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정세운 기자)
지난 19대 대선을 몇 개월 앞둔 2017년 1월, 필자는 전직 국회의장인 A 씨와 김덕룡 민평통(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과 저녁식사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A 씨는 자신의 정치경력 50년을 내세우며 “내 예측은 빗나간 적이 없다. 지금은 박근혜 국정농단으로 보수가 위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대선은 50대 50”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필자는 그냥 듣고만 있을 수 없어 “그 얘기에 1%도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박했습니다.
“이번 대선은 최우선으로 정권 심판의 성격이 강하다. 또한 지난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이 전체 투표자 중 50%에 가까웠다. 비록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박근혜’에 패했지만 그렇다고 ‘문재인’을 찍었던 유권자가 표심을 바꿔 이번에 다른 후보자를 찍기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문 후보는 영남 사람이다. 한국정치에 영남패권론은 늘 존재한다. 때문에 문재인 후보를 꺾는 사람을 찾는 게 불가능해 보인다.”
정치권 밖에 있는 사람도 생각만 해보면 가능한 추론인데, 수십 년간 정치한 사람이 내다볼 수 없다는 점을 의아하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21대 총선에서 자유한국당 공천을 관장할 새로운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이제 한 달 조금 넘게 남았습니다.
저마다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사실상 도전장을 내고 있습니다. 누가 당 대표가 돼야 위기에 처한 보수를 구할 수 있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늘 그들의 입으로 얘기하던 후보를 뽑아야 합니다.
우선은 ‘친박-비박’으로 갈라져 있는 지긋지긋한 계파싸움을 청산하고 이를 통합할 수 있는 후보를 뽑아야 합니다. 보수의 위기가 20대 새누리당 총선 공천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 당시 공천과정은 계파싸움으로 얼룩졌고, 선거로 그에 대한 심판을 받았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시간이 있을 때마다 “계파 청산”을 입에 달고 다닌 이유도 그런 연유 때문일 겁니다.
또한 ‘당이 힘들 때 헌신했던 인물’이 필요합니다. 친박 일부에서 말하는 ‘복당파 불가’를 말하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당 밖에서 대중적 이미지를 쌓은 후 들어와 그 힘으로 대표가 되겠다는 인물은 적어도 아니라는 겁니다.
헌신 없는 이미지 정치가 허무하게 무너져 내린 경우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대쪽’이란 이미지를 만든 후 당에 들어와 두 번의 대권후보가 됐던 이회창의 경우, ‘아들 병역비리 의혹’으로 무너져 버렸습니다. 그런 경우를 되풀이해선 안 됩니다.
필자가 말하려는 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헌신’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 6·13 지방선거 때 ‘모두가 거절하는’ 험지에 출마할 정도로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 인물 정도는 돼야 합니다.
끝으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다른 정당보다 한 박자 빠른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1969년 박정희의 3선 개헌안을 막지 못한 신민당의 좌절감은 깊어갔습니다. 제1야당이었지만 의석수가 45석에 불과했던 신민당의 무력감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영삼(YS)이 세대교체론(40대기수론)을 들고 나오며 당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당은 지난달 원내대표 경선에서 나경원 의원을 선출, 50대 원내대표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세대교체된 당 대표가 나선다면 ‘올드한’ 한국당의 이미지를 탈색시킬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계파청산+헌신+세대교체’
자, 이제 조건은 나왔습니다. 이런 당 대표를 만든다면 21대 총선은 파란불이 켜질 수 있지 않을까요? 당 밖에서도 쉽게 추론할 수 있는 것인데, 당 안에서 수십 년간 정치를 해 온 그들의 눈에는 왜 보이지 않는지요.
‘황교안 오세훈 홍준표 김무성 김태호 정우택 심재철 김문수 안상수 김진태 조경태….’ 당 대표로 거론됐던 인사들입니다.
이들 중 누가 당대표로 선출돼야 위기에 처한 보수를 구할 수 있을까요?
좌우명 : YS정신을 계승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