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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의 正論직구] '비리 복마전' 한수원과 그들이 외치는 '윤리경영'

기사승인 2018.12.03  09: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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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청렴윤리부문 우수기관' 선정
내부에선 갑질, 납품비리, 성추행 '오명'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최근 한전 및 한전그룹사,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들이 갑질문화 청산과 청렴실천에 발벗고 나설 정도로 공기업의 갑질과 비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날 직장생활을 회상해 보면, 공기업의 갑질은 여러 형태로 진행됐다. 그 중 하나는 공공기관으로 불려가는 일이었다. 물론 회사 사업본부의 협조요청이 있었지만 반강제적으로 공공기관에 가야 하는 게 싫었다. 관에서 민간기업 홍보담당자를 왜 부르나? 이해하기 힘들었다. 홍보 협조를 요청하는 자세도 잘못됐다. 접근성이 좋은 장소로 불러도 마뜩찮은데, 자사 사무실로 오라 가라 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갑질’이었다.

건설사한테 발주처 공기업은 ‘슈퍼 갑’이라 할 수 있다. 시공사 관계자를 불러서 일은 시키되 결실은 본인들이 챙긴다. 공기업 고위 직원은 마치 자사 직원 부리듯이 시공사 홍보담당자들에게 무리한 업무요청을 하기도 했다. 이는 일거리를 시공사한테 주는 권한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07년 서울지방국토관리청 한 과(課)의 업무성과 보고서 작성을 돕기 위해 참석해야 했고, 2014년엔 네덜란드 연구용원자로 수출 홍보 때문에 과천 미래창조과학부로 오가며 한나절을 보내야 했다.

문제의 공공기관으로 거론되는 앞의 2곳 못지않은 곳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다. 한수원은 한때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알리기 위해 노심초사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시민단체들이 공동대책기구를 결성하여 반원전 반핵 활동을 벌였다. 그래서 매년 3월이 되면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홍보하고 반원전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시공사 홍보담당자들도 모여야 했는데, 당시 한수원 고위 임원의 황당한 발언은 자괴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시공사의 원전 안전성 홍보실적을 점수로 매겨 원전 시공사 선정 때 고려하겠다.” 이 발언은 건설업계에서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한수원은 2016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에서 최우수 기관으로, 2017년 한국감사협회 주관 청렴윤리부문 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한국표준협회는 반부패경영시스템(ISO 37001) 인증서를 한수원에 수여했다. 한수원이 국내 윤리경영을 선도하는 대표 공기업으로 공식 인정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평가 따로 사실 따로’라는 말이 한수원의 경우에 들어맞을 것 같다. 최근 한수원은 표리부동(表裏不同) 공기업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2013년 세상을 놀라게 한 ‘원전비리’ 이후 반성과 혁신의 약속은 오간 데 없고 불미스러운 일들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신한울원전1·2호기에 용접 불량인 바닥판(그레이팅)이 설치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자 전량 교체를 결정하는 소란을 겪었다. 이 일로 인해 차장급 간부 2명을 비롯해 모두 7명의 한수원 직원이 징계를 받았다. 시공사 측에서는 ‘용접을 100% 할 필요가 없는 신기술 바닥판’이라며 해명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용접 불량은 원전비리에 연루돼 수감생활을 해야 했던 B사 대표의 지속적인 민원제기로 드러났다. B사 대표는 부정비리로 판로가 막힌 자사 바닥판을 납품하려는 의도로 한수원과 시공사, 공정위, 국회에 ‘시공사 기술도용’ ‘불량자재 사용’ 등의 명분으로 민원제기를 꾸준히 했지만 호응을 얻지 못해 결과적으로 소기의 목적은 이루지 못했다.

교체된 바닥판은 1900여톤으로 100억원이 훨씬 넘는다. 한수원이 자재 검수 소홀과 바닥판 재시공 결정을 함으로써 100억원 이상의 혈세를 낭비하게 됐다.

한수원은 비리 복마전이다. 최근 한수원은 변압기 제조업체인 효성으로부터 각종 향응을 받는 등 납품 비리에 연루된 직원 16명을 적발한 사실이 밝혀졌다. 효성이 원전부품 입찰 담합 비리로 처벌된 적은 있으나 한수원 직원이 효성의 납품 비리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수원 직원들은 효성의 로비를 받고 변압기를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철제 외함’ 2개를 납품한 것으로 꾸며 1억원 이상의 부당이익을 보게 했다. 이를 대가로 서울과 부산에서 룸살롱 접대를 받고 상품권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효성중공업 전 직원이 2017년 국민신문고에 제보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한수원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국가 경제 발전의 밑거름 역할을 하고 있는 공공기관이다. 그런 만큼 최상의 청렴수준을 유지할 것을 부여받고 있다.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거나 향응을 제공받으면 안 된다. 그렇기에 한수원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옳은 일을 처음부터 올바르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을 반부패경영시스템 업무의 기본 정신이라고 밝히고 있다.

발주처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무언의 압박을 가하던 한수원이 ‘뭔가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힘들다. 조직 내부에선 납품비리 개입 의혹, 해외 현장에서 외국인 여성 상습 성추행 등 윤리 도덕적으로 문제를 연달아 일으키고 있다. 이런 한수원이 윤리경영을 선도하는 대표 공기업으로 인정받은 것을 보면 씁쓸해진다. 

김웅식 기자 212627@hanmail.net

<저작권자 © 시사O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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