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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최저임금은 왜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았나?

기사승인 2018.07.22  10: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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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폭발적 인상 했던 노태우 정부 때와 환경 달라…철저한 준비 필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서울대 이준구 교수는 지난 20일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쓴 글에서 “정부가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을 줘 경제 전반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래서 ‘실패’라고 속단할 수 없다. 다만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그 누구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우려는,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2019년도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의결했다. 2018년 대비 10.9% 오른 금액으로, 2017년 16.4%에 이은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이다.

당연히 경영계는 반발했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은 소상공인 부담을 가중시켜, 영세 자영업자들의 도산을 유발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 모라토리엄을 흔들림 없이 실행으로 옮길 것”이라며 ‘최저임금 불복종’까지 선언했다.

비단 경영계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리얼미터>가 19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1.8%가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높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정하다’고 보는 사람은 39.8%였다.

이처럼 온 사회가 최저임금 인상 문제로 시끌벅적한 데는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 중론(衆論)이다. 사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저임금 인상률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노태우 정부 때다. 1988년까지 업종별로 차등 적용됐던 최저임금이 모든 업종에 동일 적용된 1989년 이후, 노태우 정부는 4년 평균 13.8%나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하지만 당시 최저임금 문제는 그리 큰 이슈가 되지 않았다. 노태우 정부 시절에는 말 그대로 ‘폭발적인 경제 성장’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노태우 정부 5년 동안 평균 경제성장률은 약 9%에 달했다. 소비자 물가지수 평균 상승률 역시 7%를 상회했다.

최저임금 자체의 인상 명분도 충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권고하는 최저임금 수준은 중위임금(전체 근로자의 임금을 금액 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에 있는 액수)의 50% 정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16년에야 중위임금 대비 50%에 도달했을 정도로, 최저임금 수준이 낮았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016년 2.8%, 2017년 3.1%였다. 한국은행이 예측한 올해 경제성장률도 2.9%에 불과하다. 물가상승률도 2016년 1.0%, 2017년 1.9%에 그쳤다.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도 2016년에 이미 OECD 평균(중위임금의 50%)에 다다랐다. 노태우 정부 때와 달리,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다 보니 사회적 갈등을 피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이런 환경에서도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을 관철해야 했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임금 지급 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영세 자영업자들의 도산과 실업자 양산을 피하기 어렵다. 즉, 영세 자영업자들의 임금 지급 여력을 높이는 정책이 선행돼야 최저임금 인상의 ‘연착륙’이 가능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일단 최저임금을 인상해 놓고, 후속 조치를 마련하는 형식을 취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말대로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갑질 횡포와 불공정한 계약, 고삐 풀린 높은 상가 임대료’가 문제의 원인이라면,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영세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서울대 이준구 교수는 지난 20일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쓴 글에서 “지금 경제가 겪고 있는 몇 가지 문제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도 “정부가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을 줘 경제 전반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어에 ‘Slow and steady’라는 표현이 있다. 느리지만 꾸준히 어떤 목표의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일컫는 말”이라며 “현 정부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지혜가 바로 이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지지율이 시나브로 하락하고 있는 지금, 문재인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조언이 아닐까.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저작권자 © 시사O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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