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사짜혁명④ 회계士]신뢰 잃은 사짜 회계사…”우리는 양아치다”

기사승인 2018.05.13  09:00:11

공유
default_news_ad1
대우조선해양·한진해운·삼성바이오로직스 등서 ‘객관성’ ‘중립성’ 훼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전기룡 기자)

   
▲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관계자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 2015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모습. ⓒ뉴시스

회계사(會計士)는 기업의 재무상태를 들여다보고, 허위나 부정 사실이 존재하는지 점검하는 ‘사(士)짜’다. 이들에게 있어 중요시 여겨지는 덕목은 기업의 재무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분석력과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중립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결단력이다.

하지만 최근 회계업계는 대우조선해양을 시작으로 한진해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등과 연루되면서 객관성과 중립성이 훼손된 모습이다. 일부 회계사들이 물을 흐린 것이겠지만,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성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2015년 7월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 실적 발표에 앞서 그간 숨겨왔던 3조1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수년에 걸쳐 분식회계를 자행했음을 시인한 것이다. 그 결과 대우조선해양은 부채가 자산대비 3조2000억 원 초과하는 부실기업으로 전락했으며, 이후 수십조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나서야 가까스로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

해당 사건은 남상태 전 사장, 고재호 전 사장 등 당시 경영진들의 비도덕적인 경영판단이 핵심이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이들과 유착관계를 형성해 분식회계에 동참했던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하 안진회계법인)의 도덕적 해이도 무시할 수 없다.

더욱이 안진회계법인은 삼일·삼정·한영회계법인과 함께 업계에서 빅(Big) 4로 꼽히는 회계법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내려진 처분은 1년간의 영업정지에 불과하다. 담당 전·현직 회계사에 내려진 징역형의 실형도 가볍다는 평가다. 충분히 만회 가능한 처분과 실형이기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도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에 ‘미공개 정보’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잡음을 일으켰다.

검찰에 따르면 최 전 회장은 자율협약 신청을 앞두고 한진해운의 주식을 처분해 약 11억 원의 손실을 회피했다. 문제는 최 전 회장의 주식 매각이 안경태 전 삼일회계법인 회장과의 통화 직후 이뤄졌다는 점이다. 삼일회계법인은 한진해운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의 실사 기관이다.

당시 재판부는 “주주 등 일반 투자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손해를 입게 한데다 시장경제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지난해 12월 최 전 회장에게 징역 1년6개월과 벌금 12억 원, 추징금 5억여 원을 선고했다. 반면 삼일회계법인에도 제재가 내려졌지만 손해배상공동기금 50% 추가 적립, 3년간의 한진중공업 감사 업무 제한 등에 그쳐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금융감독원은 5월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가 인정된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직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회계 기준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만년 적자를 기록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이익 1조9000억 원의 견실한 회사로 탈바꿈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의 경우 5월 17일 금융위원회 임시 관리위원회를 거쳐 5월 23일, 늦어도 6월 7일까지는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결론지어질 사안이다. 함부로 예단할 수 없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 급락이나 삼성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분식회계였다는 지적 등을 감안한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외부감사인이었던 삼정회계법인과 지정감사인었던 안진회계법인에 불똥이 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이처럼 일부 회계사, 회계법인들의 일어탁수(一魚濁水)가 계속되면서 회계업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소회계법인협의회는 최근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공정감사 결의대회’를 열고 “자본시장의 파수꾼인 공인회계사가 자본가의 파수꾼으로 불신을 받고 있음을 자성해야 한다”며 “잘못된 재무제표, 기업의 부정한 제의, 외부의 압력에 대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회계사들 사이에서는 회계사라는 일에 대해 회의감을 느낀다는 말도 들렸다.

빅4 회계법인 중 한 회사에서 근무하는 20대 회계사는 “우리들은 양아치”라며 “어중간한 학교, 어중간한 학과를 나와서 돈과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선택한 직업인데, 어느새 다들 돈만 좇고 있더라. 나도 이미 물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30대 초반 회계사도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사태를 겪으면서 회계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바뀌었다. 현장에서 쉽게 체감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개혁에 선후배들이 함께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회계사와 함께 자본시장의 파수꾼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세무사’(稅務士) 역시 갖은 비리에 연루되며, 대중들의 믿음을 저버리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부 소속 자유한국당 이현재 의원이 2017년도 국감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 7월까지 비위(非違)·비리(非理)로 징계 받은 세무사는 총 274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한 사안(237건)은 ‘세무사법 제 12조 성실의무’에 대한 위반이다. 세무사법 제12조에는 ‘세무사는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 품위를 유지하고, 고의로 진실을 숨기거나 거짓 진술을 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외에도 세무사의 사무직원이 국세공무원에게 향응을 제공했을 경우를 의미하는 ‘세무사법 제12조 관리소홀’과 세무사의 명의를 타인에게 대여한 경우를 뜻하는 ‘세무사법 제12조3 명의대여 등의 금지’도 각각 14건(5.1%), 9건(3.28%)을 기록했다.

문제는 세무사가 본연의 의무를 저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내려지는 처벌이 지극히 가볍다는데 있다.

자료에 따르면 비위·비리를 저지른 세무사 10명 가운데 6명이 과태료(161건), 견책(8건)이라는 경징계(61.67%)를 받았다. 반면 등록취소(2건), 직무정지(98건), 등록거부(5건)와 같은 중징계는 105건(38.32%)에 불과했다.

이 의원은 “세무사는 세무행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세무사법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며 “세무사징계위원회는 세무사의 세무사법 위반에 대해 일벌백계(一罰百戒)로 엄중하게 다스리고 감독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국세청 역시 세무사가 비리·비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철저하게 감독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전기룡 기자 sisaon@sisaon.co.kr

<저작권자 © 시사O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만평

1 2 3
set_P1

카드뉴스

1 2 3
item39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