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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뉴스] 실업률, 믿어도 될까요?

기사승인 2018.10.17  20: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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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활동인구만 계산하는 실업률…현실 반영 못한다는 비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우리나라 실업률은 3.6%에 불과하다. ⓒ통계청

얼마 전 9월 고용동향이 발표됐습니다. 이 통계에는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 증감, 실업률, 고용률 등이 포함돼 있는데요. 문서를 살펴보면, 한 가지 의아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응? 우리나라 실업률이 3.6%밖에 안 돼?’

쉽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내 주위만 봐도 실업자가 넘쳐나는데, 실업률이 겨우 3.6%라고? 겨우 3.6%만 취업을 못했는데 고용쇼크니 뭐니 떠들었던 거야?’ 이런 저런 생각이 다 드는 수치죠.

이런 통계가 나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실업률은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지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먼저 실업률의 사전적 의미부터 살펴볼까요. 실업률이란 ‘만15세 이상의 인구 중에서 노동을 할 의지와 능력이 있으나 일자리가 없어 실업 상태에 놓인 사람들의 비율’이랍니다.

쉽게 말하면, 일을 할 의지와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실업률 계산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A라는 서른 살 청년이 있습니다. 얼마 전 대학교를 졸업한 이 사람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만방으로 뛰어다녔습니다. 하지만 워낙 경제가 어렵다 보니, 취업이 잘 안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의 A가 바로 ‘실업자’입니다.

번번이 직장을 구하는 데 실패한 A는, 아예 취업을 포기해버립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한 거죠. 이 경우, A는 실업자에 포함이 되지 않습니다. ‘노동을 할 의지’가 없어져버렸으니까요. 학생이나 가정주부처럼 애초에 취업을 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 A처럼 일자리를 구하다가 포기한 사람들은 실업자가 아니라는 게 통계청의 판단이죠.

A처럼 구직을 포기한 사람만 빠지면 다행인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제외된다는 점입니다. 통계청은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만을 ‘노동을 할 의지가 있는 사람’으로 봅니다. 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내거나, 공무원시험 접수를 해야 통계에 잡히는 거죠.

이러면 ‘스펙’을 쌓느라 원서를 내지 않고 있거나,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은 사실상 구직을 포기한 사람들과 함께 분류됩니다. 3년째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 토익 점수가 낮아 영어 학원을 다니고 있는 사람은 모두 실업자가 아닌 겁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B는 친구 A와 달리 취업이 되든 안 되든 열심히 입사지원서를 씁니다. 그러나 취업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죠. 결국 B는 결심을 합니다. ‘계속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쓰기는 눈치가 보이니, 평일에는 원서를 쓰고 주말에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라도 하자.’

여기서 통계의 ‘마법’이 펼쳐집니다. 누가 봐도 B는 아직 취업을 못한 실업자입니다. 그런데 통계는? B를 취업자로 봅니다. 통계청은 1주일에 수익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을 모두 ‘취업자’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작은 도시가 하나 있다고 합시다. 여기에는 4명의 청년이 살고 있는데요. 번번이 취업에 실패한 ‘가’라는 청년은 구직을 포기하고 그냥 집에서 부모님의 용돈을 받아 생활하고 있습니다. ‘나’라는 청년은 취업이 안 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고요.

‘다’라는 청년은 자신의 토익 점수가 너무 낮아 취업을 못 할 거라고 생각하고 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라’라는 청년은 열심히 입사지원서를 쓰면서 일요일 오전에만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자, 이 도시의 실업률은 몇 %일까요? 답은 0%입니다. 가·나·다는 전부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인구고, 라는 취업자로 잡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통계 방식을 쓰고 있을까요. 혹시 정부가 국민의 눈을 속이기 위해 이런 방식을 택한 건 아닐까요. 궁금증을 풀기 위해 통계청 관계자를 만났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눈속임을 위한 건 아니더군요. ILO(국제노동기구)의 기준을 그대로 받아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통계청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ILO는 고용지표조사 기간 직전에 △1주 동안 1시간 이상 일을 하지 않고 △지난 4주 내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했고 △일자리가 주어지면 취업이 즉시 가능한 사람만을 실업자로 본다고 합니다. 하지만 ILO 기준으로는 ‘숨은 실업자’를 찾아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 최근에는 보조지표를 함께 내놓고 있다고 하네요.

종합하면, 실업률 자체만 봐서는 제대로 된 고용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결국 우리나라에 실업자가 얼마나 되는지를 정확히 알려면, 고용보조지표까지 함께 활용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저작권자 © 시사O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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