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 부여잡는 여권…´파이터´가 없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저는 (정치를)안 한다고 봅니다. 지금 좋던 분위기도 나온다고 하는 순간 어려워질 거에요." -12월 19일, 더불어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
"시대적으로, 국민적으로 열망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지 않겠어요. 정치에 한번이라도 발 담근 사람들의 책임이죠." -12월 18일, 더불어민주당의 전(前) 당직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정계 복귀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두 가지 상반된 답이 나왔다. 하지만 유 전 장관은, 최근 다시 여권에서 가장 뜨거운 인사가 됐다.
유튜브와 팟캐스트 방송 개시를 알리면서 더욱 이목이 쏠리는 중이다. 그러나 유 전 장관은 정계복귀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선을 그었다.
“일부 언론이 가만히 있는 저를 자꾸 괴롭힌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여론조사에 넣지 말라는 본인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는 안내문을 (언론사에) 보내달라고 하려고 한다." -12월 22일 '노무현재단 2018 회원의 날' 행사에서, 유 전 장관
이는 정계 복귀 의사가 없음을 재차 강조하는 토로다. 호소에 가까운 유 전 장관의 이러한 입장 표명에도, 정가의 시선은 좀처럼 유 전 장관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유 전 장관 역시 이런 오해를 무릅쓰고, 유튜브에서 벌어지는 총성없는 전쟁에 참여를 선언했다. 일차적으로는 '가짜 뉴스'에 대한 대처 차원이라고 하지만, 여론의 기대는 그 이상이다. 유 전 장관의 참전(參戰)이 이목을 끄는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현 여권의 대권주자 분포도다.
역대 한국의 선거를 돌아볼 때, 현직 대통령의 측근이 그대로 정권을 넘겨받은 경우는 없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군정의 연속이니 사실상 예외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는 평생의 라이벌 김대중(DJ) 전 대통령에게 정권이 넘어갔다. 그 다음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동교동계 출신이 아닌, 오히려 'YS 키즈'에 가까운 인물이다. 이명박(MB) 정권은 말할 것도 없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MB와 경선서 지독한 사투를 벌였었다.
그런 측면에서 여권의 대권주자로는 친문(親文)으로만 채워져선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실 여당의 입장에선 완벽한 비문보다도 ´반문(半文)´정도 되는 포지션의 인사가 필요하다. 친노 출신이면서 문재인 정부와 거리가 있으면 지지층을 결집시키기엔 금상첨화다. 혹여나 정부에 실망한 인사에게 ´대안´으로 작용해줄 수 있어서다.
"지나치게 현 정권과 등을 돌려도 안됩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의 사례가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현 정권과 같이 가도 어렵습니다. '시즌2' 이런 얘기가 나오면 벌써 피로해지죠. 문재인 정부도 '참여정부 시즌2'라고 공격받지 않았습니까." -12월 23일, 정치권·학계의 한 인사(익명 요구)
정치공학적으로 이 조건에 부합하는 인물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였으나, 개인사고로 허무하게 낙마했다. 비문 이재명은 상처가 크다. 참여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 출신으로, 모두가 인정하는 친노계지만 현 정부와는 노선이 다른 유 전 장관으로 이목이 쏠리는 까닭이다. 본인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대권 주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숨은 이유기도 하다.
다음으론 여권의 '파이터' 부재다. 여의도에서 속어(俗語)로 '파이터' 혹은 '스피커'라고 불리는 존재가 범 여권에는 없다. 그 이유로는 현 지지층을 붙잡아야 하는 민주당의 딜레마가 있다.
"자신들이 유리할 때는 온라인 여론이 민심이고 천심인 것처럼 하지만, 지금 와서 핵심 지지층이 이탈할 것 같으면 온라인 여론을 무시합니다. 민주당이 그래요. 노동문제, 양성평등문제, 전부 아주 비겁한 태도라고밖에 생각이 안됩니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판에 핵심 지지층을 지켜야 하니까 그런거겠죠." -12월 24일, 야권 정계의 한 핵심관계자
"민주당에 싸울 줄 아는 사람이 없느냐. 그건 아닙니다. ´쎈´사람 많죠. 제가 거기 있었잖아요. 지금은 방어전입니다. 가진 것도 지킬것도 많은 여당입니다. 그래서 내려놓질 못 하는거라고 봅니다." -12월 24일, 민주당 출신 전 국민의당, 현 바른미래당 당직자
반면 야권에는 이러한 '파이터형' 인사들이 넘쳐난다. 유튜브에서 포문을 열었다. 최근 주목을 받은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의 경우 유튜브 출범 한 달 여만에 구독자가 1만명을 돌파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정계복귀 첫 행보로 유튜브를 선택했고, 일주일 만에 무려 10만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그 대항마로 유 전 장관에게 여권이 거는 기대는 크다. 작가로, 또 유명 TV 프로그램 출연으로 높은 인지도를 가진 그다. 현 시점에서 여권 정치인은 아니지만 핵심 가치를 공유할 수는 있고, 의회(재선의원)와 행정을 모두 경험해본 인물이다. 미디어의 특성상 '일당백'도 가능한 것이 유튜브, 팟캐스트다. 위에서 언급한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18일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정치를 하고, 안 하고를 떠나 지금 잃을 게 없는 야권에게, 조목조목 대항해 줄 수 있는 적임자가 유시민이기 때문에 여권이 내심 반기는 겁니다. 본인의 시작 이유나 진심은 모르지만, 지금 상황이 그렇게 만드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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