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만위원회, 항상 시민의 편에 서겠다”
“시민들도 공무원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주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완벽(完璧)은 도달할 수 없는 가치다. 세상 그 무엇도 완벽하진 않다. 완벽할 수도 없다. 그러나 항상 추구해야만 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실현할 순 없더라도 무결(無缺)을 위한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
서울시청 서소문제1청사에는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다. 행정은 결코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아는 사람들. 그럼에도 완벽을 추구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 그래야 시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고, 또 상처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들이 일하는 곳이 바로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다. 옴부즈만위원회는 위법·부당한 행정처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들의 민원을 연 400~500건 이상 처리하며 시민 권익 보호와 서울시 행정의 질(質)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그렇다면 옴부즈만위원회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조직일까. 시민들이 옴부즈만위원회를 통해 권익을 보호받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시사오늘>은 6월 17일 서울시청 서소문청사를 찾아 주용학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 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옴부즈만위원회, 시민 권익 보호하는 기관”
옴부즈만(ombudsman)이란 스웨덴어로 ‘왕의 대리인’라는 뜻이다. 스웨덴에서 행정기관 등에 대한 민원을 조사하는 사람을 옴부즈만으로 부른 데서 유래됐다. 하지만 ‘행정기관에 대한 민원’이라는 설명은 어딘가 이해하기 어려운 데가 있다. 주용학 위원장에게 자세한 소개부터 부탁했다.
-옴부즈만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하는 조직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알기 쉽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옴부즈만이라는 단어가 원래 스웨덴어로 ‘왕의 대리인’이라는 의미거든요. 조선시대에는 억울한 일을 당한 국민이 신문고를 쳤잖아요. 그러면 왕이 직접 행차할 순 없으니 대리인을 보내서 고충을 들었는데, 옴부즈만위원회가 그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는 서울시민이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권익을 침해당했을 때 고충을 듣고 해결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다른 하나는 일종의 암행어사 역할입니다. 주민들이 지방자치법에 정해진 대로 100명 또는 150명의 서명을 받아서 주민감사 청구를 하면 저희가 감사를 합니다. 또 고충 민원을 처리하다가 행정기관의 위법·부당한 행위가 발견돼서 감사의 필요성이 생길 경우 의결을 거쳐 직권 감사를 하기도 합니다.”
-행정기관이 개별적으로 두는 민원 창구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민원이 들어오면 1차적으로 해당 부서와 자치구에서 처리를 합니다. 그런데도 안 되는 민원을 고충 민원이라고 하는데, 바로 이걸 저희가 맡게 됩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민원 처리 사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주차장이 있는데요. 민원인이 월 주차를 하는데, 요금을 5일 늦게 낸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5일 동안 주차 한 것이 시간단위로 계산돼서, 주차요금이 46만800원 정도 나왔습니다. 월 주차비가 18만 원 정도인데 요금을 5일 늦게 냈다고 46만800원을 내라고 하니 민원인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겠죠. 하지만 공단은 돈을 안 내니 이자를 계속 매기고 차도 압류할 수밖에 없죠.
이 민원이 접수돼서 저희가 조사를 해 봤더니, 시설관리공단이 위법·부당하게 법을 집행한 건 아니었습니다. 절차에 따라 5일 동안 밀린 요금을 계산해서 청구한 게 46만800원이었던 거죠. 그래도 시민 입장에서는 억울하잖아요. 그래서 민원인의 억울함을 해결하기 위해 저희가 운영하고 있는 민원배심제를 활용했습니다.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배심원들에게 심판을 요청한 거죠.
그 결과 5 대 5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시민도 애초에 계약서를 쓸 때 연체가 되면 연체금을 내야하는 걸 알았으니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고, 시설관리공단도 미납이 될 때는 미리 알려줘서 주차비를 내도록 해야 하는데 늦게 알려준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주차비를 50% 감면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옴부즈만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가장 잘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옴부즈만위원회를 활용하려면 어떤 경로를 거쳐야 하나요.
