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 고용보험 논란, 특수고용직이 뭐기에?
스크롤 이동 상태바
[친절한 뉴스] 고용보험 논란, 특수고용직이 뭐기에?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8.08 1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근로자 아닌 근로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무조건적 보험 가입에 찬반 논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현행법상 특수고용직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함은 물론, 노동조합 결성에도 제한을 받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지난 6일 보험설계사·학습지교사·퀵서비스 기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고용보험 의무화를 사실상 확정했습니다.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특수고용직에게도 고용보험을 적용해 실업의 공포를 줄여주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고용보험 의무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무엇보다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특수고용직 사이에서도 찬반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한데요.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기업들이야 당연히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다 해도, 특수고용직이 ‘보험’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근로자 아닌 근로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우선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즉 특수고용직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사장님이 시킨 일을 하고 돈을 받는 사람’을 모두 근로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법적인 의미에서 근로자로 인정받고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으려면, 조금 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우리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즉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가 되려면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는지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는지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냥 ‘사장님이 시킨 일을 하고 돈을 받는 사람’이라고 모두 근로자가 아니라는 뜻이죠.

그런데 보험설계사나 학습지교사, 퀵서비스 기사 등의 업무를 저 조건에 넣어 따져보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었던 겁니다. 어딘가에 속해서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일을 하지만, 업무 처리 과정에서는 개인 사업자처럼 독립된 상태나 다름없기 때문이죠. 이처럼 ‘고용된 듯 고용되지 않은 고용된 것 같은’ 이들을 바로 특수고용직이라고 합니다.

사회안전망 확충 vs 무조건적 보험 가입은 역효과

이렇게 지위가 애매한 까닭에, 이들은 지금까지 고용보험을 적용받지 못했습니다. 보험설계사나 학습지교사로 일하다가 계약이 해지돼 실업자가 되더라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었다는 뜻입니다. 고용보험에서 지급하는 출산 전후 휴가 급여, 직업 훈련 시 지원되는 교육비 등과도 무관했음은 물론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특수고용직에게도 고용보험을 적용하겠다는 것은 바로 이런 취지입니다. 일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 사실 특수고용직도 회사를 나와야 하는 경우 앞이 막막해지는 건 마찬가지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이들도 고용보험에 가입시켜서,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실업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게 문재인 정부의 생각입니다. 일종의 사회안전망 확충 작업인 셈입니다.

문제는 보험금 부담입니다. 기본적으로 고용보험료는 회사와 근로자가 반씩 내게 돼있는데요. 지금까지 보험금 부담이 전혀 없던 기업들로서는 갑자기 적잖은 고용보험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 달갑지 않겠죠. 특수고용직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보험사들의 경우, 약 435억 원(보험업계 추정치)에 달하는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불만을 표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특수고용직 가운데서도 반대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보험연구원이 보험설계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용보험 의무화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16.5%, 반대하는 응답자는 38%, 선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45.5%였습니다. 반대 의견을 표한 응답자들의 상당수는 현재 3.3%인 세(稅)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 인건비 부담을 느낀 보험사들이 인력을 줄여 결과적으로 고용 부담이 야기된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가가 나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다만 일각의 우려처럼, 고용보험 적용이 역설적으로 고용을 불안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과연 문재인 정부의 ‘선(善)한 의도’는 ‘선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