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윤혁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국회 출입이 통제되자 담을 넘어 진입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본회의를 긴급 소집해 계엄 해제를 이끌어낸 우원식 국회의장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우 의장은 실향민 2세로 태어나 대학시절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퇴진 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투옥되는 등 운동권에 몸담았다. 이후 현실정치 입문은 198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 재야에서 활동한 문동환, 박영숙, 임채정, 이해찬 등과 함께 평화민주통일연구회를 통해 평화민주당에 입당하면서다.
대개 그 시대 운동권 출신들이 중앙정치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것과 달리 우 의장은 광역의원을 시작으로 5선의 국회의원과 의장까지 맡게 된 입지전지적 인물이다.
이러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그는 특유의 ‘무색무취한’ 스타일 때문에 대권후보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탄핵 정국 활약 이후 자신의 이름이 처음으로 대권주자 조사에 오르게 됐다. 그가 정치에 입문한지 37년 만에 일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해 12월 23~24일 이틀간 100% 무선 ARS 방식으로 범야권 대선후보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우 의장은 선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79.9%에 이어 5.4%를 기록하며 2위를 차지했다. 격차는 크지만 그간 이 대표의 대항마 그룹으로 불렸던 김동연·김부겸·김경수 등의 ‘신삼김’ 후보들을 단숨에 제친 것은 괄목할 일이었다.
이 같은 기류를 두고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인해 피선거권이 박탈될 경우 민주당의 ‘플랜B’로 우 의장이 급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비호감도가 낮아 중도확장성이 높은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12월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2명에게 정계 요직 인물에 대한 개별 신뢰도를 물은 결과 가장 높은 신뢰도를 자랑하는 인물은 우원식 국회의장이었다. 우 의장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56%로 1위였으며 ‘신뢰하지 않는다(불신)’는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 중 신뢰가 불신보다 높은 정치인은 우 의장이 유일했다.
또 계파색이 상대적으로 옅어 당내 의원들을 비롯한 범야권 인물들과 두루 화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언급된다. 우 의장은 더불어민주당 20대 대통령 후보 경선 때부터 이재명을 지지하는 등 사이가 나쁘지 않고 실제 전반기 국회의장 경선 당시 대세론을 형성했던 추미애 의원을 누르고 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이어 비명이자 친문계에 속한 새미래민주당 설훈 전 의원도 지난해 12월 26일 유튜브 채널 뉴스1TV <팩트앤뷰>에 출연해 우 의장을 향해 “좋은 지도자이고 국민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아마 대통령이 되면 무지하게 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기에 대권 출마가 공식화되면 계파를 가리지 않고 세력화될 수 있는 잠재요소가 있다.
다만 우 의장은 지난해 12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외신 기자회견에서 대선 도전 가능성에 대해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는데 정치권에선 당내 압도적 지지를 받는 이 대표가 재판을 앞둔 상태에서 자신의 의지를 피력할 수 없었을 것이라 풀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동수 정치평론가는 최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정치적 생명이 ‘풍전등화’인 상황에서 대권 욕심을 내비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3심에서도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온다면 당원들 입장에서도 비명계로 불리는 ‘신삼김’보다 거부감이 적은 우 의장이 대안으로 선택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국회의장을 역임한 경우 보통 정치 은퇴 수순을 밟지만 우 의장은 지역구 관리를 포함한 광폭 행보를 하고 있기에 기회가 온다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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