“저희 위원회로 직접 전화를 하시는 방법도 있고, 온라인 누리집을 통해 민원을 접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또 다산 120 콜센터로 접수를 하실 경우에도 옴부즈만위원회가 처리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되는 민원은 저희 쪽으로 배정됩니다.”
“지방자치 성공하려면 시민이 주인 되는 시정 펼쳐야”
행정학박사인 주용학 위원장은 지방자치 전문가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수석전문위원을 지냈고, 대통령직속 지방이양추진위원회 실무위원도 맡았다. 그런 그가 옴부즈만위원회에 몸담게 된 이유를 물었다.
-계속 지방자치분야에서 활동해왔는데, 옴부즈만위원회 일을 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옴부즈만이 하는 일은 결국 건전한 시정·구정을 위한 겁니다. 저는 옴부즈만위원회를 건강검진 기관에 비유하는데요. 지방자치가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시민이 주인이 되는 시정·구정을 구현해야 하고, 그러려면 민원인의 권익을 최대한 증진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옴부즈만은 바로 민원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기관이고요. 건강한 서울시정과 자치구정을 실현하고 지방자치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옴부즈만처럼 시민들을 대변하는 기관이 더 확대되고 정착돼야 한다고 봅니다. 실제로 요즘 자치구들에서도 옴부즈만을 많이 구성하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행정학 전문가로서 옴부즈만위원회의 발전을 위해 어떤 활동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위원장이 되면서 ‘제2의 도약의 시기’라는 선언을 했습니다. 단순히 민원인들을 만나서 고충을 듣고 해결하는 수준을 넘어서, 어떻게 민원 처리를 체계화하고 과학화할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걸 위해서 저는 50명의 법률자문단을 구성해서 어떤 쟁점이든 바로바로 법률자문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또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시민참여 옴부즈만도 35명에서 100명으로 늘렸습니다. 10개 분야에 10명씩의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죠.
이뿐만 아니라 현장 민원 내 지역 지킴이단도 활성화했습니다. 25개 자치구에서 동별로 10명 이상의 지킴이단을 구성해 보도블록 파손이라든지 불법 주정차 같은 시민의 생활 불편과 시민안전에 직결되는 문제들을 신속하게 확인하고 해결하는 시스템을 갖췄어요. 이렇게 민원이 제기되기 전에 저희가 먼저 적극적으로 불편 사항을 개선하려 노력하고, 민원이 접수됐을 때는 철저한 법률 자문을 받아 처리하다 보니까 민원인들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해당기관의 수용률도 높아졌습니다.”
-법률자문단 확충이나 지킴이단 구성을 위해서는 예산 확충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시의회에서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저희가 요청한 예산을 행정자치위원회에서 많이 반영해주셨어요. 덕분에 원활한 법률 자문이 가능하고, 현장 민원 내 지역 지킴이단을 구성해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시의회와 서울시 본청에 수시로 가서 설명하고 설득하고 당위성과 필요성도 말씀드렸더니 많이 공감해주시더라고요.”
-위원장으로서 앞으로 위원회를 어떻게 이끌어갈 생각인가요.
“지난해와 올해는 고충민원이나 감사를 체계화하고 시스템화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제도적으로도 조례 개정을 통해서 미흡한 부분을 개선했고요. 이제는 이 시스템을 제대로 정착시킴으로써 천만 서울시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인권을 신장하는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서울시민의 아프고 힘든 곳을 감싸고 보듬는 중요한 일은 정말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 분의 시민이라도 억울한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앞으로 우리 위원회가 할 일입니다. 특히 조직이 개편되면서 올해 7월 1일부로 저희 위원회가 인권업무를 담당하게 됐습니다. 시민의 권익을 증진시키고 인권을 보호하면서 명실상부한 서울시의 건강검진 기관 역할을 수행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끝으로 시민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는 늘 시민의 입장에서 시민의 눈으로 시정을 살피고 시민의 편에 서겠습니다. 억울한 일이 있을 때는 꼭 저희 위원회를 찾아주십시오. 덧붙여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건, 공무원들도 내 가족이라는 마음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공무원들도 시민들이 내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돕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도 공무원들을 내 형제·자매·아들·딸이라는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