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민병두의 조금 이상한 사퇴

기사승인 2018.03.11  12:12:15

공유
default_news_ad1
<기자수첩> 성추행 의혹에…‘´사실 아니다´면서도 사퇴선언
진실여부 떠나 ´안 좋은 대처´의 선례 될지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국회의원이 현역의원중에 처음으로, 성폭력 피해 폭로운동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의 가해자로 지목되며 10일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누구를 위한 사퇴일까.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현역의원중에 처음으로, 성폭력 피해 폭로운동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의 가해자로 지목되며 10일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이날 지난 2008년 5월 한 노래방에서 민 의원이 춤을 추다가 갑자기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 씨에게 키스를 했다고 보도했다. 민 의원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의원직을 내려놓을 의사를 발표했다.

그런데 민 의원은 입장문에서 성추행 의혹은 부인했다. “그 분이 상처를 받았다면 경우가 어찌되었던 죄송한 마음”이라면서도 “하지만 문제 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기억한다”고 말했다.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사건의 가능성은 두 가지다. 성추행을 했느냐, 아니냐다. 그 진실은 아직 알 수 없으나, 두 가지 가능성 모두에 대해 민 의원의 대처는 의아하다.

우선 만약 성추행이 맞다면, 피해자에게 하는 진정성 어린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 이후 민 의원이 공인으로서 의원직도 내려놓는다는 귀결이다. 하지만 민 의원의 입장문에는 성추행 의혹을 부인하는 주장이 실렸다.

피해자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냉정하게 행간을 보면 결국 ‘잘못한 것은 없으나 나의 평소 결벽한 소신 때문에 의원직을 내려놓겠다’는 주장 아닌가.

민 의원 측근들의 〈연합뉴스〉등의 보도에 따르면, 민 의원 측 관계자는 “민 의원은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깨끗하게 정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며 “어찌 됐든 본인을 가해자로 지목하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게 책임을 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체적으로 민 의원의 결벽성을 부각시키는 해명이다.

여기에 민 의원의 아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는 하지만 미투운동과는 다르다’고 설명하는 입장문을 냈다. 이어  ‘이 일에 남편의 잘못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남편의 성격과 강직성을 알고 있기에 한 번의 실수는 부부간에 용서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용서 의사를 덧붙였다.

일각선 이를 두고 또다시 논란이 일었다. ‘권력형 성추행’이 아니라 면죄부를 줘야 한다는 것인가, 아내인 자신이 용서하면 다 괜찮은 것인가, 하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민 의원 측에서 사퇴를 하면서 남긴 입장 표명들이 과연 피해자를 생각한 언사인가 하는 문제다.

다음으론 민 의원의 주장대로, 성추행은 일어나지 않았을 경우도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러나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기도 전에 선출직인 지역구 국회의원직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정치적 무책임이다.

같은 당의 표창원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SNS에 “알려진 것이 잘못의 전부라면 진솔한 사과와 서울시장 후보 사퇴 후 자숙과 봉사가 적절한 대처라고 생각한다”면서 “의원직 사퇴는 매우 신중히, 결정해야할 공적 사안”이라고 조언했다.

요약하면, 어느 쪽이든 민 의원의 이번 사퇴 결정은 ‘미투운동’의 결과로서, 잘못된 선례를 남길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식으로 해당 사건이 마무리되면서 끝날 경우 민 의원의 사퇴는 진정성이 담기지 않은 피상적 사과 또는 일종의 도피성 후퇴가 되고 말 것이다.

정치적으로 민주당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는 의도로도 보기 어렵다. 민 의원의 이러한 전격 사퇴는 민주당에 서울시장 경선 악재로 작용했을 뿐더러, 중앙당 차원에서 그토록 걱정했던 현역 지역구의 이탈사태기도 하다. 당 입장에선 당내 전략통으로 민주정책연구원장까지 지냈던 전력(戰力)의 어이없는 낙오다.

여러 모로 조금 이상한 사퇴다. 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규백 최고위원은 민 의원과 통화를 통해 사퇴를 만류 중이다. 철회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철회했을 경우에도 민주당은 ‘제식구 감싸기’라는 또 새로운 프레임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빨리 피하는 것이 아니다. 민 의원에게 묻고 싶다. 정말 잘못을 했다면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 혹, 잘못이 없다면 개인의 상처를 감수하고 진실을 위해 싸우는 것이 보다 사회를 위하는 길이 아닌가.

 

김병묵 기자 sisaon@sisaon.co.kr

<저작권자 © 시사O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만평

1 2 3
set_P1

카드뉴스

1 2 3
item39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