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李 회담, 뒷담화 계속되는 걸 보니..[金亨錫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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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李 회담, 뒷담화 계속되는 걸 보니..[金亨錫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4.05.05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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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李 회동, 애초부터 큰 기대는 안 해”
“영수회담이라는 명칭이 아까울 정도”
“회동 후엔 서로 손가락질하며 내로남불”
“여야, 영수에 의한 더이상의 협치 기대난”
​​​​​​​“양당, 체제 정상화해 ‘시스템 정치’ 복원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형석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첫 양자회담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영수회담을 갖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한 치 앞을 못 보는 게 인생이라더니, 총선 전엔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그렇게 만날 줄은..!

그러나 필요에 의해 어렵사리 만나기는 했어도 역시 어울리기에 힘든 상대들이었다. ‘궁합’이 전혀 맞지 않는다.

만나는 첫 모습은 예의 바르고 진지한 것처럼 비쳤다. 그래도 관전자들은 처음부터 양측의 진정성을 믿지 않았다. 속내가 빤한 상황인데, 어떻게 협치를 위한 진정성을 기대했겠는가. 이 대표가 ‘비장하게’ 양복 안주머니에서 15분짜리 분량의 원고뭉치를 꺼내 들며 날을 세우는 순간 TV 앞에서는 ‘그럼 그렇지!’하는 반응들이 나왔다.

이어 며칠 지나지도 않아 국민들의 생각이 옳았음이 확인됐다. 양측의 상대를 향한 손가락질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것.

‘尹은 말이 너무 많았다’ ‘李는 싸우러 왔나?’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찾아볼 수 없는 비난이 이어지고 거기에 강성지지층까지 가세했으며 당 차원에서 상대방에 대한 험담까지 계속하고 있다. 진정한 협치를 기대하는 건 말 그대로 연목구어(緣木求魚)일뿐이다.

 

 시작부터 잘못된 만남


몇몇 구경꾼들에게 들어보니 두 사람은 구경꾼들에게 ‘들킨’ 게 좀 있었다. 안 그런 척했지만 ‘패자’ 윤은 다소 초라한.. 평소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더란다. 안 그런 척했지만 ‘승자’ 이는 겸손한 겉모습 속에 감춰진 오만함이 읽히더란다.

그들의 운명, 그들의 승패는 앞으로 또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그러나 정치에 식상할 대로 식상한 국민들의 관심은 이제 잘. 잘못을 떠나 드라마 같은 ‘그들 전쟁’의 추이에 차라리 흥미를 느끼는 편이다.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그게 우리의 현실이 됐다.

영수(領袖)라는 단어에 대한 사전적 풀이는 ‘여러 사람 가운데 우두머리’라고 돼있다. 21세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패거리의 우두머리’라는 두목(頭目)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더욱이 이번 회담은 무엇보다도 우두머리로서의 품격이 보이 지를 않았다. 다소 길더라도 그냥 ‘대통령과 야당대표 회담’쯤으로 격하할 일이다. 하긴 그나마 회담이 또 열릴지나 모르겠다.

좌우간 이번 회담은 절차나 품격에서부터 전혀 ‘영수회담’답지 못했다. 회담이란 건 만나서 의논하는 거다. 토의에 앞서 간단한 입장 표명이 있을 수는 있겠다. 그러나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양자회담을 하면서 퇴장하려던 기자들을 불러 세우고 미리 준비해 온 ‘발표문’을 일방적으로 15분 동안 읽어내리는 그런 회담은 듣도 보도 못했다.

작심하고 안주머니에서 원고를 꺼내든 이 대표나 다소 못마땅해하는 채로 “손님께서 먼저 말씀하셔야죠”라고 받아들인 윤 대통령이나 회담이란 걸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지도자들 같았다.

그 긴 내용의 연설문은 회담을 진행하며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게 맞고, 또 이 대표가 그렇게 나왔을 때 윤 대통령으로서는 가볍게 제지하며 “우선 얘기를 나누며 천천히 듣자”라고 만류했어야 했다.

