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F리테일·세븐일레븐, 물류·배달 협약 체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 손정은 기자]
우리나라는 뿌리 깊게 자리잡은 '빨리빨리' 문화와 함께 성장을 거듭해 왔다. 농경시대에는 새벽부터 일한 덕에 생산성을 높여 가난에서 벗어났고, IT시대에는 느린 인터넷에 만족하지 못한 소비자들에 맞춰 기업들이 초고속 인터넷을 개발하며 경쟁력을 제고한 점이 IT 강국으로 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최근에는 이 같은 문화가 '배달' 산업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일 배송을 넘어 이제는 즉시 배송인 '퀵커머스'까지 가능해진 것이다. 퀵커머스는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1시간 이내에 원하는 곳으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뜻한다.
아직 초기 단계인 국내 퀵커머스 시장은 2019년 배달의민족(배민)이 마트 상품을 자체 물류창고에서 보관하다 발주 시 소비자 집 앞까지 최장 한 시간 이내에 물건을 배달해 주는 'B마트'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본격 발전됐다.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까지 최소 5조 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너 나 할 거 없이 퀵커머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신세계그룹 SSG닷컴도 당일 배송 확대에 나섰으며, 현대백화점은 현대차그룹과 함께 이동형 MFC를 활용한 신선식품 즉시 배송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쿠팡도 전국에 150여 개 물류센터와 저렴한 배달비를 앞세워 '쿠팡이츠 마트'를 내놓으며 퀵커머스 시장 내 배민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외출을 자제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빠른 배송에 대한 니즈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GS리테일 "퀵커머스 퍼스트 무버로 입지 세울 것"
이처럼 유통가에서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른 퀵커머스 시장에서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는 업체는 GS리테일이다. GS리테일은 배달앱 시장 2위인 요기요를 인수하며 경쟁 우위를 차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GS리테일은 GS홈쇼핑과 합병을 통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온·오프 통합 커머스 플랫폼'으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당시 GS리테일은 전국 60개 물류센터와 배송 차량 3300여 대, 인력 2200명을 보유하게 됨은 물론, 여기에 6개의 물류센터를 추가로 구축한다는 계획을 알렸다. 이를 통해 전국 소비자 99%에게 2시간 내 배송이 가능한 물류망을 갖추게 되며, 1만5000여 개 소매점과 도보배달서비스인 '우리동네딜리버리', 새벽배송 등 다양한 최종 배달 물류 수단을 활용하겠다는 방침도 전했다.
이 같이 물류 확대에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던 GS리테일은 요기요 인수를 통해 한층 강화된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포부다.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도 긍정적이다. 한국기업평가 최한승 수석연구원은 "요기요 인수로 GS리테일은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오프라인 매장의 효율성을 강화하고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되는 퀵커머스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GS리테일은 오프라인 유통망을 거점으로 우리동네딜리버리(플랫폼), 매쉬코리아(부릉)를 통해 퀵커머스를 구현했으나, 플랫폼의 낮은 인지도로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퀵커머스를 확대하고 있는 쿠팡이나 배달의 민족에 비해 턱 없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하지만 GS리테일은 요기요 인수를 통해 기존 플랫폼의 인지도 문제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 보유하고 있는 오프라인 인프라(물류, MD)를 활용해 퀵커머스 시장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SK증권 유승우 연구원은 "GS리테일은 GS홈쇼핑 합병으로 메쉬코리아 지분도 이관받았다"라며 "이에 GS25와 GS 더프레시를 거점으로 메쉬코리아의 부릉 서비스를 활용해 거점 배송하는 퀵커머스 구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4월 GS리테일은 배달 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지분 19.53%를 인수한 바 있다.
GS리테일의 한 관계자는 "요기요 인수로 통해 퀵커머스 사업 역량을 강화해 GS리테일이 퀀텀점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평가한다"라며 "다양한 신사업 전개 기회에 적극 활용해 퀵커머스의 퍼스트 무버로 입지를 세우겠다"라고 강조했다.
BGF리테일·세븐일레븐, 퀵커머스 준비 나서
편의점업계 내 경쟁사들도 퀵커머스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분위기다. 특히 협업을 통해 시장 입지를 다지기 위한 포석을 세우겠다는 전략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 8월 19일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은 부산시와 물류센터 신설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BGF리테일은 오는 2024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 내 약 4만7000㎡ 규모 부지에 신규 물류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며, 신규 물류센터를 통해 영남권역 점포배송 시스템을 재편하고 수출 전진기지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오는 2024년까지 총 1782억 원을 투자하고 운영 관리·현장 작업·점포 배송 등 인력 1000명을 고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같은 달 초 CU는 앱 '포켓CU' 내 예약 구매 메뉴에서 대용량 생필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양곡, 과일·채소, 생필품 등을 온·오프라인 최저가 수준으로 내놓는 것은 물론, 모든 상품을 고객이 지정한 주소지로 무료 배송한다. 향후 매출 동향과 고객 선호도를 분석해 포켓CU에서만 판매하는 기획상품과 CU 특별가 상품 등을 매월 업데이트한다는 방침이다.
세븐일레븐도 최근 배달앱 '위메프오'에 배달 서비스를 제휴하며, 퀵커머스 시장에 합류했다. 배달 가능 품목은 1000여 개이며, 1만 원 이상 결제 시 배달비 3000원에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배달된다. 세븐일레븐은 연말까지 배달 서비스 운영 점포를 6000점까지 확장할 예정이며, 이번 하반기 중 배달 서비스 채널도 최대 9개까지 확대해 나간다는 포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편의점 시장은 현재 추가 성장 동력 발굴과 경쟁 범위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편의점업계가 퀵커머스로 영역을 확장해 새로운 동력을 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좌우명 : 매순간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