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자연재난에 폭염 포함…‘사후약방문’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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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자연재난에 폭염 포함…‘사후약방문’ 지적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8.02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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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같은 내용 법안 6건 발의…아직도 계류 중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역대급’ 폭염(暴炎)이 계속되면서, 정치권이 대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은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들의 모습. ⓒ뉴시스

정치권이 폭염(暴炎) 대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야(與野)는 7월 31일 폭염을 자연재해 범위에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재난안전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했다. 국회에서도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 전기요금 감면 등 관련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폭염을 재난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주장이 수년 동안 반복됐음에도, 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폭염이라는 ‘사건’이 터진 뒤에야 허둥지둥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대처에 나섰다는 인상을 주는 까닭이다. 특히 재난안전법 처리가 빨라야 8월 말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역대급’ 폭염에 바삐 움직이는 국회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지난 1일 폭염과 혹한을 법적 재난으로 규정하는 내용이 담긴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재난안전법은 태풍·홍수·호우·강풍·풍랑·해일·대설·가뭄·지진·황사·조류대발생·조수·화산활동 등을 자연재난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폭염은 제외돼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7월 31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진선미, 자유한국당 함진규·윤재옥, 바른미래당 채이배·유의동 등 여야 3당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들이 ‘국회 민생경제법안 TF(태스크포스)’ 회의를 열고, 폭염을 자연재해에 포함시키는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도 1일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역시 열대야 발생일수가 10일 이상인 경우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규정하고, 한국전력공사가 폭염 재난이 발생한 달의 모든 주택용 전기요금을 30% 감면해 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 발의를 추진 중이다. ‘역대급’ 폭염을 계기로, 정치권이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 폭염을 자연재해 범위에 포함하는 법안은 제19대 국회에서만 두 차례 발의됐지만, 소득 없이 임기만료 폐기됐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자연재난에 폭염 포함’ 법안, 6년 새 6건이나 발의돼

하지만 ‘바삐 움직이는’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폭염 피해가 심각해질 때까지 손을 놓고 있다가,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이제야 부랴부랴 ‘늑장 대응’에 나섰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이미 제19대 국회에서만 폭염을 법정 재난에 포함시키는 법 개정안이 2건 발의됐다. 2012년 8월 정병국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재난안전법 개정안과 같은 날 김승남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법안이 그것이다. 하지만 2건 모두 여름 막바지에 발의됐던 까닭에, 폭염이 끝난 뒤에는 흐지부지 됐다가 제19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제20대 국회 때인 2016~2017년 여름에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4건이나 발의됐다. 2016년 여름에는 이명수·정병국 당시 새누리당 의원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7년 5월에는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폭염을 자연재해 범위에 넣는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내놨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법안들은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법안 처리는 빨라야 30일…‘늑장 대응’ 지적

여기에 이번 국회에서도 재난안전법 처리는 8월 말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여, 국민들의 불만이 치솟고 있다. 밀린 법안들을 처리할 수 있는 본회의가 오는 30일로 예정돼 있기 때문. 이에 여야는 법안 처리 과정에서 ‘소급 적용’도 논의한다는 방침이지만, 피해 발생 후 보상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본부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5월 20일부터 7월 31일까지 전국적으로 2355명의 온열환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29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농가의 피해도 커서, 전국적으로 323만 마리의 가축이 폭염으로 인해 폐사했다. 게다가 기상청은 기록적 폭염이 8월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법안 처리가 8월 말에나 가능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법안 소급 적용은 보상 차원의 조치일 뿐, 1~2주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폭염에 대한 예방책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측 관계자는 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보상 관련 부분이나 장기적인 대책은 법 개정으로 하고, 그 전에도 정부가 재난 대처 수준으로 피해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중”이라며 “다소 늦었다는 지적에는 100% 동감한다. 그래서 더 빨리 움직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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