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임영빈 기자)
2018년이 채 한 달도 안 남은 가운데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의 시선은 일찌감치 2019년을 향하고 있다. 올 한해 던졌던 몇가지 승부수가 적중하면서 예상치 못한 큰 성공을 거뒀음에도 안주하지 않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체질 개선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1963년생인 김 부회장은 1986년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1989년 대한생명 증권부에 입사하며 금융계에 입문했다. 이듬해 삼성화재 증권부장 직에 오르면서 삼성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장(2000년), 삼성증권캐피탈마켓사업본부장(2005년), 메리츠종금증권 대표(2012년) 등을 거친 뒤 2015년 메리츠화재 대표이사(사장)에 부임했다.
김 부회장은 취임 직후 철저한 성과주의 경영 전략 아래 비용 감축과 초대형 점포를 통한 효율화 등을 추구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12개 지역본부와 119개 지점을 폐쇄하는 등 조직 단순화 작업을 수행했다. 이어 2016년에는 지점장들에게 실적에 따라 보상하는 ‘사업가형 점포 제도’를 시행하는 등 과감한 시도를 이어나갔다.
보험업계 내 은연중에 자리하고 있는 보수적 문화 혁파에도 앞장섰다. 대면보고 및 문서 작성 업무를 대폭 줄이고 정시퇴근 캠페인을 실시하는 등 ‘일과 저녁이 있는 삶(Work&Balance)’을 회사 전 직원이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앞장섰다.
처음엔 불신의 시선이 존재했다. 특히 김 부회장이 증권업계에서 거둔 성과주의 전략을 보험업계에도 적용하는 것이 유효할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 그러나 김 부회장 취임 이후 메리츠화재의 매년 순이익이 증가하면서 이같은 우려는 삽시간에 수그러들었다.
메리츠화재는 김 부회장 취임 첫해에 순이익 1690억 원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순이익을 꾸준히 늘려왔다. 2017년에도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62% 증가한 3846억 원을 기록하면서 순항했다.
다만 올 3분기 실적이 공개되면서 ‘위기론’이 고개를 살짝 들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달 9일 공시에서 2018년 3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21.9% 하락한 729억 3300만 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당기순이익은 장기 인보험 매출 46.6% 성장으로 인한 추가상각 등 비용 증가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낮아진 당기순이익에도 김 부회장의 능력은 여전히 유효함을 방증하는 사례가 곧바로 등장했다. 최근 손해보험사들이 앞다퉈 선보이고 있는 애견보험 신상품 판매 경쟁에서 메리츠화재가 경쟁사 대비 우월한 지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가 지난 달 15일 선보인 ‘펫퍼민트 퍼피앤도그(Puppy&Dog)보험’ 판매 건수는 지난 한 달 여간 1517건을 기록하며 비슷한 유형의 신상품을 선보인 DB손해보험의 '러브(LOVE) 펫보험'이 기록한 207건과 삼성화재 '애니펫(AnyPet)'의 85건과 격차를 크게 벌렸다. 업계 내에서는 미등록견의 가입을 허용해 고객 문턱을 낮춘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업계에선 김 부회장이 지금껏 보여준 공격적 행보가 2019년에도 이어질 경우 보험업계 내 역학구조에도 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회사 내 효울적인 의사소통으로 혁신적인 상품 개발이 가능해지고 임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지면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최근 회사 내 선순환 구조를 설명했다.
그 어느 때보다 직원들의 사기와 자부심이 한층 고양된 메리츠화재. 그리고 이를 이끄는 수장 김용범 부회장의 2019년 첫 발걸음이 어디로 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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