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전환시 아이콘 바뀐다” 소비자 부주의 되레 지적
목소리 큰 소비자에게는 과다 징수 요금 돌려줘 빈축
지난해 11월 스마트폰을 구입한 이모(24, 직장인)씨. 이제 자신도 스마트폰 유저라는 생각에 설레이는 마음으로 단말기를 켰다. 기존에 사용 중이던 일반 폰보다 어려워 보이지만 좀 더 화려하고 오밀조밀한 화면 구성에 가슴이 벅찼다. 잠시 프로그램을 살펴 본 뒤 매뉴얼에 따라 Wi-Fi(무선랜)망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했다. 10여분간 하이테크놀로지의 희열을 느낀 뒤 회사에서 사람들에게 자랑할 생각을 하며 뿌듯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다음 날 이씨를 깨운 건 지저귀는 새들의 울음도, 연인의 달콤한 키스도 아닌‘데이터 통화료 2만원 초과’메시지였다.
스마트폰의 주요 구매 요인 중 하나인 ‘인터넷 사용 기능’이 사용자들에게 요금폭탄을 퍼붓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관련업계가 과다 요금의 주원인을 소비자의 주의 의무 소홀로 돌리며 책임회피에만 급급해 통신업체들이 소비자의 불만은 뒤로 한 채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작년 11월 아이폰의 국내 출시 이후 국내 이동통신시장에도 스마트폰 붐이 일고 있다. 모 통신사가 올해에만 10여종의 스마트폰 단말기를 출시키로 하는 등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이 전체 출시 단말기의 8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스마트폰이 매력을 끄는 이유는 사용자 편의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직장인 1285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로 ‘다양한 콘텐츠 기능(62.7%)’을 꼽았고, ‘인터넷 사용기능’이 43.7%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같은 매력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의 ‘인터넷 사용 기능’이 전복위화(轉福爲禍)를 초래하며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소비자단체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요금통지서를 받거나 데이터이용료 초과 메시지를 받은 뒤 많게는 수십만원어치의 데이터통화를 이용한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 민원을 제기하는 사용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무료로 이용하는 ‘Wi-Fi’로 접속해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콘텐츠를 내려 받는 도중 전파가 약해지거나 지역을 벗어나는 등의 이유로 유료인 3G망으로 자동 전환된 사실을 모른 채 계속 데이터 통화를 이용한 경우다.
특히 국내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SK텔레콤은 소비자들의 빗발치는 항의에도 불구하고 현재 출시중인 15개 모델 중 주력모델인 ‘T옴니아2’와 ‘모토로이’외에 문제 소지가 있는 9개 모델(4개 모델은 문제 소지 없음)에는 추가 소프트웨어 하나 내놓지 않고 있어 ‘수익을 위해 소비자 편의를 무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SKT의 점유율은 작년말 현재 50.6%로 단연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명성에도 문제 해결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어 최고 업체라는 명성에 손상을 입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 눈 뜨고 코 베인 격
‘원치 않게 유료서비스로 전환되었다’는 사용자들의 불만에 SKT측은 화면 상단 상태표시줄의 아이콘이 Wi-Fi를 이용할 때와 3G망을 이용할 때 서로 다르다며 ‘소비자 부주의’ 혹은 ‘알림이 없게 만든 단말기 제조업체의 잘못’으로 떠넘기고 있다. 또 ‘끊김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이동통신사의 기본 의무’라며 자동 3G전환이 잘못된 게 없다는 적반하장격 주장을 펴고 있다. 결국 사용자들은 인터넷에 몰두해 있는 사이 ‘상단 아이콘의 변경을 인지하지
못한 죄’로 몇 천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의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건국대 컴퓨터과학과 백우진 교수는 “상단에 위치한 작은 아이콘 변경만으로 인터넷 요금이 유료로 돌아가는지 알기란 힘들다”며 “진동이나 벨소리 등을 이용, 사용자가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을 했어도 됐는데 굳이 작은 아이콘을 썼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전문가 뿐아니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유저들의 불만은 더 크다. SKT 스마트폰을 쓴다는 네티즌 ‘neboy’는 “국도를 한참 달리고 있는데 어느 순간 ‘방금 지나온 길은 고속도로였으니 통행료를 내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다”며 SKT의 어불성설을 강력히 비난했다.
◇부당과금 보상은 ‘그때 그때 달라요’
원치 않는 유료서비스 전환으로 인한 부당 과금에 대해 SKT가 사용자별 서로 다른 잣대를 적용해 보상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마디로 목소리가 크면 이기는 식의 ‘자동차 접촉사고 해결 방법’과 무엇이 다르냐는 얘기다.
SKT는 Wi-Fi사용 중 3G로의 전환으로 인한 ‘부당 과금’에 대해 소비자별 다른 할인율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네이버의 한 스마트폰 커뮤니티에서 확인한 결과 무료인 Wi-Fi망 사용 중 사전 경고 없이 3G로 전환된 것에 대해 114콜센터를 통해 항의하면 환불이 불가하다는 답변에서부터 30%, 50%, 전액 환불 등 사용자에 따라 각각 다른 잣대가 적용됐다. 이에 사용자들은 ‘부당과금 데이터요금 100%환불 받는 법’, ‘데이터요금 50%에 절대 합의 보지 마세요’등 주의를 요하는 글을 사용자 커뮤니티에 올려 SKT의 무원칙 대응에 맞서고 있다.
◇ SKT, “억울하다?”
계속되는 항의와 반발에도 수정되는 사항이 없자 ‘해결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주장에 SKT측은 되레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SKT 홍보팀 강현성매니저는 “각기 다른 소비자들의 니즈와 이해도를 프로그램 개발시 어떻게 모두 생각하고, 그를 모두 적용하는 것은 거의 신적인 것이 아니냐”며 “앞으로 수정해 나가는 것으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SKT는 최근 최신 주력모델인 ‘옴니아2’와 ‘모토로이’에는 3G전환시 팝업창을 띄워주는 기능을 추가했다.
하지만 10개가 넘는 ‘옴니아2’와 ‘모토로이’ 외의 모델은 그대로 방치돼 있다는 점을 볼 때 “SKT가 문제 해결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소비자들의 주장이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정책팀장은 통신업체들의 3G 자동 전환으로 인한 데이터요금 발생문제에 대해 “일괄적으로 일정액을 돌려줘야 소비자들이 납득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시민단체들은 대다수 고객들이 2G(기존 통신망)와 3G(차세대 통신망)의 차이를 정확히 구별하지 못하는 점, 첨부된 설명서를 읽고라도 특정지역에 들어가면 통신환경이 3G로 자동 변환돼 데이터 통신요금이 부과되는 것을 거의 예상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정부에 시정조치를 요구할 방침이다.
빗발치는 항의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SKT. SKT가 ‘부당이익’ 의혹을 벗어나기 위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