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대망론 정국…‘전남대세론’ 이낙연 vs ‘전북홀대론’ 정세균
선택권은 당 주류 親文에 달려…“친문, 丁과 가깝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 자리를 놓고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정세균 현 국무총리의 ‘총리 대전’이 예상된다. 이 전 총리는 연일 여론조사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고, 당내 ‘정세균계’라는 586세대(80년대 학번, 50대)가 모인 계보를 이끄는 정 총리는 당 인사들과 자주 만남을 갖고 ‘대선레이스 몸풀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두 사람은 호남 출신이자 문재인 정부 아래서 총리를 역임했다는 사실로 같은 ‘범친문(親문재인)’ 부류로 취급된다. 그러나 이 전 총리가 ‘동교동계’, 즉 ‘DJ(김대중)의 후예’라면, 정 총리는 ‘친노(親노무현)’로서 노무현의 후광을 업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둘의 대결구도는 ‘김대중 대 노무현’이라는 ‘전직 진보 대통령 대전’으로 점쳐진다.
DJ계 이낙연 “민주당 잔류” vs 親盧 정세균 “열린우리당 참여”
이낙연 전 총리는 기자 시절 민주당을 출입하면서 DJ의 ‘동교동계’와 친분을 쌓았다. 이후 DJ의 새천년민주당에 입문해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고향인 전남 함평·영광군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 전 총리는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으나, 노 대통령이 당선 직후 동교동계를 ‘구태정치’로 비난하며 2003년 열린우리당을 창당할 때 그를 따라가지 않고 동교동계와 함께 민주당에 잔류했다. ‘탄핵 사태’로 인한 ‘열린우리당 열풍’과 ‘민주당 역풍’ 속에서도 민주당 소속으로 동일 지역구에 당선됐다.
‘탄핵 사태’ 당시엔 본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졌으나, 2004년엔 ‘이라크 파병반대 성명서’ 공세를 펼쳤고,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을 두고 “국민의 정부(DJ정부)가 추진해온 햇볕정책의 열매만 따먹고 있다”고 비난하는 등 노 대통령 임기 내내 대립각을 세웠다.
반면 정세균 현 국무총리는 1995년 당시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최고위원의 제안으로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했지만, 노 대통령을 따라 열린우리당 행을 택했다.
그는 당시 이른바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으로 불리는 민주당 쇄신파와 함께 여당의 ‘탈호남’을 추진했고, 그로 인해 동교동계 유용태 의원으로부터 “지난 총선에서 DJ와 호남을 배경으로 국회의원 된 사람들이 어떻게 과거를 매도할 수 있느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정 총리는 열린우리당 시절 원내대표부터 의장(당대표)까지 등 요직을 맡아 △행정복합도시특별법 △과거사진상규명법 △사립학교개정법 등 참여정부의 굵직한 정책들을 추진하면서 명실상부 ‘원조 친노’로 불린다.
호남대망론 정국…‘전남대세론’ 이낙연 vs ‘전북홀대론’ 정세균
이 전 총리의 높은 지지율은 상당 부분 ‘호남대망론’에서 기인한다.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낙연의 지지율엔 호남의 몰표, 즉 호남의 기대치가 있었다”면서 “호남인들은 호남차별정서에 대해 깊은 피해의식을 느끼고, 노무현이나 문재인처럼 영남 주자가 아닌 ‘포스트 DJ’를 뽑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도 지난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처럼 이낙연 전 총리가 독보적인 1번 주자인 상황에서 지역구도와 ‘호남 불가론’을 운운하며 대세론을 꺾는다면 호남과 수도권에서 오히려 역효과가 결집할 것”이라며 ‘영남 후보론’의 반작용과 호남대망론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같은 대망론을 기회로 느낀 정 총리가 대선 레이스에 발을 들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는 당대표와 국회의장, 국무총리 등 정치권 요직을 두루 거쳤고, 남은 선택지는 대선이 유일한 상황이다.
지난해 ‘총선 정국’부터 수도권 지역의 당직자들 사이에선 “정세균이 대권을 노리고 자기 사람(정세균계)을 당선시키려고 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28일 통화에서 “정세균계는 ‘친문’보단 ‘친노’에 가깝지만, ‘실용적인 노선’을 중시하는 편이라서 친문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정 총리는 총선 이후 가까운 당선자들과 수차례 비공개 회동을 가졌고, 지난 27일엔 당선자 워크숍에도 참석한 바 있다.
일각에선 정 총리가 호남대망론과 함께 ‘전북홀대론’을 등에 업고 호남 대표주자로 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 총리는 15대 총선에서 그의 고향인 전북 무주·진안·장수·임실군에서 당선된 후 18대까지 전남에서 내리 4선을 지냈다. 반면 이 전 총리는 ‘전남 4선’이자 전남도지사를 역임해 이른바 ‘전남 대통령’으로도 불린다.
전북 정가에선 ‘호남권’이 광주와 전남에 집중된 현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지난해 지역 숙원 사업인 ‘탄소소재법 개정안(탄소법)’이 무산되자 민주평화당(현 민생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일제히 ‘전북 홀대론’을 주장하면서 “여당인사들에게 표를 일등으로 주는 곳이 전라북도다. 지방선거, 대통령 선거 때도 일등으로 줬는데도 이렇게 차별 받아도 되는 것인가”라고 호소한 바 있다.
한편, ‘김대중 대 노무현’, ‘전남 대 전북’ 구도로 점쳐지는 ‘이낙연 대 정세균’ 조기 대권 레이스는, 결국 ‘친문’의 선택에 달렸다는 평가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양정철(친문 핵심)은 개국공신 광흥창팀의 수장이고, 이낙연은 PK(부산·울산·경남) 친문의 데릴사위로 성골 조국의 낙마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육두품”이라며 친문의 민주당 권력 서열의 핵심이며, 친문이 선택한 사람만이 대권 주자로 설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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