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국민감사청구 “현대重, 빼돌린 자료로 수주”
현대重 “제안서 작성과 무관한 문서…검증도 있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KDDX(한국형 차기구축함) 수주과정 적법성을 두고 대우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 사이 진실공방이 재점화되고 있다.
양사는 지난 2020년 방사청의 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현대중공업 직원의 기밀 문서 빼돌리기 의혹과 이에 따른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불이익 유무를 두고 법정 다툼을 벌여왔다.
“빼돌린 정보로 수주”vs.“제안서와 무관한 문서…검증 있었어”
20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이 KDDX 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한 감사를 촉구하는 국민감사청구를 지난 19일 감사원에 제출했다.
지난 2020년 8월 현대중공업이 방위사업청의 KDDX 기본설계를 수주한 건과 관련, 수주 과정에서 위법 요소가 없었는지를 밝혀달라는 것이 요지다.
지난 2020년 2월 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군사기밀을 회사 내부망에 공유한 혐의(군사기밀보호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2년 9월부터 2015년까지 군 관계자 등과 공모해 특수침투정 개념 설계도, KDDX 사업 관련 문서 등을 촬영해 회사 내부 서버에 올린 혐의다.
해당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은 지난해 11월 울산지법에서 나왔다. 전원 집행유예로, 당시 재판부는 “군사기밀 표시가 없어도 내용이 기밀에 해당하면 위반으로 본다”고 선고 이유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판결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오는 2025년 11월까지 3년간 방사청 수주 신청 시 제출하는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1.8점을 감점받게 됐다.
대우조선은 해당 제재가 부적당하다는 주장이다. KDDX 사업은 기본설계 사업비 200억 원, 총 사업비 7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대우조선은 “사업자 선정 당시, 현대중공업은 해당 평가에서 보안사고에 대한 감점을 받지 않았고, 그 결과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두 회사 간 점수 차이는 불과 0.0565점 차이에 불과했다. 보안사고에 대한 벌점이 부과됐다면 결과는 180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입장은 다르다. 지난 2020년 유출 정보가 당시 작성 제안서와 직접 연관이 없다는 결론이 이미 났다는 것이다.
대우조선은 지난 2020년 8월 방위사업청이 현대중공업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신청하자, 서울중앙지법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확인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서울지법은 같은 해 10월 이를 기각했다. 이어 12월 방사청 재검증위원회도 “빼돌린 개념설계 기밀이 사업 제안서 작성에 활용됐다고 볼 수 없다”며 지위를 유지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사내에서 발견된 문서는 이미 오래된 내용이고, 제안서는 다른 내용으로 했기 때문에 제안서 작성에 활용이 어렵다는 게 당시 서울지법 등의 판단“이라며 “수주 과정에서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주장은 그간 검증이 없었다는 이야기인데,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판결이 나기 전’ 이었기 때문에 재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방사청이나 법원이 판정을 했을 때는 위법여부가 확정이 안 된 상황이었다”며 “부당하다고 생각해서 직원들에게서 서명을 받아 감사청구를 한 것이고, 감사원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진상조사·후속조치 없어”vs.“판결문 열람 제한 개인 판단”
양사는 1심 판결문이 제3자에게 열람 금지된 것을 두고서도 대치하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사건 판결문은 집행유예를 받은 9명 중 1명이 항소하는 과정에서 당사자 요청에 따라 제3자 열람이 제한된 상태다. 지난해 판결 이후 방사청조차도 해당 판결문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 대우조선은 답답함을 토로한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현 시점에도 해당 업체에 대한 사업 진행의 적법성, 위법성에 대한 검토나 진상조사, 후속 조치 등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법인 개입이 없었다고 선을 긋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개인에 대한 재판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고, 개인은 법의 판단을 받는 중에 열람을 멈출 수 있지 않냐”며 “법인이 여기 개입했다는 것은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법원 판결결과에서 기밀 유출과 KDDX 기본설계사업의 연관성이 확인될 경우 관련 법, 규정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대우조선은 최근 한화와의 기업결합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관문인 공정위 승인 절차를 이르면 오는 26일 밟을 수 있을 전망이다.
대우조선이 방산 사업을 운영하는 한화와 함께 민간시장에 나오는 만큼, 일각에선 함정 수주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함정 제작이 가능한 국내 조선사는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HJ중공업, SK오션플랜트 4개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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