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서인의 인사 부정과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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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서인의 인사 부정과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
  • 윤명철 논설위원
  • 승인 2018.10.21 22:1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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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집단의 자기 세력 챙기기는 역사의 심판 초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논설위원)

▲ 여진족의 침략을 잘 묘사한 영화 <최종병기 활>(좌) 자유한국당의 고용세습 비리 의혹 규탄대회(우) 만약 인조 당시의 서인처럼 정묘호란의 외침을 외면하고 자기 세력 챙기기에만 전념한다면 역사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사진제공=뉴시스

병자호란을 자초한 인조 시대에도 직언을 서슴지 않은 신하가 있었다. 병조 참의 유백증(兪伯曾)은 “인조가 언로를 막고 시상에 공정치 못하다”는 내용의 상소문을 올렸다.

<인조실록> 인조 6년 6월 14일 기사에 따르면 유백증은 “예로부터 나라가 망하는 것은 항상 임금이 어둡고 신하가 아첨을 하는 데서 말미암았다. 그런데 지금은 밝은 임금이 있는데도 세도(世道)를 만회하지 못하고 권신이 없는데도 국사가 날로 글러져서 위태한 형상이 말세의 혼탁함과 다름이 없다”라고 직언했다.

유백증은 “요행의 문이 크게 열리고 관작이 날로 문란해져서 벼슬자리에 눈이 먼 무리들이 기회를 타고 틈을 노려 갖가지 방법으로 진출해 청현직(淸顯職) 차지하기를 코 밑의 수염 뽑듯이 쉽게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지금 몸가짐이 바르지 못하고 명망이 드러나지 않은 자들로 하여금 그들이 바라는 청현직에 앉지 못하게 한다면 자연 어질고 사특함이 구분돼 공도(公道)가 크게 행해질 것”이라고 호되게 질책했다.

인조는 광해군 당시 야당인 서인의 선택으로 왕위에 오른 인물이다. 자신의 능력보다는 일개 정파의 주문에 의해 왕의 자리를 차지했으니 왕권은 미약할 수밖에 없었다. 또 정적 북인을 제거하고 정권을 장악한 서인은 남인 일부를 참여시켰지만 서인의 세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서인은 광해군의 적폐를 청산한다며 명·청 교체기의 국제 정세를 무시하고 시대착오적인 명분주의에 충실한 ‘친명배금’정책을 추진했다. 또 서인은 유증백의 상소대로 인사 농단을 통해 자기 세력 확장에 전념했다. 유백증이 상소를 올린 시점은 정묘호란을 겪은 지 불과 1년이 지난 때였다.

후금과의 화의를 통해 형제의 맹약을 맺는 치욕을 겪고도 서인은 인사 부정을 통해 자기 세력 확장에만 집중했으니 유백증이 얼마나 한심했으면 이런 상소를 올렸을까?

최근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 친인척 채용 비리 의혹이 정국을 강타했다. 이번 국감에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경제정책에만 매달리던 자유한국당은 이번 의혹을 정국주도권 장악의 호기로 삼아 공세를 집중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뜻밖의 악재에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의 공세를 지나친 정치공세라고 맞받아치고 있지만 야권 공조로 국정조사와 청문회가 개최된다면 파상공세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날로 악화 중인 청년실업 대란에 민심도 크게 동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심이 특정 집단의 친인척 채용 비리 의혹은 권력 유착형 고용세습으로 청년일자리를 약탈한다는 주장에 동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위기를 해결해야 하고, 날로 심각해지는 경제도 회복시켜야 할 중요한 시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특정 집단이 자기 이익 챙기기에만 몰두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진상규명과 재발방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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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찬 2018-10-25 18:08:03
지난 역사를 통해 지금의 현상에 대한 분석이 매번 교훈적입니다. 논설위원의 차분한 어조와 비유글이 더욱 가깝게 와 닿네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김민채 2018-10-22 08:15:56
역사와 관련지어 현 상황을 바라보니 참 흥미롭네요ㅎㅎ 과거를 교훈 삼아 더 이상의 치욕을 예방하고 청렴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