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키워드/재계] '변화 속 안정'…오너 철학 담긴 조직문화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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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키워드/재계] '변화 속 안정'…오너 철학 담긴 조직문화 구축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1.02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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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2019년 기해년이 밝았다. 새해를 맞은 재계 총수들은 일제히 신년사를 통해 자신들이 한 해 동안 어떤 경영전략을 펼칠 것임을 시사했다. <시사오늘>은 평범한 신년사 속에 숨어있는 의미를 짚고, 이들의 2019년 행보를 전망해 봤다.

▲ (왼쪽부터) 최태원 에스케이 그룹 회장, 구광모 엘지 그룹 회장, 허창수 지에스 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 그룹 회장 ⓒ 각 사(社) 제공

SK 최태원, 文 신년사 이후 공개…노련한 맞춤형 행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다른 재벌 대기업 총수들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 주재 청와대 신년인사회 행사에 얼굴을 비춘 뒤 회사 신년회에 참석했다. 같은 자리에 있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은 이에 앞서 신년사를 발표했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그룹 시무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최 회장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아울러, 정권 맞춤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속내가 엿보인다.

실제로 그는 2017년 7월 문 대통령과 청와대 회동을 가진 직후 "SK의 인프라를 사회와 공유할 것"이라고 발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8년 신년사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뉴 SK의 원년을 만들자"고 내세웠다.

올해도 비슷한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최 회장은 회사 신년회에서 '사회와 SK 구성원의 행복을 키워나가는 4가지 행동원칙'을 제시하고 "SK가 건강한 공동체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행복을 더 키워나갈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 그 척도는 사회적 가치"라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신년인사회에서 "우리는 모두 오늘이 '행복'한 나라를 꿈꾼다"로 시작해 "우리의 오늘이 '행복'할 수 있도록 해내겠다"고 발언을 마무리한 바 있다.

LG 구광모, '고객' 앞세워 결집력↑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새해모임'에 참석해 신년사를 공개했다. 구 회장은 신년사를 읽어 내리는 10분 동안 '고객'을 총 30번 언급하면서 'LG만의 진정한 고객 가치'에 대한 3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또한 LG그룹이 나아갈 방향은 고객이라고 단언했다.

표면적으로는 고객을 강조한 평범한 신년사 같지만, 구 회장의 속내는 다른 곳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의 경영철학인 '고객 사랑'에 방점(사람의 주의를 끌기 위해 글자 옆에 찍는 점)을 찍으면서 임직원들의 결집력 강화에 초점을 뒀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구 회장은 "우리 안에 있는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의 기본 정신을 다시 깨워야 한다"면서도 "구성원 개개인의 다양한 사고와 경험을 존중한다", "우리에게는 고객과 함께 70여 년의 역사를 만들어 온 저력과 역량이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LG의 미래를 '다같이' 만들어 가자. 나부터 실천하겠다"는 말로 신년사의 끝을 맺은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새해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GS 허창수, 조직문화 혁신 강조…재계 맏형 솔선수범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이날 서울 강남 GS타워에서 열린 '2019 GS 신년모임'에서 신년사를 통해 경쟁력 차별화와 조직문화 혁신을 강조했다. 이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이름으로 낸 신년사와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은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는 조직문화와 조직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시시각각 변해가는 환경에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자율적인 조직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지난해 12월 전경련 신년사에서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경제인들이) 근본적인 체질개선 노력에 힘써야 한다"며 "규제개혁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재계 맏형격 인사로서, 자신이 경영을 맡고 있는 GS그룹부터 체질개선의 모습을 보여 문재인 정부에 규제개혁을 더욱 강하게 요청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로 GS그룹은 국내 재계에서 수직적·보수적인 그룹문화를 가진 재벌 대기업으로 손꼽힌다.

한화 김승연, 글로벌 경쟁력 강화 주문…경영권 승계작업 염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이날 여의도 63빌딩에서 시무식을 열고 신년사를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은 과거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해외사업 시행착오를 거론하면서 "실패를 교훈으로 각 사의 글로벌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해외사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의 이번 신년사는 겉으로는 뻔한 신년사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경영권 승계작업을 염두에 둔 내용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 회장은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의 준법경영을 강조하면서 '컴플라이언스위원회'에 힘을 실었다. 한화그룹은 사내 브레인인 경영기획실을 해체하는 대신 지난해 커뮤니케이션위원회와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함께 출범시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또한 해외 영업 전문가인 금춘수 전 경영기획실장이 한화그룹 지주경영부문 대표 부회장으로 내정된 상황에서,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미래혁신·해외총괄직에 선임된 직후 이 같은 신년사가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재계에서는 금춘수 부회장과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를 중심으로 앞으로 김동관·김동원·김동선 등 김 회장의 아들 삼형제에 대한 계열사 분리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감추지 못한 걱정' 두산 박정원·현대 현정은·효성 조현준

▲ (왼쪽부터) 박정원 두산 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 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 그룹 회장 ⓒ 각 사(社) 제공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은 2019년 신년사에서 자신들이 노심초사하고 있음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연료전지 사업은 선도업체로 자리매김한 자신감을 토대로 시장 확대에 힘을 기울일 것", "디지털 전환은 기존 사업의 가치와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자, 새로운 사업기획을 포착하는 기반"이라고 말했다.

회장 취임 이후 주요 계열사의 거듭된 실적부진으로 인해 그룹 안팎에서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공(功)으로 평가되는 프로젝트인 연료전지 사업과 디지털 전환을 언급한 것이다. "절박함과 간절한 마인드"라는 표현도 주목할 만하다.

현 회장은 신년사에서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위한 '철저한 준비와 소명 의식'을 임직원들에게 설파했다. 그는 "본격적인 경기하강을 예상하는 만큼, 이에 대비해야 하고, 한반도 정세의 변화에 따른 남북경협의 구체적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신년사는 지난해 초 남북 화해 무드가 정점을 찍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행보다. 당시 현대그룹 측은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감을 최대한 감추려고 한 바 있다. 최근 그룹 중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실적이 둔화세고, 남북 경협도 불투명성이 짙어지면서 이에 대한 걱정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앞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비슷한 신년사를 공개했다. '고객의 소리'(VOC), '고객의 고객이 하는 소리'(VOCC)를 강조하는 등 '고객'을 총 14번 언급했다. 지주사 체제 전환 등으로 어수선한 회사를 고객을 앞세워 결집시키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효성그룹은 지난해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한 작업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오너가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부친인 조석래 명예회장의 지분은 하락했지만, 조현준·조현상 형제의 지분은 크게 확대, 형제경영의 신호탄을 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조만간 조현준 회장으로의 지배력 이동과 형제 간 계열분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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