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김자영 기자]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했다. 이따금씩 빗방울도 떨어졌다. 그러나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열린 킨텍스(kintex)는 축제 분위기였다. 뜨거웠던 경쟁의 마무리. 새로운 체제의 시작. 이를 축하하듯 킨텍스에는 수많은 당원이 모여들었다.
가장 먼저 문을 연 쪽은 안철수 캠프였다. 12시 20분께. 안철수 당대표 후보 지지자들이 입구 앞에 늘어섰다. 북과 꽹과리를 치며 “당대표! 안철수!”를 연호했다. 10분여가 흐르자 황교안 후보 지지자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황 후보 지지자들은 안 후보 지지자들 앞에 자리를 잡고 “당대표! 황교안!”을 외쳤다.
김기현 후보 지지자들은 12시 55분쯤에야 등장했다. 그러나 규모는 가장 컸다. 일렬로 늘어선 줄은 도로에서 제1전시장까지 이어졌다. 곧 있을 투표 결과를 예견이라도 하듯, 김 후보를 응원하는 목소리는 하늘을 찔렀다.
응원전이 분위기를 달구던 1시 42분. 김기현 후보가 등장했다. 응원 목소리는 최고조에 달했다. 지지자들은 순식간에 김 후보를 둘러쌌다. 한 걸음 옮기기가 어려운 인기였다. 행사 장소인 제1전시장으로 입장할 때까지 5분이 넘게 걸릴 정도였다.
황교안 후보는 2시 정각에 차에서 내렸다.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면서 걸음을 옮겼다. 18분 뒤에는 천하람 후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전당대회장에 플래카드 하나 걸지 않은 천 후보답게, ‘세 몰이’를 생략하고 빠른 걸음으로 행사장에 들어갔다.
천 후보에 이어 안철수 후보도 도착했다.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 빗방울 속. 안 후보는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렇게 안 후보가 행사장에 입장하면서 무대는 행사장 안으로 옮겨졌다.
2시 33분. 주요 당직자들이 입장해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50분에는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당대표 후보 4인과 김병민·김재원·민영삼·정미경·조수진·태영호·허은아·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8인, 김가람·김정식·이기인·장예찬 청년최고위원 후보 4인이 소개영상과 함께 입장했다.
3시. 이호근 대의원 중앙당 기획조정국장의 성원 보고와 개회 선언이 이뤄졌다. 이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을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이장우 대전시장, 김두겸 울산시장, 최민호 세종시장, 김진태 강원도지사, 김영환 충북도지사, 김태흠 충남도지사, 이철우 경북도지사, 박완수 경남도지사 등과 60여 명의 주한외교사절단이 참석했다.
3시 19분. 윤석열 대통령이 입장했다. 윤 대통령이 앞줄에서부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악수를 청하는 동안, 대회장에는 “윤석열! 윤석열!”을 외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윤 대통령의 착석을 신호탄삼아,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3시 22분. 이헌승 전당대회 의장이 인사말을 시작했다. 이 의장은 먼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왔지만 봄 같지가 않음)’이라는 말을 언급하며 “봄은 왔지만 봄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다. 우리가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제대로 된 정권교체를 할 수 없다. 지금 국회에서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있는 거대야당의 입법독재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윤석열 정부 성공은 내년 총선에 달려있다”며 “오늘 선출되는 당대표와 최고위원들께서는 우리 당원들의 손으로 직접 뽑는, 직접 뽑힌 후보들이다. 우리 당을 한마음 한뜻으로 이끄는 원팀, 드림팀이 돼서 윤석열 정부 국정을 든든하게 지켜주시기 바라겠다”고 밝혔다.
