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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가쓰라·태프트 밀약과 북미정상회담

기사승인 2018.06.03  16:3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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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의 논리는 오직 힘의 원칙(Rule of Power)임을 잊지 말아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논설위원)

   
▲ 러일전쟁 당시 패배한 러시아군의 철수 장면(좌)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우) 사진제공=뉴시스

러·일 전쟁은 한반도 운명이 일제에 넘어가게 된 결정적인 터닝포인트다. 러시아와 일본은 한반도를 놓고 첨예한 대립을 펼쳤다. 정상적인 국가를 운영하기 어려웠던 대한제국은 러시아와 일본의 눈치를 보며 국외 중립을 선언했다.

일본은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다. 바로 미국과 영국이다. 미국과 영국은 러시아의 남하정책을 저지하고자 아시아의 새로운 강자 일본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국제 정세에 밝은 일본은 이 점을 간파하고 미영의 후원을 믿고 러시아를 선제 공격했다.

전쟁이 시작되자 일본은 대한제국의 중립선언 따위는 무시하고 일본군의 한반도 내에서 군사적 요충지의 사용권을 보장받는 한일 의정서 체결을 강요했고, 무능한 고종은 이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은 러시아군을 유린하면서 제1차 한일 협약을 체결해 대한제국의 내정을 장악했다. 외교 고문에 스티븐스를, 재정고문으로 메가타를 임명해 이른바 ‘고문 정치’를 펼쳤다. 사실상 대한제국은 일본의 속국이 됐다.

미국과 영국은 일본의 승전이 예상되자 한반도를 희생양으로 삼기로 했다. 먼저 미국이 나섰다. 미국과 일본은 1905년 7월에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체결한다. 미국은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인정하고, 일본은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인정하기로 담합한 것이다. 물론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과의 밀약을 깨고 필리핀 침공에 나섰지만 러·일 전쟁 당시에는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 일이었다. 강대국의 논리는 힘의 원칙(Rule of Power) 그 자체였다.

영국도 한 달 후 일본과 제2차 영일동맹을 체결해 한반도 지배권을 인정했다. 대신 영국은 인도의 지배권을 인정받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영국도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동남아 식민지를 일본에게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다.

결국 일본은 그해 9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자가 됐다. 러시아도 포츠모스 조약을 통해 일제의 한반도 독점 지배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허울뿐인 대한제국은 자신의 운명을 강대국에게 내맡기고 서서히 역사 속에 사라지게 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놓고 김정은과 기싸움에서 이겼다. 미국은 북한과 고도의 치킨게임을 하다가 급작스런 정상회담 취소 결정으로 전 세계를 뒤흔들더니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로 6·12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확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긴급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의 불씨를 되살렸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담판에서 결정될 것이다.

2018년의 한반도는 러·일 전쟁 당시만큼 긴박한 상황이다. 김정은 정권은 중국과 러시아와 긴밀한 협조하에 북미정상회담에 나서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를 지지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한미 동맹 균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본이 러시아와의 일전을 앞두고 미국과 영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국제 사회로부터 한반도 지배를 인정받았다. 김정은 북한 정권도 중국과 러시아를 우군으로 삼아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국제 사회의 냉엄한 진리인 힘의 원칙(Rule of Power)이 현실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북미정상회담을 대비해야 한다. 미국이 113년 전처럼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면 우리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윤명철 논설위원 sisaon@sisaon.co.kr

<저작권자 © 시사O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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