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 독주 막을까…KT 입장 ‘미정’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강수연 기자]
지상파 3사가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에 힘을 실어주면서,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연합 전선 구축이 본격화됐다. 웨이브와 티빙 연합은 글로벌 플랫폼의 아성에 도전한다. 넷플릭스와 같은 초대형 플랫폼에 대항할 유력한 경쟁자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내 영상 서비스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단 평가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웨이브의 주요 주주인 지상파 3사는 티빙과 웨이브 합병안에 동의했다. 덕분에 양사 통합 논의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번 통합은 단순히 플랫폼을 하나로 합치는 것을 넘어 콘텐츠, 기술력, 사용자 경험 전반에 걸친 전면적인 협력을 의미한다.
웨이브는 지상파 3사의 강력한 콘텐츠 라인업을 기반으로 하고, 티빙은 예능 및 오리지널 콘텐츠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이들의 강점이 잘 섞이기만 한다면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두 플랫폼이 손을 잡는다면, 국내 시청자들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들이 속속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올 들어 웨이브와 티빙이 보여준 성과도 고무적이다. 지난 5월 티빙은 독점 공개한 ‘선재 업고 튀어’의 마지막 화가 인기를 끌어 국내 OTT 업계에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해당 마지막 화가 공개된 당일, 티빙의 시청 시간은 250만 시간에 달해 국내 OTT 최초로 일일 기준 넷플릭스의 시청 시간을 넘어섰다.
웨이브는 2024년 3분기 동안 추석 연휴와 파리 올림픽 등 특수 시즌에 힘입어 전년 대비 장르별 시청률이 10~30% 상승했다. 올림픽 개막식 당일 신규 유료 가입자 수는 3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영화 ‘그녀가 죽었다’는 추석 연휴 시청 지표에서 주 단위 10%씩의 상승을 이뤘다. '내 이름은 김삼순 2024’는 30대 여성 시청층의 지지를 얻기도 했다. 해당 시청층이 전체의 67%를 차지할 정도였다.
업계는 웨이브와 티빙 모두 주요 방송사로부터 인기 있는 콘텐츠를 공급받고 있는 만큼, 합병 시 넷플릭스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제는 국내 업체들 간 협력을 통해 경쟁력 있는 콘텐츠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합병 완료 전까진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당장 티빙의 주요 주주인 KT가 아직 합병 관련 입장을 명확히 내놓지 않고 있다. KT의 합의 여부와 주주들 간의 이해관계 조율이 통합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OTT 사업자인 넷플릭스와 비교해 투자 규모 면에서 열세인 점도 난관이다.
한 관계자는 "합병 이후의 운영 방식, 비용 분담, 콘텐츠 공급 전략 등 세부 사항 합의 등이 관건"이라며 "합의만 잘 이룬다면, 통신사와 방송사 간 연합 체계 형성으로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론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며 성장 기반을 다져나가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좌우명 : Hakuna mata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