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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데이, 즐기기 참 어렵다

기사승인 2019.02.08  17: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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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역대 최악의 실업률…월급 빼고 다 오른 물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특히 이번 밸런타인데이는 설 명절과 신학기 시즌의 사이에 위치해 있어 어느 때보다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보도자료들이 메일을 꽉 채운다. 기사화하기 어려운 자료들을 선별해 지우는 것도 일이 돼 버렸다.

대목 중 대목에 특수를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양상이지만, 일선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유통사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확실히 경기가 예년 같지 않다. 설 선물세트를 해체한 재고가 쌓여있는 상황"이라며 "밸런타인데이와 신학기 시즌에 어떻게든 만회하라는 압박이 극심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기업의 상술이라는 비판을 떠나서 가족, 연인, 친구, 동료들과 함께 웃고 즐겨야 할 밸런타인데이에 정작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경기불황 여파로 몸과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울러, 물건을 사는 사람들에게도 이번 밸런타인데이는 하나부터 열까지 즐기기 참 어려운 것 같다.

통계청에 따르면 밸런타인데이를 대표하는 선물 초콜릿 가격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오르다가 2017년(소비자물가지수 99.38, 2015년 100 기준) 소폭 감소했으나, 2018년 다시 99.85로 증가했다. 또한 식품산업통계정보를 살펴보면 매일유업 '킨더초콜릿', 해태제과 '자유시간미니', 롯데제과 '드림카카오', '가나마일드' 등 초콜릿 가공식품 소매가격(할인점 기준)도 2017년 대비 지난해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데이트 비용에 대한 부담도 무거워졌다. 통계청이 지난 1일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 뛰었고, 개인서비스요금도 2.5% 상승했다. 커피 한 잔도 어렵다. 이디야커피, 엔제리너스, 커피빈 등 커피프랜차이즈업체들은 연말 일제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커피값이 밥값 수준이다. 서울 택시요금이 밸런타인데이 후인 오는 16일부터 오르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이처럼 지출은 늘었지만 내 월급은 그대로인 것도 문제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를 살펴보면 최근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에 종사하는 전체 노동자의 임금총액 상승률은 2016년 3.8%에서 2017년 3.3%로 줄었다. 지난해 11월 기준 월평균 임금총액도 전년 동월보다 3.2% 증가하는 데에 그쳤다.

앞으로도 문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간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기업이익 증가세 둔화로 인해 전 산업 임금 상승세는 다소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직장인은 그래도 낫다. 청년들은 밸런타인데이를 즐길 엄두조차 못내는 눈치다. 지난해 실업률은 3.8%로 200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15~29세 청년층에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한 청년확장실업률은 22.8%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2017년 31만6000명에 달했던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2018년 9만7000명으로 둔화됐다. 잠시 짐을 내려놓고 즐겨보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다.

'내가 너무 비관적인가'하는 생각에 밸런타인데이 관련 설문조사를 찾아봤다.

지난해 2월 8일부터 14일까지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회원 34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밸런타인데이 때 특별한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의 67.1%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한 같은 해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2월 23일부터 3월 9일까지 남녀 3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전체의 54.8%가 '기념일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문제'였다. 올해는 경기가 더 악화됐으니,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밸런타인데이는 3세기 후반 로마시대 당시 서로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황제의 허락 없이 결혼을 시켜준 죄로 순교한 사제 밸런타인(Valentine)을 기리는 축일이다. 밸런타인은 처형되기 전에 자신을 도와준 감옥 간수의 딸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연인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날인 것이다.

즐기기 참 어려운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처럼 달콤한 현실은 아니지만 함께 힘을 내보자고, 초콜릿처럼 깊은 향을 풍기는 삶을 살아보자고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해본다.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저작권자 © 시사O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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