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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개혁, 상생과 협력이 아쉽다

기사승인 2017.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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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기업을 옥죄기 보단 경쟁 촉진하는 공정업무 기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기범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에 대한 평가 논란과 관련, "공직자로서 더욱 자중하고 시장의 경쟁질서 확립하고 경제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본연의 책임에 더욱 더 정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뉴시스

요사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위원장과 이재웅 다음 창업자 간의 때 아닌 설전이 화제다.

발단은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발언이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에 있었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잡스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독재자 스타일을 지닌 최악의 최고경영자다. 그러나 잡스는 미래를 봤고 그 때문에 모든 사람이 잡스를 미워했지만 존경했다”고 말하며, 네이버 이해진 전 의장의 미래 비전 제시에 아쉬움을 표명한 바 있다.

지난 달 14일 세종시에서 있었던 이해진 전 의장과의 만남 이후 가졌던 소회를 여과 없이 표현한 것이다. 당시 두 사람 간의 대화에선 네이버의 총수 지정 문제가 주제로 떠올랐다.

이달 초 단행된 공정위의 준(準)대기업 집단 지정대로 이해진 전 의장이 네이버의 총수로 지명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총수 지정으로 인해 이해진 창업자 본인은 물론, 그의 친·인척 개인 회사들도 모두 네이버와의 거래를 공개하는 규제를 받게 됐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잡스식 비전론’에 이재웅 창업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오만론’으로 반격한 것은 지난 9일이었다.

자신의 발언이 인터넷에서 논란을 일으키자 바로 하루 만에 ‘부적절’이란 단어로 수정했지만, 이는 자유와 개방을 가치로 삼는 인터넷 업계의 소명이라는 분석도 많다.

특히 순환 출자 등으로 경영권을 장악하고 공공연한 일감 몰아주기가 횡행하는 기존 재벌들과 IT 비즈니스는 다르다는 업계의 볼멘 목소리도 묻어 있다.

여기에 이해진, 이재웅 등과 같은 벤처 창업 1세대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삼류가 일류를 깔본 셈”이라며 김상조 위원장 비판에 가세한 것도 단순히 야당 대표로서 정부 여당을 공격한 것만은 아니라는 평가다.

공정위는 대기업에 대한 ‘저승사자’라는 기존의 인식에 더해 현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 적폐 청산의 선봉으로 상당한 기대를 받고 있는 조직이다. 특히 김상조 위원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불거진 재벌개혁을 추진할 적임자로 새 정부 조각에서 최우선으로 지명됐다.

‘공정위의 개혁의지에 도전하지 말라’는 취임 일성을 날렸던 김상조 위원장은 시민단체 출신의 강성 인물로 경제 개혁을 위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거대 인터넷 권력에 대한 견제를 도모하고 있다는 중평이다.

비록 논란은 찻잔 속의 태풍처럼 끝날 태세지만, 차제에 네이버와 같은 인터넷상의 거대 독점 세력 또한 성장한 규모만큼 새로운 지표가 적용돼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논리도 설득력을 얻는다. 네이버는 라인 등의 해외 사업 부문에서 큰 성공도 이룬 반면, 2014년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쇼핑 및 부동산 검색 시장에서 ‘갑질’ 혐의로 조사받은 전력이 있다.

더구나 지금은 이 전 의장의 개인회사 ‘지음’에 숱한 의혹의 눈길이 쏟아지고 있는 중이다. 공정위 측은 “자산 600억 원대의 지움 대표는 이 전 의장 동생으로 그 지분 관계에 대해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정위와 그 수장의 자리는 단순히 재계의 사정 칼날을 거머쥐고 휘두르기만 하는 자리는 아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위기 하에서 균형감각을 가지고 역량을 집중해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기본 임무다. 기업을 옥죄기 보단 명칭 그대로 경쟁을 촉진하는 공정업무를 해야 한다.

김상조 위원장도 후보자 청문 과정에서 재벌 개혁의 궁극 목적은 해체가 아니며, 경제 활력을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김상조 위원장과 공정위는 그 시장 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투명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라도 국민이 공감하는 개혁과제부터 선결하겠다는 겸손한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자신의 힘으로 기업을 일궈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기업들을 정권에 길들이려는 정략으로 공정업무를 휘둘러 오만하다는 불필요한 오해와 질타는 최소한 면할 수 있다.

국가경제와 민생안정을 위해서라도 정치권력과 재계 상호 간에 힘겨루기를 하던 시절은 지났다. 과거처럼 칼자루 쥔 자의 실력 행사에 가만히 있을 재계도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적폐 청산도 좋고 구시대의 유물 청산도 필요하다. 하지만 일방적인 개혁 드라이브나 생각의 무조건적인 관철보다는 서로 상생하고 협력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사드와 북핵 위기로 인한 중국발 경제 위기의 파고가 만만치 않다.

김기범 기자 sisaon@sisaon.co.kr

<저작권자 © 시사O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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