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순조의 가뭄 수습책과 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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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순조의 가뭄 수습책과 자영업자
  • 윤명철 논설위원
  • 승인 2018.08.1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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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은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논설위원)

▲ 민심은 언제 변할지 모르는‘성난 호랑이’이다. 사진제공=뉴시스

조선의 국운이 무너지기 시작한 때는 조선의 마지막 개혁 군주인 정조 사후 등극한 순조 즉위기라고 볼 수 있다. 비운의 군주 순조는 김조순 , 그리고 안동 김씨 외척과의 권력 투쟁에 밀려 세도정치를 맞이했다. 본인 스스로 안동 김씨와 맞서 국정을 주도하려고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실록에 따르면 순조도 재위 기간 중 가뭄 등 자연재해로 골치를 많이 썩은 모양이다. 개국 초부터 중농정책을 최고의 국가 산업으로 육성한 조선으로선 가뭄과 홍수 등은 최대의 악재였다.

<순조실록> 순조 11년 4월 28일 기사는 순조가 “가뭄과 관련해 팔도와 사도의 방백과 수신에게 유시하다”라고 전한다.

순조는 “중춘(仲春)에 농사를 시작하고 맹하(孟夏)에 농사일을 부지런히 하는 것은 천도(天道)의 일정함이고 인사(人事)의 요긴함”이라며 “근년에 오면서 자주 흉년을 만나 기근(饑饉)이 매우 심하고 생령(生靈)들이 오래도록 고통을 당하고 있다. 저들에 대한 염려가 미치니 좋은 음식도 단맛을 모르겠다”라고 군주로서의 고충을 토로했다.

순조의 애민정신은 “만물에 미루어 보면 만물 가운데서 오직 사람이 가장 귀중하고, 백성은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다”는 대목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하늘과 사람은 동일한 이치에서 하늘은 반드시 백성을 사랑하고 백성은 반드시 하늘을 의지하게 되는데, 끝내 서로 감응하는 뜻을 드러내는 데가 없고 흉황(凶荒)의 재변(災變)을 유독 백성들만 독하게 입고 있는 것을 과궁(寡躬)이 아는 바이고 묘당(廟堂)에서 고민하는 바”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순조는 잦은 자연재해로 인한 민심의 동요를 방지하고자 팔도와 사도의 방백과 수신들에게 “원통한 자는 위에 알려서 신원시키고, 죄지은 자는 가두어 다스리며, 가난한 자는 구제해 살리도록 하고, 부유한 자는 배우게 해 인도함으로써, 풍교(風敎)를 이어받아 교화를 펴는 데 귀결되게 하라”고 어명을 내린다.

순조는 ‘백성은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다’라며 민심의 정곡을 정확히 읽어냈다. 이 세상의 모든 백성은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성난 호랑이’가 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별세한 김종필 전 총리도 민심이 사육사를 물은 수 있는 성난 호랑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순조는 민심의 동요를 막고자 지방관들에게 자신의 본분에 맞는 일을 하도록 지시했다. 억울한 자와 가난한 자를 구제해주고, 죄지은 자를 벌주며 부자들의 도덕성 함양을 권장했다. 누구나 반드시 해야할 일이라는 사실은 다 알고 있는 일이지만 현재 대한민국 나랏님들도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고공 지지율이 눈에 띄게 하락세로 급변하고 있다. 경제가 좀처럼 활기를 찾기 힘들며 실업 문제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가게를 지켜야 할 자영업자들이 현 정부의 정책에 분노한 나머지 가게 문을 닫고 광화문에 진을 치기 시작했다.

정부와 여당은 민심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들이 추진했던 정책 수정, 더 나아가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이를 과감히 수술대에 올려야 할 것이다. 민심은 언제 변할지 모르는 ‘성난 호랑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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