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MB 징역 15년, 대통령 '범죄역사' 언제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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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MB 징역 15년, 대통령 '범죄역사' 언제까지 ?
  • 이병도 주필
  • 승인 2018.10.1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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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익 추구한 전직 대통령의 말로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 과제 대두
‘오욕의 역사’ 다시 되풀이 말아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대통령의 재임중 '범죄행각' 역사는 언제까지 반복될 것인가? 이번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MB)이다. 1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MB에 대한 법원의 중형 선고는 대통령 권력을 불법적 자금 수수의 수단으로 삼고도 끝까지 반성하지 않는 데 대한 준엄한 심판인 셈이다.

MB는 이로써 사리사욕을 채우려다 구속된 역대 4번째 대통령이란 오점을 헌정사에 남기게 됐다. 전두환·노태우씨를 비롯해 4명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는 참담하고 부끄러운 역사를 새로 쓰게 됐다. 전·노 전 대통령이 천문학적 규모의 비자금 사건 등으로 구속된 바 있고, 지금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이란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공범으로 MB와 더불어 수감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최고 통치자에게 얹혀진 국정 책임의 무게를 다시 한번 읽게 한다.

역사적 전환점인 1987년 헌정체제 수립 이후 대한민국은 현직인 문재인 대통령까지 모두 7명의 국가원수를 배출했다. 이 중 ‘퇴임 후 사법 처리’ 불명예를 벗어난 전직은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뿐이다. 이 두 전직마저 말로는 아들 등의 비리와 국민 공분 등으로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짧은 민주주의 역사에서 빈번하게 반복되는 전직 대통령의 오욕과 단죄는 우리의 잘못된 '제왕적 대통령' 문화와 권력구조 시스템에서 파생된 요인이 컸다. 제도 개혁 해법의 시급성을 다시 일깨운다. MB 1심 선고와 한국 정치가 얻어야 할 교훈 및 과제를 조감한다.

사실상 종신형 92세까지

자동차부품업체 ‘다스(DAS)’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1심에서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여원을 선고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유죄 선고를 받은 4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하야 피살 수감 등으로 점철된 역대 대통령들의 비극이 유독 MB만을 뛰어넘어 박 전 대통령에게 닥쳤나 했더니 MB도 예외가 아니었다.

“피고인을 믿고 지지했던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겼다”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의 질타는 국민의 심정을 그대로 대변한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면을 대가로 삼성으로부터 수뢰하는 등 대통령 재임 중 저지른 범죄들을 소개하면서 "국가원수이자 행정 수반의 이런 행위는 공직사회 전체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MB에 대한 1심 선고로 노무현 정부와 현 정부 사이에 낀 보수정권의 두 수장에 대한 단죄가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볼 수 있다. MB는 항소심과 상고심을, 박 전 대통령은 상고심을 남겨두고 있지만 선고가 크게 달라지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박 전 대통령은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휘둘려 자행된 국정농단에 대한 징벌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것과 공천과정 개입 관련 선거법 위반으로도 8년의 징역형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징역 15년, 박 전 대통령은 징역 32년을 각각 선고받은 건데, 그들의 나이를 감안하면 종신형이나 다름없는 형벌이다. 올해 77세인 이 전 대통령은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92세까지 복역해야 한다.

재판부는 다스에서 조성된 비자금 240억원과 법인카드 사용액 등에 대해 횡령을 적용했고, 삼성이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납한 부분도 대가성을 이유로 뇌물에 해당된다고 봤다. 

다스의 실소유주를 가리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법원이 다스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이라고 판단한 데는 다스 관계자들과 이 전 대통령 측근의 진술이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재판 과정에 이르기까지 반성 대신 부인과 변명으로 일관해왔다. 재판 마무리 단계의 피고인 신문에서도 진술을 거부한 그는 결국 선고공판까지 출석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 착수 때부터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지만,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핵심 측근과 형제, 조카들은 그의 항변과는 다른 진술로 검찰 수사를 뒷받침했다. 이에앞서 검찰은 그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다스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음에도 이를 철저히 은폐하고 도곡동 땅, 17대 대선의 가장 큰 이슈였던 ‘BBK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해서도 국민을 속여 대통령에 취임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핵심 쟁점 '다스 의혹'

