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표류직전 ‘광주형 일자리’…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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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표류직전 ‘광주형 일자리’…미래는?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8.12.14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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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선 “광주생존 걸린 문제…정부 지원 아쉽다”
광주·호남 정가 “예의주시 中…무산 시 후폭풍”
현대차노조 중심 반발…민중당도 가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지난 30일 오전 이용섭 광주시장이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방문해 하부영 현대차 노조 지부장에게 광주형 일자리 관련자료를 전달하고 있다. ⓒ뉴시스

‘광주형 일자리’ 정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거의 합의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협상안을 현대자동차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표류 중이다.

광주형 일자리의 시작은 지난 2014년 윤장현 당시 광주시장 후보의 공약이었던 ‘사회통합을 통한 광주형 좋은 일자리 1만개 창출’이다. 이 공약은 임금을 현 업계 임금보다 20∼30% 낮은 수준으로 책정해 완성차공장을 유치한다는 내용으로, 대신 노동자들에게는 낮은 임금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광주시가 주택, 의료, 교통 지원을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는 2018년 현대자동차가 투자 의향을 밝히면서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최근 논의는 진전이 없고, 반대 목소리에 직면했다.

 그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지목된다. 광주시의 일관성 없는 행정이 도마에 오르는가 하면, 지역 노동계와 현대차 노조의 책임론도 대두됐다. 정부의 추진력에 물음표를 붙이는 시선도 있다. 다양한 입장이 충돌하는 와중에 확실한 것은 한 가지 뿐이다. 광주형 일자리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이야기다. 지난 일주일간, 광주형 일자리를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국회는 말을 아끼고 있다. 광주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도 지난 6일 광주지역 국회의원 8인에게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 질의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박주선 의원(광주동남을)을 제외하면, 14일까지도 답변을 보낸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나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광주서갑)은, 예산안에 광주형 일자리 관련 예산 110억 원을 확보하면서 관심을 갖는 모습은 보였다.

▲ “광주형 일자리 관련, 정부는 광주시가 협상 주체로서 역할을 다하도록 정책적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어야 했는데, 제대로 된 지원과 노력이 없었던 것이 아쉽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다음은 박 의원과의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일문일답이다.

-광주시에 광주형 일자리가 필요한 이유를 지역 정치인 입장에서 말해준다면.

“광주에서 자동차산업의 생산액은 14조1760억 원(2016년 기준)으로 지역 제조업 생산액의 44.6%를 차지할 정도로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엄청나다. 광주지역 1차 자동차 부품업체 중 74.1%(2016년 기준)가 기아차에 납품하는 등 부품업체의 완성차업체에 대한 의존도도 높은 상황이다.

그런데 자동차 산업 불황으로 광주전남 지역의 제조업이 위기다. 지역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데다, 특히 광주전남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의 주력사업인 자동차산업의 투자확대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시키고, 산업성장에 부합하는 인력의 양성 및 지역고용 거버넌스를 통한 협력모델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광주형 일자리가 난항을 겪는 이유는 뭐라고 보는지.

“최종협상안 결렬은 광주의 불행이다. 현대차, 노조, 광주시가 따로 협상을 하면서 합의와 번복이 반복되어 쟁점 사항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광주지역의 생존이 걸린 문제에 대해, 노동계와 현대자동차 그리고 중재 역할을 하고 있는 광주시가 의견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에는 합의안이 나오지 못하는 오늘의 결과를 초래했다.”

-문재인 정부가 상당한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안다.

“정부는 광주시가 협상 주체로서 역할을 다하도록 정책적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어야 했는데, 제대로 된 지원과 노력이 없었던 것이 아쉽다. 협상의 주체인 광주시도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원칙하에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했음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과 중재 창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생각하는 해결 방향이 있나.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광주지역 전체의생존이 걸린 문제이며, 광주 지역 경제의 새로운 발전 전략이다. 나아가 침체된 대한민국 경제를 되살리면서 또한 새로운 일자리 모델의 첫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자동차 산업의 노사관계에서 자발적으로 내부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외부로부터 변화를 강요당할 수 있다. 강요의 주체는 시장이고 시장이 강요하는 변화는 자비롭지 못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결국엔 노사가 생존을 위해 양보와 타협으로 합의를 이루어야만 한다.”

▲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중당 김종훈 의원과 전국금속노조 현대, 기아차지부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형 일자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광주형 일자리’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광주 정가는 어떨까. 진행 추이를 관망하되, 완전히 무산될 경우에는 상당한 후폭풍이 올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광주정가의 한 핵심관계자는 14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광주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고, 아마 틀림없이 ‘광주형 일자리’가 도움이 될 것도 사실이라고 본다”면서 “아직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지 않나. 무산이 됐을 경우의 후폭풍은 상당히 클 것 같다. 정부, (광주)시청, 노조 모두 책임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남 정가의 또 다른 관계자는 13일 기자와 만나 “정부가 하려는 정책마다 어깃장을 놔 놓고 문재인이 경제를 망치니 어쩌니 하는 소리를 하는 건 모순이라고 생각 한다”면서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보고 진행돼야 한다. 여기까지 이야기가 나왔는데 없던 일로 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 가장 강한 반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현대차의 노조다. 여기에 민중당도 가세했다. 울산에 지역구를 둔 민중당 김종훈 의원(울산북)은 금속노조 현대·기아자동차지부 노조원들과 함께 지난 6일 '광주형 일자리' 일방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의원은 “자동차 업계 전반이 과잉 중복투자로 공멸의 길을 걷게 된다면 일자리는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며 “노사민정이라고 하지만 기아 현대차 노동조합과 한번 제대로 된 토론과 대안을 마련했는지 되묻고 싶다. 광주시의 이기주의에 입각해서 진행되는 사업이라고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자동차의 노조와 관련이 있는 울산 정계의 한 관계자는 14일 통화에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들려줬다.

“일부에서 밥그릇 싸움, 노조가 단순히 강성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몰아가는 것은 억울한 감이 있다. 광주형 일자리에 완전히 반대한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광주형 일자리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모순점에 더해, 첫 시도에서 잘못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우려되기 때문에, 일단철회 등을 이야기하면서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것이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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