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민주당 '굿즈' 출시…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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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민주당 '굿즈' 출시…의미는?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01.30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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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정치' 진일보일까 '팬덤정치' 퇴보일까
당비 올리더니 상품개발? '당 재정문제' 루머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지난 2016년 1월 18일 더불어민주당 '굿즈'를 선보인 컨퍼런스. 문재인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를 비롯해 김병관 의원(맨 왼쪽), 표창원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 양향자 최고위원(맨 오른쪽)등의 모습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

더불어민주당이 당 정체성을 반영한 디자인 상품을 공식 출시키로 했다. 일명 '굿즈(goods)'다. 보통 스포츠 팬이나 연예인 등을 대상으로 기획·판매되는 것이 보통인 굿즈를 정당 차원에서 진행하겠다는 발상이다.

민주당 중앙당은 지난 28일 다음달 7일까지 ‘정당 공식 상품화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모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당 정체성과 상징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디자인이나, 주요 정치인을 캐릭터화 해 생활용품, 문구류 등에 적용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이같은 시도는 사실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당 홍보위원장이던 손혜원 의원의 주도로 머그컵·우산·에코백 등을 제작해 당원들에게 판매·배포한 바 있다. 이번엔 보다 본격적이다. 당원들 외 일반 유권자들에 대한 판매도 검토중이다.

'대중정치' 진일보일까 '팬덤정치' 퇴보일까

"(한국은)출구조사가 안 맞는 나라입니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내보이는 것을 꺼리죠. 그게 과거 군부독재의 영향인지 아닌지까지는 제가 확정적으로 말씀드릴 것이 아닙니다만, 분명 그런 분위기는 있습니다. 정권이 어디든 야당 성향일 때 더 그렇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학계의 한 인사가 30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들려준 이야기다. 하지만 특정 정당의 '굿즈'를 쓴다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광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2016년 처음 '굿즈'를 출시했을 당시 민주당의 마케팅 포인트도 '당당하라'·'자랑하라'였다. 그렇다면 한국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일까.

사실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 등에서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비교적 거리낌없이 표현하는 편이다. 미국에선 아예 언론도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공개하며, 영국은 드라마나 시트콤에 심심찮은 유머 소재로 지지 정당이 등장하기도 한다. 민주당은 '굿즈'로 한국에서도 이러한 분위기의 불씨를 피우려는 것일까.

위의 학계 인사는 이와 관련, "아직은 그런 분위기까진 시기상조라고 본다. 그리고 아주 미미한 변화일 것이다. 민주당이 또 여당이기에 가능한 것"이라면서도 "지금 사회의 여러 진영갈등은 이미 훨씬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과거보다 많이 드러내서 생긴 일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민주당이 그러한 추세를 읽었을 수는 있다"고 진단했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같은 날 기자와 만나 "그랬으면 좋겠다 하는 정도의 바람은 있다. 하지만 그정도까지 내다보고 기획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바람이 불면 좋겠지만 아직까진 당원들끼리의 이벤트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히려 이러한 '굿즈'를 통한 마케팅이 '팬덤 정치'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정당·정치인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보다, 맹목적인 지지를 하기 쉽다는 우려다.

여권 정계의 한 관계자는 이날 <시사오늘>과 통화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과거에도 대통령 시계 같은 것이 거래되고 하지 않았나. 일종의 대통령에 대한 '팬심'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대중정치 확장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팬덤을 확장해서 지지층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이 아닐까. 이게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정책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닌 이미지로 밀어붙인다는 점에서 걱정할 부분은 있다."

당비 올리더니 상품개발? '당 재정문제' 루머도

민주당 굿즈에 대한 취재를 하다 뜻밖의 주장을 듣게 됐다. '당비도 올리고 재정이 어렵다는 소문이 있다더니 이번엔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려는 건 아니냐"는 한 당원의 토로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부터 선출직 의원들이 내는 당비를 2배씩 올렸다. 이에따라 도의원들은 월10만원씩에서 20만원으로,시·군의원은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조정됐다. 시장·군수의 경우 월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인상된 바 있다.

이 당원은 30일 기자와 통화에서 "두배에 가까운 인상에 불만의 목소리가 곳곳에 있다"면서 "당사를 사들여서 돈이 없다는 소문도 있는데, 그런 걸 만들 때인지 모르겠다. 팔아서 남기겠다는 건가"라고 토로했다. 민주당은 지난 2017년 약 200억 원을 들여 여의도에 당사건물을 매입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같은 날 "전혀 무관한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이 당직자는 "당원들을 상대로 판매하는거고, 수익을 남길만한 사업이 아니다. 애초에 무료로 배포하고 싶지만 선거법 때문에 파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이 당직자는 "'대박'이 나고, 사람들에게 널리 팔리는 히트상품이 된다면 혹시 모른다"면서 "새로운 후원 형식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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