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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시모노세키 조약과 평양 공동선언

기사승인 2018.09.23  09:3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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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속내가 다른 약속의 재현은 불행한 역사의 반복”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논설위원)

   
▲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시모노세키 조약 체결 당시와 마찬가지로 겉과 속이 다른 약속을 했다면 대한민국 국민은 불행한 역사 반복의 희생자가 될 것이다. 안중근 의사에 의해 사살된 이토 히로부미(사진 좌) 백두산 정상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 우) 사진제공=뉴시스

시모노세키 조약은 일제가 청이 가진 조선의 종주국 지위를 박탈한 사건이다. 일제는 청일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자 청의 최고 실력자 이홍장을 조선과 일본의 관문인 시모노세키로 불러들여 굴욕적인 강화 조약을 강요했다.

일제는 조약의 제1조에 “청은 조선이 완결 무결한 자주독립국임을 확인하며 무릇 조선의 독립 자주 체제를 훼손하는 일체의 것, 예를 들면 조선이 청에 납부하는 공헌, 전례 등은 이 이후에 모두 폐지하는 것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제1조의 겉모양은 조선의 독립을 위한 내용으로 볼 수 있지만, 속내는 이제 조선은 청의 속국이 아닌 일제의 속국임을 인정하라는 야욕 그 자체였다. 일제는 시모노세키 조약 체결로 청을 아시아의 패자 자리에서 끌어내렸고, 조선 식민지화의 최대 위협을 제거하는 역사적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조약의 2조는 일제가 계획한 조선 침략의 시계를 잠시 멈추게 했다. 일제는 청일전쟁 중 자신들이 점령한 청의 영토도 탐냈다. 문제의 제2조는 “청국은 랴오둥반도와 타이완 및 펑후섬 등을 일본에 할양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조선을 탐내던 열강은 일제만이 아니었다. 전 세계에서 부동항을 얻기 위해 부단의 노력을 시도하던 러시아는 영국을 비롯한 서구 열강의 방해로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이미 아시아의 병든 돼지로 전락한 청나라의 연해주를 점령한 러시아는 조선도 자신의 식민지로 만들고자 했다. 러시아는 시모노세키 조약의 제2조를 문제 삼아 프랑스와 독일을 끌어들여 일본을 위협했고, 이에 굴복한 일본은 랴오둥반도를 반환할 수밖에 없었다. 역사는 이를 '삼국간섭'이라고 기억한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뼈아픈 역사가 있다. 청일전쟁 중 조선의 영토는 외세에 의해 짓밟혔고, 조선의 백성은 무참히 살해당했지만 조선의 무능한 위정자들이 한 일은 전혀 없었다.

조선의 위정자들이 넋을 놓고 자신들의 안위를 골몰하고 있을 때, 조선의 운명을 놓고 일제가 청을 겁박했고, 러시아도 프랑스와 독일과 힘을 합쳐 일제를 겁박했다.

결국 조선의 운명은 제국주의 열강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지우지됐고, 한반도는 20여년 후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왔다. 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9월 평양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역대 남북정상회담과 비교할 때 파격적인 내용이 많이 담겼다.

문 대통령은 20일 국내로 복귀하자마자 평양 정상회담 결과 대국민 보고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 거듭 확약했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의지를 확약한 것뿐이지 구체적인 플랜과 일정표는 4·27 판문점 정상회담과 6·12 미북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찾아볼 수 없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남북 정상의 세 차례 만남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만 반복해서 확인했을 뿐이다.

또 문 대통령은 보고후 질의응답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과 논의한 내용 가운데 합의문에 담지 않은 그런 내용들도 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제가 방미해서 트럼프 대통령과 다시 정상회담을 갖게 되면 그때 미국 측에 상세한 그런 내용을 전해 줄 그런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전할 내용은 당연히 우리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려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한민국 주권자인 우리 국민은 그 내용을 전혀 모른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만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통치행위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를 인정하면 대한민국 국민은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남북이 합의한 내용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정치권 일각에선 미국과 북한의 재담판이 아직 개시되지도 않았는데 문 대통령이 북한에 너무 많은 선물을 주고 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군사 분야 합의 中 ‘서해 적대행위 중단구역’ 논란은 국민 정서상 민감한 주제인 NLL에 대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국방부가 서해 적대행위 중단구역 길이에 대한 잘못된 발표를 한 것도 파문 키우기에 한몫했고, 사회 각계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우리 국민이 가장 관심 있는 주제는 한반도 평화다. 한반도 평화는 북한의 비핵화에 달려 있다. 이것은 우리가 북한과 합의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결국 미국과 북한이 담판을 져야 한다.

문 대통령이 미북 간의 ‘중재자’ 역할을 한다고 했지만 말 그대로 ‘중재자’일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한반도 비핵화의 시계는 또 멈추게 된다.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시모노세키 조약 체결 당시와 마찬가지로 겉과 속이 다른 약속을 했다면 대한민국 국민은 불행한 역사 반복의 희생자가 될 것이다. 

 

윤명철 논설위원 sisaon@sisaon.co.kr

<저작권자 © 시사O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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