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코핀, 부실자각 매각·편의성 제고 자구책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국내 시중은행에 이어 인터넷전문은행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당국도 나서 글로벌 진출을 장려하고 있다. <시사오늘>은 ‘글로벌 K-은행 시리즈’를 통해 국내은행의 해외진출 현황과 리스크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전망과 과제를 살펴봤다. 그 첫 대상은 KB국민은행이다.
‘KB부코핀’은 KB국민은행의 해외진출 현황을 점검할 때 빠질 수 없는 리스크 중 하나다.
당시 국내 시중은행들의 해외진출이 활발한 상황에서 국민은행의 대규모 투자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국민은행이 인수한 부코핀은행이 단기간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등으로 인도네시아 현지 영업환경이 극도로 악화된 탓이었다.
국민은행이 부코핀 은행 지분 인수를 진행한 건 2018년부터다. 같은 해 7월 부코핀 지분 22%를 인수하며 인도네시아 현지에 진출한 국민은행은 이후 꾸준한 지분 확보를 통해 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올 1분기 기준 KB국민은행의 부코핀 지분율은 67%다. 이를 위해 8135억 원(자문비용 포함)이 투입됐다.
당시 인도네시아 현지 진출을 앞두고 KB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을 점찍은 건 인도네시아 전역에 걸쳐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Buku-3’ 규모의 중형은행이면서, 외환거래 라이선스까지 갖고 있어 지속 성장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은 은행을 ‘Buku’로 등급별 분류하고 있다. 1~4단계로 나눠져 있으며, 숫자가 높을수록 규모가 크고 사업 범위도 넓다는 의미다. ‘Buku-3’은 최상위 등급 바로 아래 단계로, 안정성과 아울러 성장 가능성도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해 인도네시아 경제가 휘청거렸고 행정수도 이전계획마저 지연됐다. 코로나 발발 시기인 2020년과 2021년 경제성장률은 각각 2.06%, 3.69%를 기록했다. 코로나 19 엔데믹 후 인도네시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둔화 영향으로 경제성장률도 2022년 5.3%에서 올해 5.0~5.1%로 낮아질 전망이다. 현지에서 영업을 하는 KB부코핀은행도 이 같은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투자 당시 코로나 19라는 변수가 생길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계획된 적자였지만, 인수 당시 예상했던 영업환경보다 더 악화되면서 추가 출혈도 불가피해졌다. 그 사이 유상증자도 수차례 이뤄졌지만, KB부코핀의 실적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부코핀은 지난해 4분기 8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 1분기 336억 원의 순손실을 이어가며, 오히려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이 때문에 노조에서는 KB금융지주 주총을 앞두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비판하며 추가 유상증자를 반대하고, 노조 추천 사외이사 카드를 꺼내들며 지주를 압박하기도 했다.
조남훈 글로벌사업그룹 전무는 올해 초 KB금융지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부코핀은행의 정상화가 당초 계획보다 2~3년 정도 일정이 늦어졌다”며 “흑자전환은 2025년, 그룹 자기자본이익률(ROE) 기여는 2026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KB부코핀’은 부실자산 매각 등을 통해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지 외신보도에 따르면 KB부코핀은 최근 3조 8100억 루피아 상당의 부실자산을 싱가포르 금융사인 SMMK에 매각했다. 한화로 환산하면 3000억 원이 넘는다. 이는 지난해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KB부코핀 은행 자기자본의 21.13%에 해당한다. 매각된 자산은 고정이하여신(NPL), 위험대출(LAR) 등 부실자산이다.
KB부코핀 측은 이번 매각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지시와 신규 은행 사업 계획(RBB)에 따른 성과 개선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또한, KB부코핀은 ATM을 통해 자유롭게 모든 은행의 현금 인출과 은행 간 이체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정책도 펼친다.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 편의성 제고를 통해 인지도와 신뢰를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밖에도 KB부코핀은 홀세일 중심의 우량대출 증대에 집중해 안정적인 영업기반 확대와 시장 신뢰 회복을 꾀하고 있다. 아울러 IT인프라 개선을 통해 플랫폼 비즈니스 추진과 함께 차별화된 경쟁력 보유한 디지털 채널도 확보해 성장 가능성을 극대화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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