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버거업체 가격경쟁력으로 맞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햄버거 시장이 토종업체의 가성비 버거와 해외 브랜드의 프리미엄 버거로 양극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해외 유명 수제버거들이 연이어 국내에 상륙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한국 버거시장은 해외 수제버거 업체들의 적극적인 공세가 예상된다. 지난 1월에는 ‘고든 램지 버거’가 문을 열었고, 오는 5월에는 일명 ‘오바마 버거’로 유명한 ‘굿스터프이터리’가 매장을 낸다. 미국 수제버거 ‘파이브가이즈’도 국내 론칭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수제버거의 국내 시장 러시를 이끈 건 고든 램지 버거다. 고든 램지 버거는 지난해 12월 30일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 약 330㎡(100평) 규모로 첫선을 보였으며, 올해 1월 7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전 세계 네 번째이자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한국에 들어왔다.
롯데월드몰 고든 램지 버거는 고든 램지 파인다이닝과 영국 고든 램지 헤롯 백화점 레스토랑의 레시피를 기반으로 한국 시장에 맞게 적용하고 고급화한 게 특징이다. 리얼 트러플, 방사유정란 등 파인 다이닝 수준의 고급 식자재를 사용하고, 소스도 직접 제조했다. 대표 메뉴 가격은 3만1000원으로 책정됐다.
다음달 1일에는 대우산업개발 자회사 이안GT가 들여온 '굿스터프이터리'(GOOD STUFF EATERY)의 한국 1호 매장 서울 강남점이 문을 연다. 굿스터프이터리는 미국 써니사이드 레스토랑 그룹의 프리미엄 셰프 버거 브랜드로, 단골 고객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딴 오바마 버거로 유명하다.
굿스터프이터리 서울 강남점은 스타 셰프 스파이크 멘델슨이 개발한 오리지널 레시피를 적용했다. 또한 매장 내에 스마트팜 ‘GT팜’을 설치했다. 갓 재배한 채소를 당일에 버거나 샐러드 제조 시 활용해 신선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론칭 메뉴는 9종의 버거와 샐러드, 5종류의 수제쉐이크, 3종의 프렌치후라이로, 앞으로 지속 확대할 예정이다. 버거 가격대는 1만 원 대 초중반에 형성돼 있다. 대표메뉴 ‘프레지던트 오바마 버거’는 1만3900원이다. 이안GT는 굿스터프이터리 서울 강남점을 시작으로 오는 2025년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7개 직영 매장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해외 수제버거의 공세에 국내 버거 업체들은 가성비로 맞서고 있다. 1만 원이 훌쩍 넘는 수제버거 대비 절반 이하 제품이 주를 이룬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노브랜드 버거는 2019년 8월 홍대에 1호점을 낸 뒤 가성비를 앞세워 2년 반 만에 170호점까지 매장을 늘렸다. 노브랜드 버거 대표메뉴인 NBB 시그니처 버거 가격은 단품 기준 3700원이다.
맘스터치도 가성비를 주 콘셉트로 성장가도를 달렸다. 올해 들어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경쟁사들도 가격을 함께 올려서 아직까진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맘스터치 대표 버거 싸이버거는 단품 가격이 4100원, 불고기 버거는 3300원이다.
국내 햄버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유는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햄버거 시장 규모는 2013년 1조9000억 원에서 2020년 2조9600억 원까지 커졌다. 지난해에는 약 4조 원대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프리미엄과 가성비로 콘셉트 자체가 확연히 다른 만큼, 해외 수제버거 브랜드와 기존 국내 버거업체들 간 직접적인 출혈경쟁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가의 유명 수제버거와 기존 시장에서 판매되던 버거는 주요 타깃이나 전략이 아예 다르다”며 “최근 국내에 들어오고 있는 수제버거 브랜드들도 론칭 초기인 만큼 향후 소비자 반응을 꾸준히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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