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시장 혼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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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시장 혼란 가중”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8.06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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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에 휘둘리며 일관성도, 예측가능성도 모두 잃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8·4 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왼쪽부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서울시장 권한대행 서정협 행정1부시장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여론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 정책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잃어 시장 혼란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토교통부 등은 현행법상 재개발 사업지에 대해 적용하는 기부채납 비율 50~70%를 공공재개발 방식으로 추진 시 20~30%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이데일리>는 지난 5일자 기사를 통해 '정부가 공공재개발 대상지 가운데 주거환경이 열악해 재개발이 시급하지만 사업성이 낮아 주민 동의가 어려운 곳들에 대해 기부채납 비율 낮추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서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모든 사업지를 대상으로 기부채납 비율 조정이 검토되는 것은 아니다. 공공재개발이 절실하지만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지역으로 대상을 제한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8·4 공급대책(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담긴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기부채납 비율(용적률 증가분 50~70%)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공급량(5년 간 5만 호+α)을 확신할 수 없게 되자, 공공재건축 대신 공공재개발의 민간 참여를 더욱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방식으로 선회한 것이라는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루아침에 정책 방향성이 수정된 셈이라는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국토부는 즉각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공공재개발 사업에서의 기부채납 비율 완화는 확정된 바 없다. 5·6 공급대책에 따라 공공재개발 사업의 세부내용을 검토 중에 있다"며 "개발이익 환수와 사업 촉진을 고려해 기부채납 완화에 대해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사항은 확정되지 않았으니 보도에 신중을 기하라"고 해명했다.

부동산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소위 '임대차 3법'이 최근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존 전세 계약을 반전세 또는 월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이 같은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전월세 전환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임대인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꾸는 것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월세가 뭐가 나쁘냐'는 여당의 자세에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입장을 바꿨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를 받아 지난 4~5일 진행해 공개한 임대차 3법 찬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49.5%(매우 반대 31.6%, 반대 17.9%)가 반대한다는 의사를 피력했고, 찬성한다는 응답은 43.5%(매우 찬성 22.1%, 찬성 21.4%)로 집계됐다. 오차범위(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p) 내이긴 하지만 반대가 앞선 것이다. 유주택자는 물론, 무주택자(반대 46.8%, 찬성 44.3%)의 경우에도 반대 의견이 많았다.

정책 기조 자체가 바뀐 사례도 있다. 부동산대책 주무부처 사령탑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7·10 부동산대책(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 발표 당시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하지만 8·4 공급대책에는 '공공참여 시 도시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을 획기적으로 공급하는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도입' 내용이 포함됐다. 정비사업 공공성 강화라는 명분이 있고, 규제 완화 대상도  LH한국토지주택공사, 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 공공이 참여할 경우로 제한하긴 했지만 '재건축 규제 완화는 없다'는 김 장관의 단언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무색해진 것이다. 또한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신호)을 준 셈이다.

이 같은 일이 반복해서 발생하자 시장 구성원들은 동요하는 눈치다. 여러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간보기로 슬쩍 흘렸다가 여론이 나빠지니 언론한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간보는 건 제일 잘한다'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누리꾼의 글들이 쉽게 목격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이 여론에 휘둘리면서 정책을 펼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감안해야 할 사항인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 모두 흔들리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정책이 바뀐다. 시장 혼란을 잠재워야 할 정부가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가중시키고 있다"며 "정책 입안자들이 무능하거나, 지지율에 민감한 윗선의 개입이 빈번하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앞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총통화 1만5767명, 응답률 6.3%)을 대상으로 무선(80%)과 유선(20%)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집방법은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통계보정은 올해 4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라 성, 연령, 권역별로 가중치가 적용됐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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