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 국민연금 논란, 핵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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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뉴스] 국민연금 논란, 핵심은?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8.13 22: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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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내고 덜 받는’ 정책자문안…‘땜질 처방’ 벗어난 근본적 개혁 필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휴일이던 지난 12일 오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논란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긴급 입장문을 발표했다. ⓒ뉴시스

일요일이었던 지난 12일 오전 10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긴급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장관이 휴일 오전 정부 정책과 관련한 ‘긴급 입장문’을 내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요. 그만큼 정부가 다급했다는 뜻이겠죠.

이렇게 정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선 논란거리는 바로 ‘국민연금’이었습니다. 보험료는 올리고 연금은 더 늦게 받도록 하는 국민연금 개편안이 논의 중이라는 소식에,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인데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연금 의무가입을 폐지하라’는 내용의 청원이 수천 건이나 등록되기도 했습니다.

여론의 흐름이 심상치 않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2일 입장문을 내고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가입연령 상향조정, 수급개시 연장 등은 자문안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항의 일부일 뿐, 정부안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개정 문제가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는 문제’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고갈 ‘초읽기’…조정 불가피

일단 주말을 뜨겁게 달군 ‘정책자문안’의 내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여기도 두 가지 안이 있는데요. 우선 첫 번째 방안은 현재 9%인 보험료율을 높여 45%인 소득대체율을 유지하자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평생 일하는 동안 벌어들이던 평균 소득의 45%를 연금으로 줄 테니, 보험료는 좀 더 내라는 거죠. 보험료는 더 많이 내고, 연금은 지금 수준으로 받아가라는 뜻입니다.

두 번째는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추는 대신 보험료를 2033년까지 단기적으로 13%로 올리고,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연령도 2038년부터 1세씩 상승시켜 최종적으로 68세까지 높이는 방안입니다. 이렇게 되면 연금을 덜 받고 늦게 받게 되지만, 상승률은 장기적으로 조금씩 올라가므로 부담이 한 번에 커지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두 방안 모두 미래 세대가 손해를 보게 되는 건 마찬가지죠.

이런 개정안이 나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국민연금은 낸 보험료보다 받아가는 연금이 더 많은 시스템입니다. 보험료를 내는 사람이 많아야 이 구조가 지속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돈을 내는 사람은 줄어들고 받는 사람은 늘어가는 실정입니다. 이러면 자연스럽게 ‘곳간’은 비어갈 수밖에 없죠.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와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의 추산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연금 기금은 2057년이면 고갈될 것이라고 합니다. 정부가 보험료율을 높이고, 연금 수급 연령도 늦추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내게 하고, 덜 받아가게 해야 기금 고갈 시점을 미룰 수 있으니까요.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국민연금 폐지’ 청원이 빗발치는 상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받지도 못할 국민연금? 반발 커지는 이유

당연히 국민들의 반발이 거셉니다. 일단 젊은 층은 자신들이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신이 큽니다. 인구구조의 변화 추이를 감안하면, 보험료를 더 낸다고 해도 국민연금 기금 고갈은 피하기 어려운 까닭입니다. 젊은 층 입장에서는 ‘우리는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계속 보험료만 올리는 게 말이 되느냐’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왜 국민연금만 갖고 그러느냐’는 목소리도 작지 않습니다.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 등은 세금으로 부족분을 충당하면서, 정작 서민들의 노후 대비책인 국민연금만 매번 개편 테이블에 올린다는 불만입니다. 실제로 1988년 국민연금이 처음 도입될 당시 보험료율은 3%에 불과하고, 소득대체율은 70%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개혁을 거치면서 보험료율은 9%로 높아지고 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40%로 줄어들게 됐습니다.

반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보험료와 정부 부담금 외의 부족분을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2017년 공무원연금에 대한 정부 보전금은 2조2820억 원에 달합니다. 군인연금 역시 매년 1조 원이 넘는 적자를 정부 예산으로 보전하고 있죠. 공무원연금·군인연금과의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땜질 처방은 그만…근본적 해결책 고민해야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지금이 국민연금에 변화를 줄 시기라는 데 공감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변화는 ‘땜질 처방’이 아닌, 근본적 문제점을 해결하는 ‘대규모 개혁’이 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저출산·고령화·저성장 등 여러 사회·경제적 변화를 고려할 때, 의무가입 기간 연장·연금수령 나이 상향 조정·고령자 연금액 삭감 등 가입자 부담을 높이며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대규모 개혁’ 중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은 ‘적립방식’을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처럼 국가가 보험료를 받아 굴리다가 수령자에게 나눠주는 적립방식에서, 젊은 세대에게 보험료를 걷어 곧바로 노년 세대에게 주는 부과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독일, 스웨덴 등 ‘복지 선진국’들은 초기에 적립방식으로 국민연금을 운용하다가, 적립기금이 고갈될 때쯤 부과방식으로 전환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부과 방식은 적립 방식에 비해 젊은 층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사회적 대타협’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사회적 대타협은 정부와 정치권, 국민들이 모두 피해와 손해를 감수해야 가능한 일이죠. 당분간 국민연금이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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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연금은 2018-08-14 11:28:13
공무원연금, 군인연금은 그 성격이 국민연금과 완전 다르다. 정부가 고용주고 공무원들은 노동자, 일종의 퇴직연금이다. 당연히 고용주가 보전해줘야 되는 거지 그걸 세금 운운하는 건 여론을 악용하는 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