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 견제’·中 ‘내수 살리기’…韓 석유화학, 반사이익 노린다 [하반기 한국경제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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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국 견제’·中 ‘내수 살리기’…韓 석유화학, 반사이익 노린다 [하반기 한국경제②]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4.06.01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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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국산 일부 품목 관세율 상향…‘이구환신’ 中 수요 회복 기대
中 우회수출 여전하고 자급률도 높아…반사이익 ‘제한적’ 목소리도

국내외에서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수출 개선세가 지속되고 내수도 어느정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최근 한국은행은 2024년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제시했습니다. 석 달 전인 2월에 내놓은 2.1%보다 0.4%p, 꽤 크게 올렸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종전 2.2%였던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무디스는 2.0%에서 2.5%로 높였고,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글로벌 IB들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 안팎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다만,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기저효과, 즉 작년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올해가 좋아보이는 것일 수 있다는 얘깁니다. 아울러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여전하고,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는 더욱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고금리, 고물가 부담은 물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려 또한 꺼지지 않고 있습니다. 낙관과 비관이 공존하는 올 하반기 한국경제. 그 방향타가 어디로 향할지 짚어봅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미국이 일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높이는 등 중국 견제에 나서면서 그간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인한 석유화학 업황 악화가 방어될 수 있단 기대가 나온다. 수요 역시 중국의 ‘이구환신(以舊換新)’ 등으로 회복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미국 등이 아직 중국의 우회수출 제재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고, 중국의 석화 제품 자급률도 높아진 만큼, 국내 석유화학의 반사이익에 제한이 있을 것이란 목소리도 들린다.

금호석유화학 여수고무2공장 전경. ⓒ 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 여수고무2공장 전경. ⓒ 금호석유화학

 

美, 중국산 관세 높이며 견제책 강화…中 ‘이구환신’ 등 전방 회복도 ‘기대’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14일 브리핑을 통해 중국산 제품에 적용되던 관세율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당장 중국산 전기차향 배터리의 관세율이 올해부터 기존 7.5%에서 25%로 오른다. 의료용 고무 장갑 관세율은 오는 2026년부터 7.5%에서 25%로 인상된다.

업계에선 이에 따른 국내 기업의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가 나온다. 금호석유화학은 의료용 장갑에 활용되는 NB라텍스 글로벌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국내 기업의 대미(對美) 수출 비중이 크진 않은 만큼, 당장 실적에 효과가 반영되긴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석유화학산업 현황 및 3대 리스크 점검’ 보고서 내 국가별 수출 비중 추이를 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석화산업의 전체 수출 중 대미 수출은 9.3%에 그친다. 대중 수출(36.3%), 대 유럽 수출(17.9%) 대비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이 같은 대중 견제를 유럽과 아시아 등에도 요구하고 있고, 유럽 등은 실제로 발 맞춰 대응에 나서고 있는 만큼 업황에 미칠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G7 회의를 앞둔 지난달 23일 “우리는 단결해 중국에 통일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며 다른 국가들에 중국 견제 동참 필요를 역설했다. EU는 지난해 중국산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일부 제품에 6.6~24.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 A씨는 “중국 제품 관세가 더 붙으면, 당연히 우리나라 기업의 석유화학 제품 수출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구환신’ 등 내수 진작책을 펼치면서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중국의 이구환신은 노후화한 제조 설비와 낡은 소비재를 교체하면 보조금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교체 주기에 다다른 생산설비, 발전 및 배전 설비 등의 친환경·디지털 전환 등에 보조금을 중점적으로 지원한단 계획이다. 자동차, 가전, 가구 등 내구소비재를 대상으로도 지원책을 마련한다.

LG화학은 지난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석유화학 제품은 2분기부터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했다. 특히, 중국의 자동차·가전 소비 진작 정책 등으로 ABS 사업 중심 수요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낙관할 수만은 없다. 중국은 지난 2019년 이후 범용 제품 설비를 꾸준히 확대했다. 이에 따라 PP(폴리프로필렌) 등 범용 제품의 자급률은 이미 10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즉 중국 이구환신으로 인한 대중 수출 확대 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다. 

 

중국 우회수출 잡긴 아직 ‘역부족’…신사업·스페셜티 등 투자 ‘계속’


일각에서는 반사이익에 제한이 있을 거라 관측하기도 한다. 여전히 중국의 우회수출에 대해서는 아직 글로벌 시장의 대응이 첫발을 뗀 수준이라서다.

미국은 지난 2022년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FLPA)를 통해 중국산 섬유, 화학물질, 금속가공 등 제품의 수입을 제재했다. 해당 정책은 위구르산 원재료를 활용해 다른 국가에서 조립, 제조된 상품 역시 대상 삼은 바 있다.

이성범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등이 작성한 ‘미국의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 시행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는 UFLPA 시행 후 1년간 수입이 불허된 화물은 총 5억 달러로, 중국산 화물보다 말레이시아산, 베트남산 화물이 더 많이 통관 보류됐다고 전한다.

여전히 잡히지 않는 우회 수출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한국무역협회의 ‘중국의 대미국 우회수출 추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미중분쟁 이후 베트남, 멕시코에 대한 중국 기업의 현지 투자와 함께, 베트남과 멕시코의 대중국 수입 의존도는 늘었다. 2017년 대비 2022년 수치를 살펴보면, 각각 5.3%p, 2.0% 늘어난 수준이다. 동시에 미국의 수입에서 베트남, 멕시코산 제품의 비중은 대중 관세가 부과되는 제품을 중심으로 늘어났다. 중국의 베트남, 멕시코를 경유한 대미 우회 수출이 늘어난 셈이다.

김나율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원은 해당 보고서에서 “중국은 베트남을 통해 섬유제품, 전기광학장비와 금속제품을 미국으로 우회수출하고 있으며 특히 2019년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 시행 이후 우회수출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은 기대는 일단 미뤄두고 스페셜티, 신사업 중심 경쟁력 강화에 계속 힘을 쏟는 모습이다.

LG화학은 올해 하반기에도 3대 신성장 동력(△친환경 △전지소재 △혁신 신약)을 중심으로 한 투자를 이어간다. 앞서 신설한 태양광 패널용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이소프로필 알코올(IPA) 등 고수익 제품 신규 라인 가동 등으로 2분기 흑자 전망도 내놓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앞서 친환경 사업 비중을 2018년 7%에서 2026년 16%, 2030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전기차 솔루션, 친환경 바이오, 고부가 스페셜티 등이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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