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화된 조기대선]대권주자 손익계산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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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화된 조기대선]대권주자 손익계산서는?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12.05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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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재명은 ‘기대감’, 안철수·반기문은 ‘두고보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탄핵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 대변인격인 황영철 의원은 지난 4일 전체회의 직후 브리핑을 갖고 “여야가 대통령 퇴진 일정에 대해 합의하지 못한다면 9일 탄핵 표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며 “찬성까지 결정한 것으로 봐도 된다”고 밝혔다. 야당이 새누리당의 퇴진 일정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비박계가 ‘탄핵 열차’에 탑승하기로 결정한 셈이다.

이로써 9일로 예정된 탄핵소추안 표결도 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 헌법 제65조 제2항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요건을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발의와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규정하는데, 야권 성향 의원 172명과 비박계 40여명을 더하면 200석을 상회한다. 또한 매 주말마다 역대 최다 인원을 경신하고 있는 성난 민심을 고려하면, 헌법재판소에서도 기각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조기 대선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 뉴시스

문재인·이재명 ‘맑음’

이러다 보니 정치권의 눈은 벌써 탄핵 정국 이후에 있을 조기 대선에 쏠리고 있다. 헌법 제68조 제2항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규정한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63일 만에 판결이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3월~4월에는 대선이 치러질 공산이 크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도 지난달 25일 “12월 2일이나 9일에 탄핵안이 의결돼서 헌재가 2~3개월 안에 결정을 내리면 내년 3월이나 4월에 대선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기 대선 시기가 3월이나 4월로 결정된다면, 최대 수혜자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일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일 발표한 결과에서 문 전 대표는 20.7%의 지지율로 6주 연속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지난 대선에서 패한 직후부터 차기 대선을 준비해왔던 문 전 대표는 조직이나 정책 준비 면에서 타 후보에 비해 월등히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일 SBS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즉각 퇴진하고 두 달 내 대통령 선거를 하자는 게 강하게 있고, (문재인 전 대표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조기 대선으로 이득을 볼 수 있는 후보다. 당초 야권 경선의 ‘페이스메이커’ 정도로 분류됐던 이 시장은 ‘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 속 시원한 강경 발언을 이어가며 일약 유력 대권 후보로 부상했다. 앞선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이 시장은 전주 대비 3.2%포인트 오른 15.1%로 문 전 대표(20.7%)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18.2%)가 구축해놓은 양강 구도에 균열을 냈다. 더욱이 20%대에서 박스권에 갇힌 문 전 대표와 달리, 이 시장의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5일 〈시사오늘〉과 만난 친문(親文)계 인사 역시 “보통 때였다면 강성(强性)인 이 시장의 스타일이 지지율 확장에 걸림돌이 됐을 텐데, 최순실 사건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치솟은 상황이라 이 시장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 같다”며 “내년 상반기에 대선이 치러진다면 이 시장이 상당히 파괴력 있는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했다.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는 조기 대선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 뉴시스

안철수·반기문 ‘유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경우 유·불리를 따지기 애매한 상태다. 기본적으로 안 전 대표는 조기 대선도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다. 내년 초 대선이 치러지면 새누리당에서는 마땅한 후보를 낼 수 없고, 갈 곳 잃은 중도·보수 표는 안 전 대표에게로 쏠릴 것이라는 계산이다. 지난달 〈시사오늘〉과 만난 국민의당 관계자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이 안 전 대표에게 좋을 것이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새누리당이 후보를 내지 못하면 보수표는 문 전 대표가 아니라 우리에게 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답했다.

다만 탄핵 정국에서 안 전 대표가 다소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민심을 잃었다는 점이 변수다. 안 전 대표는 지난 3일 대구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했다가 “대구시민들은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안철수는 빠지라” 등의 구호를 들어야 했다. 이에 안 전 대표는 4일 “일부 시민의 의견”이라고 해명했지만, 탄핵 정국을 거치며 안 전 대표가 적잖은 불확실성을 떠안게 됐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경우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주자로 꼽힌다. 당초 반 총장이 유력 대권 후보로 떠올랐던 이유는 마땅한 대권 주자가 없는 새누리당이 반 총장에게 ‘꽃가마’를 태워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반 총장은 새누리당과 힘을 합치기 어려운 입장이 됐다.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조직·정책·자금 등 모든 준비를 처음부터 해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이 앞당겨지면 반 총장은 물리적 시간의 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정치권의 혹독한 검증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까지의 준비 과정이 짧아진 만큼, ‘정치인 반기문’에 대한 검증 기간도 단축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이 경우 ‘정치적 노선이 불분명하다, 정치인으로서 검증되지 않았다, 대통령 당선 이후의 청사진이 부재하다’ 등 반 총장의 약점으로 지목되던 사항들이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5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반 총장이 시간에 쫓기게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정치권의 검증 공세에 노출되는 시간도 짧아진다는 이점이 있다”며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이미지가 소모될 시간이 단축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조기 대선이 반 총장에게 이득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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