이 전 대통령 재판의 핵심 쟁점은 ‘다스는 누구 것인가’였다. 횡령은 물론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등 대부분 혐의가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자’라는 전제를 깔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는 이번에 해묵은 질문에 대해 ‘다스는 이 전 대통령 것’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다스 설립 과정에 이 전 대통령이 적극 관여하고, 유상증자 자금원인 도곡동 땅 매각대금이 이 전 대통령 소유이며, 이 전 대통령과 아들 시형씨가 주요 경영권을 행사하고, 장기간 상당액의 다스 자금이 이 전 대통령을 위해 사용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부터 논란이 돼온 다스 실소유자 문제에 대한 최초의 사법적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다스 의혹이 전국적인 관심으로 떠오른 계기는 2007년 7월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서울 종로에 출마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1996년 총선 직후부터 이 전 대통령이 다스 회삿돈을 마치 제 것처럼 선거비용으로 활용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던만큼, 의혹이 사실로 인정되는 데 20여 년이 걸린 셈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의혹이 본격화된 2007년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줄곧 "다스는 형님(이상은씨) 회사"라고 했고, 당시 검찰과 특검은 이 전 대통령 말이 맞는다고 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어 다스의 경영진 등이 과거 진술을 번복하자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결국 '다스의 실소유주는 이명박'이라는 판결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따라서 다스 실소유주 논란은 새삼 사법기관의 역할과 책무를 상기시킨다. 지난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고 다스 문제가 불거졌지만 당시 검찰과 특검은 무혐의 결론을 냈고, 이 전 대통령은 무난하게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당시 수사 한계는 있었으나 대통령 당선과 관계없이 검찰과 특검이 끈질기게 파헤쳤더라면 지금 같은 불행한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다스 소유여부에 대해 이번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물증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이른바 ‘MB 집사’ ‘MB 금고지기’들뿐 아니라 다스 경영진은 검찰 조사와 재판과정에서 한결같이 실소유주로 이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다스 설립 자금을 대고, 직원 인사에 영향을 미치고, 주기적으로 경영 상황을 보고받았다는 이들의 진술보다 더 확실한 증거는 없다.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 67억원을 삼성이 대신 납부했다는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수서 제출과 영포빌딩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다스 지분 관련 문건도 움직일 수 없는 근거가 됐다.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자격이 없는 이가 허위와 조작으로 국가 최고지도자에 오르더니 그 자리를 치부(致富)의 통로로 악용한 셈이다. 개인비리만 자행한 것도 아니다. 이 전 대통령 재임 기간, 경제·사회적 불평등 구조는 심화되고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국가기관들이 댓글공작에 총동원돼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 즉, ‘이명박근혜 시대’ 9년 적폐의 출발점은 바로 다스였다.

1심 재판은 끝났으나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단죄가 아직도 끝난 것은 아니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국정원과 군·경찰 등의 인터넷 댓글 공작과 관련해 직접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한 쌍용자동차 노조 파업에 대한 강경 진압 등 국가폭력 사건의 책임자로도 지목되는 터다.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정한 단죄가 이뤄져야 한다.

▲ 지난 9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20년을 구형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는 이명박(MB) 전 대통령. ⓒ뉴시스

권력구조 개혁 시급

1996년 전두환·노태우 두 전 대통령의 군사쿠데타를 통한 정권 장악에 단죄를 한 뒤 2018년 다시 박근혜·이명박 두 대통령에게 내려진 징벌은 대한민국의 짧은 민주주의 역사에서 국민을 거듭 불행하고도 부끄럽게 만드는 사태다.

각각 다른 죄목이기는 해도 반복되는 장면이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잘못된 권력구조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단죄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제도적 개혁이 시급함을 거듭 일깨운다.

검찰이 현직 대통령을 불기소할 때도, 반대로 전직 대통령을 기소할 때도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수긍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제왕적 대통령제다. 아무리 적폐 청산의 정당성을 주장해도, 인적 청산에만 집중하고 적폐를 낳은 제도적 기반을 바꾸는 것이 되지 않으면, 대립하는 진영의 서로를 향한 청산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임은 자명하다.

2007년 이후 검찰과 두 차례의 특검팀이 이 전 대통령의 각종 의혹을 수사했지만, 사실에 접근하지 못한 책임을 뒤늦게나마 거듭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거짓 진술을 하는 등으로 수사에 어려움이 있었겠으나 당시 검찰과 특검이 ‘살아있는 권력’을 의식해 부실수사했다고 볼 여지가 더 크다. 그 탓에 이 전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활용해 더 많은 사리사욕을 챙킬 수 있었던 것이다.