3시 26분에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연단에 올랐다. 정 위원장은 “전당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당대표를 선출하는 최고의 투표율 55.1%를 기록했다. 55.1%는 당심 폭발이다. 이 당심이 폭발한 이유가 어디에 있겠나.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내년 총선 승리 아니겠나”라면서 “우리는 정권교체의 완성을 내년 4월 10일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서 이룩해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당원들의 준엄한 명령”이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인사말을 시작한 유흥수 선거관리위원장은 “첫째도 단합이요, 둘째도 단합이요, 셋째도 단합”이라면서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새로 선출되는 지도부와 함께 전 당원동지 여러분들이 한마음 한뜻이 돼 힘을 합치고, 화합하고, 통합하고, 포용하는 그런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그것이 국민적 축제로 이어나갈 수 있도록 간절히 소망한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완전한 정권교체는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압도적인 1당이 돼야만 이뤄진다. 그래야 윤석열 대통령께서 간절히 바라는 교육개혁, 연금개혁, 노동개혁을 완수해서 우리 미래 세대들의 앞날을 보장할 수 있다”면서 “선거는 치열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우리는 모두가 하나 돼서, 당·정·대가 일체가 돼서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3시 42분에는 윤 대통령이 축사를 했다. 주먹진 손을 치켜들며 등장한 윤 대통령은 “과거의 낡은 이념에 기반한 정책, 기득권 카르텔의 부당한 지대 추구를 방치하고서는 한치 앞의 미래도 꿈꿀 수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며 “시장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우리 제도를 선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야 한다. 국민을 고통에 빠뜨리는 기득권 이권 카르텔은 확실하게 뿌리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노조회계 불투명, 산업현장의 고용세습 폭력과 불법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국제관계 역시 빠르게 정상화해야한다.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간 연대와 협력은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생존과 국익뿐 아니라 우리 헌법 가치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와 직결된 문제다. 무너진 한미동맹을 재건하고 한일 관계를 복원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 선출될 지도부와 우리 모두가 하나가 돼야 한다. 우리 국민의힘 당내 선거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며 “우리 당 구성원 모두 첫째도 국민, 둘째도 국민, 셋째도 국민만을 생각하고 함께 전진해야 한다”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이어 당헌 개정 추인안 의결과 당대표·최고위원 지명건 상정, 후보자별 퍼포먼스 행사를 진행한 국민의힘은, 5시 10분부터 청년최고위원, 최고위원, 당대표 순서로 선거 결과를 발표했다. 당대표는 52.93%(24만4163표)를 득표한 김기현 후보, 최고위원은 17.55%(16만67표)의 김재원 후보·16.10%(14만6798표)의 김병민 후보·13.18%(12만173표)의 조수진 후보·13.11%(11만9559표)의 태영호 후보, 청년최고위원은 55.16%(25만36표)의 장예찬 후보로 결정됐다.
결과 발표 후 울먹이는 목소리로 단상에 오른 김기현 신임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존경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제 인생의 가장 떨리고 벅찬 시간”이라며 “많은 선거를 치렀지만 이렇게 마음 졸이며 결과를 기다리긴 처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뜨거운 열정으로 경쟁을 펼쳐주셨지만 아쉽게도 뜻을 이루지 못한 존경하는 안철수‧황교안‧천하람 후보님께도 멋진 레이스를 펼쳐주셔서 감사 말씀 드린다”며 “우리는 하나다. 하나로 뭉쳐서, 똘똘 뭉쳐서 총선 압승을 이루자”고 위로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내 경선은 끝났다. 우리는 오직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 그 목표는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오로지 민생”이라며 “함께하신 안철수·황교안·천하람 후보 같은 뛰어난 우리 지도자들 잘 모시고 연대와 포용과 탕평의 ‘연포탕’ 대통합 국민의힘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그는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켜주시고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바로 한 가지, 민생이라 생각한다. 물가문제, 집값문제, 규제개혁, 일자리 노동개혁, 연금개혁, 교육개혁 같은 개혁적 과제를 이루라고 우리에게 명령하고 계시다”면서 “여당은 야당과 달리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유능한 정당임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신임 대표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헌신과 희생을 각오하고 있다”며 “총선을 이기려면 그 어떤 것도 감수할 각오와 태세가 돼 있다. 희생하고 섬기는 대표가 되겠다”고 총선 승리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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