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나경원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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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나경원이 달라졌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1.03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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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이미지 강했던 나경원…원내대표 경선 통해 180도 변신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엄친딸(엄마 친구 딸의 줄임말로, 부족한 것 없이 모두 갖춘 부러움의 대상을 뜻함).’

여의도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엄친딸’로 통한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학창 시절 1등을 놓친 적이 없었고, 1992년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로 임용됐을 만큼 명석한 두뇌도 갖췄다.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원내에 입성한 후에는 정계에서도 승승장구(乘勝長驅)했다. 출중한 외모와 빼어난 언변, ‘수도권 4선’이라는 상징성은 나 원내대표를 단기간에 ‘스타 정치인’ 반열에 올려놨다.

그러나 성공이 거듭된 탓인지, ‘엘리트 이미지’라는 꼬리표가 늘 나 원내대표를 괴롭혔다. 원내대표 경선 열기가 채 달아오르기도 전이었던 지난해 11월 초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의 한 당직자는 “당대표면 몰라도, 나경원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나경원 의원은 유승민 의원과 비슷한 데가 있다. 엘리트 느낌이 강해서 동료 의원들이 편하게 다가가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원내대표 경선 전 나 원내대표에 대한 평가는 대동소이(大同小異)했다. ‘똑똑한 부잣집 딸’이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하면 원내대표로 선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일각에서는 나 원내대표가 당선될 경우,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일궈놓은 한국당의 야성(野性)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왔다.

하지만 원내대표 경선이 시작되면서, 이 같은 평가는 180도 달라졌다. 선거 기간 동안 나 원내대표는 이른바 ‘442 전술’로 동료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늘렸다. 442 전술이란 오전 4명, 오후 4명, 저녁 2명의 의원과 따로 접촉해 지지를 호소하는 방식이었다. 앞선 당직자는 지난달 초 <시사오늘>과 만나 “2016년 선거 때는 열의가 없다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만났던 사람도 두 번 세 번 만나 지지를 호소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며 “뭔가 변했다”고 했다.

외부 평가도 달라졌다. 원내대표 경선 당시 모인 취재진들은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나 의원이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 있으면 지적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하더라”, “어쩐지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이 든다. 예전에는 좀 딱딱한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태도가 부드러워지고 겸손해진 것 같더라” 등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원내대표 당선 후에도 ‘달라진 나경원’의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힘든 일이 있으면 뒤로 빠진다’던 이전의 악평(惡評)은 온데간데없고, 선봉에 나서 ‘선명 야당’을 이끌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은 이명박 정권 시절 국무총리 산하 사찰보고에 대해 ‘국기 문란 행위, 탄핵 가능사항’이라고 말했는데 이번 사건은 대통령 탄핵감인지 아닌지 답하라”며 초강수를 던지기도 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이와 관련,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흔히 ‘알을 깨고 나왔다’는 표현을 하지 않나”라며 “나 원내대표가 알을 깨고 나오는 계기가 이번 경선이었던 것 같다. 나 원내대표가 (다음 목표로) 뭘 원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나 원내대표는 지켜볼 만할 것 같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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