만일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사실이 제때 밝혀졌다면 그는 공직자윤리법과 공직자선거법 위반에 따라 서울시장은 물론 대통령직에도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검찰이 지난 4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공소장에 “피고인을 피고로 해 대법원에 소를 제기하면 그 판결 확정 시 당선무효가 될 수 있었다”고 적시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현재의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이후 1년 5개월이 지난 지금, 사회 각 분야에 검찰이 주도한 적폐 청산의 그늘이 짙다.

부처마다 과거를 파헤치는 위원회를 가동해 전 정권의 정책을 격하하고 그 정책에 기여했던 인물을 직권남용으로 조사하거나 인사 조치한 결과, 공무원들은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으면 움직이려 하지 않는 분위기다. 공직사회가 그렇게 경직되니까 대통령과 총리가 아무리 규제개혁을 외쳐도 규제는 풀리지 않는다. 기업은 기업대로 총수들부터 적폐 청산 수사의 영향을 받고 있어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풍토다.

북한 비핵화 실현과 발등의 불인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는 데도 힘이 벅찬데, 많은 사람이 피로감을 호소하는 적폐 청산에만 언제까지 매달려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잘못된 권력구조 시스템의 역기능이 아직도 작동줌임을 그 배경으로 지목치 않을 수 없다.

결국, 비극의 역사가 반복되는 것은 우리의 잘못된 권력 시스템에 적잖은 허점이 있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어찌 줄일 수 있을지를 놓고 국가적 중지를 모아야 한다.

헌법에 의해서 하는 정치(헌정)는 곧 의회정치를 뜻한다. 근대 민주국가가 의회제를 택한 이유는 국가의 주권을 국민이 갖고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국민에 의해 선출되고 국회의원도 지역주민 손으로 뽑힌다. 그런데 이렇게 뽑혀진 대통령이 국민세금을 도둑질하고 이런 더러운 돈으로 의회가 좌지우지되었다면 그 나라 주권이 국민들에게 있다고 감히 말할수 있을까.

이런 현실을 뒤엎어 바로잡지 않으면 결국엔 국민적 저항이 일어난다. 따라서 이 일을 맡아 해야할 직책이나 기관은 개혁차원을 넘어서서 이 나라를 새롭게 태어나게 한다는 혁명적 의식과 각오로 새로운 제도를 구축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분산하고 사정기관의 권력 감시를 강화하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그것이 곧 정치권이 이뤄 내야 할 개헌의 방향이 돼야 할 것임은 불문가지다.

보수정권 심판 논란

물론 '보수-진보정권' 대립구도와 관련, 다른 측면에서 이번 MB재판의 논란부문도 간과될 수는 없다. 쟁점사항을 간추린다.

기업 소유권은 주식 보유 여부가 핵심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다스 주식은 이 전 대통령의 형 등 친척들이 대부분 갖고 있고 이 전 대통령은 공식으로는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 전 대통령이 회사 창립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해도 오랜 세월이 흐른것은 사실이다.

만약 이번 판결대로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면 민사소송을 통해 소유권을 되찾을 수 있나. 그럴 수도 없다고 한다. 형사적으로 실소유주이니 처벌받고, 민사적으로 실소유주가 아니니 되찾을 수 없다면 법리를 떠나 일반의 상식에 어긋나는 소지가 있다. 이 문제는 앞으로 재판에서도 계속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다.

즉, 이 전 대통령의 유죄 근거가 대부분 옛 측근들의 진술에 두고 있다는 점은 항소심에서 다툼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 증거의 대부분은 인증(人證), 즉 사람의 진술인 반면 그걸 깨는 객관적 물증(物證)을 제시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정 부장판사가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등에서 활동한 이력을 거론하며 정치적으로 편향된 판결이라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판결은 세상에 없다. 정치적 사건일수록 찬반양론이 거세다. 법관에 대한 인신공격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는 민주주의의 적이다.

이번 재판은 역사적 의미가 크다. 그러나 당사자인 이 전 대통령은 불출석을 택했다.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 때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면서 ‘반쪽재판’ ‘정치재판’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두 전직 대통령이 잇따라 ‘TV 생중계 선고 법정 불출석’이라는 선례를 남기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겠다며 도입한 이 제도 자체에 대한 무용론도 나오는 지경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보수 정부 9년에 대한 법적 심판이 이어지면서 철저한 과거 청산도 좋지만 미래를 생각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물론 경청할 필요는 있다.

