당은 96개(서울 47, 인천 11, 경기 38)의 의석이 걸린 서울 등 수도권에서 제1당 위치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이 지역 원내외지구당 위원장에 대한 물갈이를 추진하고 있다. 신한국당은 이같은 방침에 따라 현역의원 공천에 앞서 우선 44개 원외 위원장(서울 24, 인천 4, 경기 16)가운데 상당수를 정치권 세대교체와 개혁이미지에 부합하는 신인으로 교체 확보할 방침이다.”
- 1995년 12월 30일 <매일경제> 기사 중-
원외 위원장 교체뿐 아니라 현역 의원에 대한 공천 물갈이도 대대적으로 진행됐다. 1996년 2월 초 발표된 바에 따르면 전체 253개 지역 공천자 중 절반 이상이 신인으로 채워질 만큼 파격적이었던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야당 우세 서울마저 선전하는 결과로 이어져
“대통령 의지와 개혁 그룹 전폭적 지지 때문”
총선 성적은 성공적이었는 평가다. 참신한 개혁적 인물들을 수도권 전면에 내세움에 따라 신한국당은 야당이 우세했던 서울에서만 47개 선거구 중 27군데나 당선되는 이변을 만들었다.
고성국 정치학 박사는 당시의 성공을 “공천 혁명”에 빗댔다. 그는 최근 <시사오늘>과의 대화에서 “현역 의원이 42%나 교체됐다. 역대 물갈이 중 가장 높다”며 “홍준표·김무성·김문수·맹형규·정의화·권철현 신진들이 발탁돼 당선된 후 지금까지 한국 정치의 중심을 이뤘다”고 했다. 또 이처럼 성공할 수 있던 것은 “김영삼(YS) 대통령이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라며 “여당은 대통령 의지만 분명하다면 공천 혁명하기가 비교적 수월한 구조”라고 진단했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도 “15대 총선이 대대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YS의 개혁 의지와 개혁 그룹의 전폭적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평생 동지로 살아온 최형우·김덕룡 등이 한 축을 담당해 물갈이된 인사들까지 챙기고 미래를 도모해 나가자며 설득하는 한편 YS차남 김현철이 개혁을 주도해 외연을 넓히는 데 앞장섰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22대 총선 앞둔 국민의힘 수도권 상황은?
지난 총선 격차 크게 패한 지역 뒤숭숭
22대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서는 15대 공천 때와 마찬가지로 역대급 물갈이를 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수도권 위기론이 나오는 상황이라 더욱 예의주시되고 있다. 내년 총선 투표 의향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보다 뒤처지는 결과가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성인 1001명에게 내년 총선 자신이 속한 지역구에서 어느 당에 투표할지를 물은 결과 국민의힘 후보라는 답변은 33.9%로 민주당 후보인 42.1%보다 8.2%포인트 낮게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중간평가인 만큼 성공적 총선 결과를 위해서는 경쟁력이 높은 후보들을 공천하는 게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도 물갈이 폭이 높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윤 정부가 내건 노동·교육·연금개혁 등을 목표로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과반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수도권 승리가 담보돼야 하는 것이다.
서울과 경기 당무감사가 엄중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된다. 특히 당선 가능성이 낮은 당협위원장들은 초긴장할 수밖에 없을 거로 가늠된다. 지난 총선에서 큰 격차를 내고 패했던 지역일 경우 대폭 물갈이 대상에 오를 수 있어 뒤숭숭할 수밖에 없겠다.
3·9전당대회 발표됐던 안철수 당대표 후보 캠프 자료를 참조하면, 수도권 지역 중 10~15% 이내의 비교적 큰 격차로 진 곳은 무려 40곳(서울 19, 경기 17, 인천 4)에 이른다.
서울만 열거해도 노원병(당시 이준석 후보), 양천갑(당시 송한섭 후보), 영등포을(당시 박용찬 후보), 동작을(당시 나경원 후보), 송파병(당시 김근식 후보), 성북갑(당시 한상학 후보), 동대문갑(당시 허용범 후보), 동대문을(당시 이혜훈 후보), 도봉갑(당시 김재섭 후보), 서대문갑(당시 이성헌 후보), 마포갑(당시 강승규 후보), 강서을(당시 김태우 후보), 구로갑(당시 김재식 후보), 금천(당시 강성만 후보), 동작갑(당시 장진영 후보), 관악을(당시 오신환 후보), 강동을(당시 이재영 후보)이 10% 이내 또는 15% 이내로 진 곳들이다.
이들 낙선자 중 지금까지 같은 지역에서 원외위원장을 맡고 있거나 다른 곳으로 옮긴 경우는 인물 경쟁력 면에서 면밀한 심사 대상이 돼 대폭 물갈이 상황에 처해질 거로 보인다.
또 수도권 내 5% 이내로 국민의힘 후보가 낙선한 지역들도 경쟁력을 높여 확실한 승기를 잡으려는 차원에서라도 물갈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안철수 캠프에서 분석했던 자료에 따르면 5%이내로 진 곳은 서울 3, 경기6, 인천1곳이다. 서울만 하더라도 성동구을, 광진구을, 강동구갑이 해당된다.
윤명철 시사평론가는 관련 대화에서 “지난 총선 성적표와 당무감사 기간 들어온 여러 투서 등을 토대로 평가가 진행될 것”이라며 “15대 총선 때처럼 후보 경쟁력 등 부적격 심사를 통해 원외 당협위원장은 물론 현역들까지 대폭 물갈이 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한편, 여권 내 커지는 수도권 위기론이 작의적이라는 시각도 전해진다.
정세운 평론가는 “차기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대폭적인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보고 그에 대한 당위성을 만드는 작업인 것도 같다. 수도권이 어려워 전멸할 수도 있으니 물갈이 해야 한다는 논리를 만드는 것일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선거 3~4개월 남긴 시점부터 여론조사를 진짜 의식해야겠지만 현재 조사를 가지고 살피는 것은 이르다. 캐스팅보터인 중도층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도 알 수가 없는데도 수도권 위기론을 키우는 듯하다”며 “대폭 물갈이 과정에서의 잡음을 줄이려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가늠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신평 전 경북대 교수가 국민의힘 수도권 총선 참패론을 들고 나왔는데 지금 보면 ‘짜고치는 고스톱’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여권 스스로 위기론을 부채질하는 모양새”라고 평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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