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경고는 구체적일수록 와 닿고, 우려는 근거가 있을 때 공감이 확산된다. 그런 측면에서, 1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 강단에 선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부산기장)은 여권의 지지자들도 한 번 쯤 귀를 기울여볼 만한 정부 비판을 들려줬다. 윤 의원은 이날 '베네수엘라 REPORT : 경제가 망해도 정권이 지속되는 사례 연구'라는 제목으로 문재인 정권에 대한 우려와 경고,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야당의 길에 대해 강연했다.
산업통상부 장관을 지낸 관료 출신 윤 의원은 "저는 공직자로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세 분의 대통령을 모셨고 문재인 정권에선 야당 정치인을 하고 있다"라면서 "그런데 지금 가장 걱정이 많다. 그 이유를 이제 베네수엘라의 사례를 보면서 설명드리겠다"고 강연의 서두를열었다.
"차베스가 1999년에 집권을 했다. 그가 취임하기 전 베네수엘라는 비교적 안정적인 정치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양원제 국회와 지역구·비례가 1:1의 비율인 선거제를 가지고 있었다. 국회의원 선거에선 상하원 모두 야당이 당선됐는데, 차베스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바로 제헌의회를 선언한다. 양원제를 단원제로 바꾸고 대통령 임기를 6년 중임제로 한 다음, 3권분립을 선거관리위원회와 헌법기관을 추가해 5권 분립으로 바꿨다. 그리고 선거법 개정을 통해 의석수를 축소하고 여당 단독 과반을 확보했다. 그리고 볼리바리안 미션, 좌파 사회단체 조직화, 석유회사 국영화, 사법부 장악을 차례로 해 나갔다.
베네수엘라의 비극은 여기서 시작됐고, 2005년 선거에서 확실해졌다. 여당과 여당의 위성정당이 사실상 거의 모든 의석을 가져갔다. 야당이 선거를 보이콧했을 정도다. 이제 베네수엘라의 집권 좌파들은 그야말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그리고 이 후유증은 차베스가 죽고 난 뒤에도 계속된다. 야당 연합은 의회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뒀지만, 이미 정부, 사회단체, 사법부, 선관위가 모두 '좌파 얼라이언스'를 구축한 상태여서 손을 쓸 수 없었다. 경제가 망해가는데도 의회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거다. 석유를 팔아서 메꾸던 좌파복지정책의 구멍이, 유가가 하락하니까 수습이 어려워졌다. 경제가 완전히 망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좌파 얼라이언스'는 여전히 건재하고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힘든 것은 국민들이다.
나는 지금 정부여당이 베네수엘라와 똑같은 것, '좌파 얼라이언스'를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도 사법부 장악을 위해 손을 뻗은 것이다."
잠시 숨을 고른 윤 의원은 "'좌파 얼라이언스든, 무엇이든 잘 하면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지금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납득이 안 간다"고 강연을 이어나갔다.
"난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한다. 실제로 규제개혁을 제일 많이 한 대통령이 누굴까. 첫번째는 김대중 대통령이고, 그 다음이 노 대통령이다. 한미 FTA가 한국의 경제 시스템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일인데, 여권의 반대에도 참여정부에서 마무리했다. 평택 미군기지, 국제자유도시 만들면서 삼성반도체 공장이 그곳에 세워질 수 있었다. 파주 LED 산업단지, 용산 국제학교도 다 노 대통령이 한 일이다. '노 대통령은 민족주의자고, 대기업도 싫어하니까 안 하겠지' 라고 하던 일들 전부 나라를 위해서 했다. 노 대통령에 대해 선입관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 아무말도 못 했다.
그런데 이 정부는 경제에 대한 기본적 마인드가 없다. 경제는 아주 예민한 생물이라, 우격다짐으로 접근하면 절대 안된다. 그런데 최저임금 확 올리고 근로시간 강제로 단축시켰다. 내가 이낙연 총리에게도 한 이야기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노 대통령의 3분지1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참여정부에서, 노 대통령 곁에서 본 게 있을 텐데 왜 그럴까' 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보수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공유할 수 있는 가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보수우파의 이념적 가치와 지향성을 가진 정당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로 한국당에 그런 게 있었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을 보자. 나 스스로도 '나는 역사의 죄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자기 당이 내놓은 대통령을 탄핵한 경우는 전세계 정당사에 없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가 고민해보니, 보수 우파의 가치와 이념적 지향을 공유하는 집단이 아니라 당시 새누리당은 개개인의 이익에 민감한 사람이 모인 집단이었던 것이다.
진보좌파들은 비교적 유사한 가치, 이념 지향에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고, 뭉쳐서 힘을 냈다. 정권도 가져왔다. 보수우파는 그런게 없었다. 진보든 보수든 혼자 오래 집권하면 절름발이 정치가 되고, 나라가 파멸로 향한다. 그런데 보수가 통합을 못 하고 있어서 지금 우리가 위기인 것이다. 통합은, 가치와 이념적 지향의 공감대를 먼저 형성한 뒤에 가능하다.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
미국 트럼프가 왜 오바마 케어를 지우려고 하는가. 그건 정치적 대립의 문제가 아니라, 공화당의 가치와 맞지 않아서다. 국가의존적으로 만드는 오바마 케어는 자유를 강조하는 공화당의 미국정신에 맞지 않는 거다. 이렇게 정립된 가치 안에서는 행동도 일관적이고, 국민들도 설득된다. 우리 사회가 좀더 나아지기 위해, 기업가적 국가, 자유시민을 책임지는 사회 등의 가치를 보수 우파가 먼저 정립해서 정치해야 한다."
좌우명 : 행동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