반성없는 전직 대통령들

그렇지만, 적지 않은 국민이 우리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를 깊이 되새기게 되는 상황이다. 과거 전직 대통령들의 관련 행보와 이번 이 전대통령의 자세에는 너무도 비슷한 경향이 얽혀있다.

지난 95년 12월  전두환씨가 노태우씨에 이어  구속 수감됨으로써, 국민들은 두 전직 대통령이 나란히 감옥에 갇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당시 오랜만에 국민 앞에 나타난 전씨의 성명내용은 국민들을 아연실색케 만들었다. 오늘 이 전대통령의 자세처럼, 과거의 잘못을 뉘우쳐야 하는 역사의 죄인이란 인상이 그때도 전혀 없었다. 12·12, 5·17, 5·18 등 자신이 주도했던 사건에 대해 사죄나 사과는 커녕, 이렇다 저렇다 말 한마디 않고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당시 자세와 태도는 국민감정을 완전히 무시한 것으로 역사와 국민 앞에 죄값을 치르겠다는 모습이 전혀 아니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도 6공 당시의 율곡사업, 원전건설, 신공항건설, 고속철, 제2이동통신 등 대형 공공사업과 관련된 뇌물 특혜 시비와 함께 토지 빌딩 증권 등 여러가지 형태로 은닉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이들 부정축재 상황과 관련, 국민에 대한 사과성명이나 소명서가 매우 불성실해 비난이 쏟아졌다. 이것이 한국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처벌 역사다. 나라의 최고통치자인 대통령과 관련된 한국 현대사가 그만큼 굴절이 심했음을 반영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이후 모든 재판에 나오지 않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전직 대통령이 사법부를 불신하며 재판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최소한의 책임감마저 내팽개친 꼴이다. 시민들에게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빌어도 모자랄 판에 언제까지 정치보복의 희생양인 양 행동할지 모를 일이다.

우리 대통령역사는 어째서 이렇게 기구하고 창피하고 비참하기만 한 것일까. 건국의 아버지로 불렸던 이승만박사는 망명객이 되어 죽은후에야 조국 땅에 돌아왔고, 경제개발의 초석을 놓은 박정희씨는 자기부하의 손에 죽임을 당해야했다. 최규하씨는 총앞에 고개를 숙이고 도중하야했으며, 전두환씨는 백담사로 현대판 귀양을 가야했다. 이제는 정치풍토면에서, 제도개혁면에서 참으로 심층적 처방과 해법이 국가적 국민적 숙제가 되었음을 거듭 일깨운다.

위정자 반면교사 계기로

사법부의 준엄한 심판은 시민의 사실 판단과 역사적 평가에도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이번 재판은 법치와 정의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미래의 위정자들에게도 커다란 교훈을 남겼다. 대통령으로서 주권자의 신뢰를 저버리고 헌법적 가치를 훼손한 점에 대해 준엄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헌정사에 오점을 남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엄정한 법의 심판으로 볼 수 있다.

'오늘'의 판결은 현재 대통령뿐만 아니라 미래의 위정자들에게 반면교사여야 할 것이다. 최고 통치자가 져야 할 국정 책임의 무게를 다시 읽는 계기여야 한다.

그럼에도, 제도결함의 근본 원인이 된 '제왕적 대통령제' 권력구조에 대한 개혁 방안이 아직도 본격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 정치는 이제라도 전직 대통령들의 잘못된 역사에서 '제도개혁'의 깊은 교훈을 끌어내야만 한다. 그것이 곧 헌법 가치를 진정으로 수호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가는 보편타당의 과제를 이뤄내는 길이기에 더욱 그렇다.

반복되는 오욕의 역사는 우리 헌정사의 불행이고, 우리 정치가 아직도 후진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결코 이를 그냥 덮어둘 수는 없다. 법 앞에 모든 국민은 평등하고, 그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법은 권위를 잃고 법치는 흔들리고 만다. 전직 대통령이든 그 누구든 법을 위반하면 그에 상응한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대원칙에는 한치 오차도 허용돼선 안된다. 오늘의 문재인 대통령과 정권도 여기서 결코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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