기선을 제압했다고 생각했을 민주당과 이 대표나, 한 풀 꺾여 조금 양보했다고 생각했을 윤 대통령 측이나 유치하고 함량미달이었기는 마찬가지다. 몇 차례의 ‘회담 구걸’이 있었고 총선 참패 후 마지못해 받아들여 성사된 회담이니 어찌 보면 실패가 예고됐었다고 보는 게 옳겠다.

조금 다른 얘기 하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회담에서 언급한 '스웨덴 연구기관의 한국 독재화 관련 연구 보고서'. 듣도 보도 못한 지구 저편의 연구소가 한국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잘 못 쓴 그 허접한 보고서를 야당 대표가 어떻게 공식적인 회담에서 언급할 수 있었을까.

각 언론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그 보고서는 2017년 퇴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임일을 2016년으로 썼고, 한국의 대선이 2021년에 열렸다고 쓰는 등 기본적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쓴 엉터리였다. 대통령 임기에 대해서도 처음엔 4년으로 잘 못 기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따위를 ‘한국 독재화 보고서’라고 들이대다니 쯔쯧..!

 

승자, 패자의 위치는 하시라도 바뀔 수 있으니..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충북 청주시 동부창고에서 열린 스물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최근 충북 청주시 동부창고에서 열린 스물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0일 취임 2주년을 전후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2022년 11월 도어 스테핑이 중단된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기자회견이 열리면 의료공백 장기화, 고물가에 따른 민생경제, 김여사 및 채 상병 특검, 총리 인선 등 현안이 일제히 다뤄질 것이다. 대통령실이 회견시간을 짧게 기획하지만 않는다면 몇 시간이고 회견은 이어질 수도 있다. 1년 6개월 동안 묵혀둔 기자(국민)들의 질문이 봇물을 이룰 것이며 대통령의 답변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 시간은, 온전한 ‘대통령의 시간’이다. 아무리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고, 아무리 어려운 사안이더라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홍보활동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칼럼란을 통해 몇 차례 언급했지만, 그동안 그 귀중한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대통령 참모들은 모두 직무유기한 사람들이다.

게다가 의료공백 문제나 민생경제 문제는 야당도 어찌 됐든 협치를 해야 할 사안들이다. 꽉 막혔던 국정이 부분적으로나마 풀리기 시작할 거다.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던 대통령 지지율이 오를 수밖에 없다. 여당 지지율도 당연히 동반상승할 것이다.

예측이 아니라 당연히 따라올 결과를 미리 얘기해 두는 것이다. 여소야대는 지속되더라도 지지율 상승 덕에 정부 여당과 대통령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며, 여야 간 힘의 균형은 다시 조정될 전망이다.

단순히 기자회견의 효과로만 그리 될 것이라고 보는 게 아니다. 총선 참패로 인해 정부 여당이 소통과 협치의 절실함을 깨달은 터여서 잇따른 정책 변화에 따라 그리 바뀔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제 민주당이 환골탈태해야 하는 까닭


대통령 기자회견의 재개는 단순히 대통령의 변화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국정 시스템의 변화를 의미한다.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이 주목받는 이유다.

앞의 소제목에서 언급한 대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더 이상 두 ‘우두머리’에 의한 협치 기대는 접는 게 좋겠다. 각각 자당의 정상적인 시스템을 복원해 정상 작동하는 정치를 추구해야 한다.

여당의 경우 자연스럽게 권력 이양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정 분리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며, 윤 대통령의 레임덕을 당기지 않는 한도 내에서 당 중심의 정치를 추구할 것이다.

문제는 민주당이다. 총선 승리로 ‘이재명 당’의 성격이 더욱 강해졌다. 문제의 호위무사들이 곳곳에서 과잉충성과 돌출행동을 벌일 것이다. 벌써부터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어서 환골탈태해야 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라고 하지 않는가.

그건 영국 역사가 액튼 경의 말이라기보다는 수천 년 인류역사가 주는 ‘절대적인’ 교훈이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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