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한민국 경제④] 관치부활 금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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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한민국 경제④] 관치부활 금융업
  • 윤지원 임영빈 기자
  • 승인 2018.07.20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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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종합검사…금융당국이 민간기업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
은행권 주 52시간 조기도입 압박에 총파업 예고 등 노사갈등만 심화
˝일자리창출을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하는 건 사실상 노골적 경영개입˝
˝또 수수료 인하,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왜 카드업계에 떠넘기는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지원 기자 임영빈 기자)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7월 9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 채용모범 규제도 모자라 종합검사 부활까지 알린 당국의 거센 압박 속에 금융권에선 새로운 ‘관치금융’이 시작되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지난 9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감독 강화를 위해 지금부터 금융사들과 전쟁을 해야 한다”며 2015년 폐지된 금융사 종합검사를 올 4분기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종합검사는 금감원이 특정 금융사를 지목해 집중적으로 영업 및 인사, 예산집행 등 경영실태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금감원이 금융사에 개입할 수 있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비(非)규제 시대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불만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상 종합검사의 부활은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금융사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라며 “관리감독은 좋지만 ‘전쟁’이라는 말까지 불사하며 금융사를 적대시하는 금감원장을 볼 때 새로운 관치금융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라고 털어놓았다.

‘관치금융’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은 종합검사 뿐만이 아니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경우에도 애초에 금융권은 특례업종으로 인정받아 내년 7월까지 주 52시간 근무시간 적용을 유예 받았다.

하지만 김영주 고용노동부장관이 지난 4월 은행장들을 만나 조기 도입을 요청하는 등 당국은 금융권을 향한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주 52시간 근무제 조기 도입을 서두르던 금융권 노사는 자체 합의에 실패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까지 냈지만 최종협상은 결렬됐으며 금융노조는 다음 달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의 일자리 만들기에 동참하기 위해 청년채용도 늘린 마당에 노조의 정년 연장 요구까지 수용하기는 어렵다”라며 이중 압박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채용과 관련한 정부의 입김이 너무 세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지난 달 4일 윤 금감원장과 6개 금융협회장 사이에 이루어진 간담회에서 은행권은 정부의 청년 일자리 창출 정책에 공감을 표명하며 하반기에만 2000명 이상을 채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얼핏 보면 은행들 자체적으로 청년일자리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윤 원장은 당시 간담회에서 “일자리 창출을 경영실태 평가에 반영할 것”이라며 에둘러 압박했다. 이로 인해 업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금융권에 대한 노골적 간섭이 아니냐고 불편함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은행권 채용비리 이후 마련된 ‘채용모범규준’은 은행의 인사권 자체에 개입하는 것으로, 사실상 이를 선택 없이 받아들여야하는 은행들로서는 신종 규제라는 지적이다.

은행권에서는 근본적으로 채용모범기준에 따른 필기시험 도입 등은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이라는 개탄이 상당하다. 디지털 금융으로의 체질 변환을 꾀하고 있는 마당에 은행권으로 하여금 필요한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게 하고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은행고시’를 준배해야한다는, 이중고를 야기시킨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은행 입사를 준비 중인 한 취업준비생은 “채용비리의 근본적인 문제는 임직원들을 통해 이뤄지는 청탁”이라며 “은행 자체적으로 부정이 저질러지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지 필기시험 강화 등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6월 26일 서울 종로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카드사 CEO와 카드수수료 산정체계 개편 등 업계 현안 논의를 위한 간담회에 참석했다. ⓒ뉴시스

신용카드 업계 또한 정부의 강공 드라이브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왜 카드사가 짊어져야 하는지 그리고 정녕 합당한 방안인지 의구심 가득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의 불만이 커지자, 이를 달랠 방안으로 정부가 제시한 것이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다.

실제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부담 경감을 위해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이슈가 떠오르자 “업계와 상의해 추가적으로 지원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신용카드 수수료는 지난 2007년 ‘신용카드 체계 합리화 방안’이 등장한 이래 총 10차례 인하됐다. 설상가상 지난해는 대선 공약에 따라 영세가맹점 범위가 매출액 2억 원에서 3억 원(수수료 0.8%) 으로 확대됐는데, 당시 정부 추산으로 카드사 수익이 3500억 원 가량 줄어든 바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재차 최저임금 인상분을 카드수수료로 상쇄하려고 하자, 카드업계는 소위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20일 업계 관계자는 “카드수수료를 내리면 카드사는 비용 줄이기에 나설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고객혜택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업계의 주장과 달리 수수료 인하 논리도 한층 더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올 2분기 카드사들의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신용카드사 중 KB국민카드가 상반기 실적을 가장 먼저 발표했다. 동사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1686억 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언급한 영세·중소가맹점 범위 확대에 따른 가맹점수수료 하락에 올 2월 최고금리 현금서비스 금리 하락이 맞물렸으나, 카드 사용이 늘면서 동사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압박으로 카드수수료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카드사들의 긍정적 실적이 발표되면 수수료 인하 압박이 한층 더 커질 것”이라며 “카드사 입장에서는 실적이 좋아도 걱정, 안 좋아도 걱정이라는 모순에 빠져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또 "카드사가 실적을 내면 수고했다고 칭찬받는 게 아니라 일종의 적폐세력으로 내몰리는 게 현실"이라면서 "그러면 카드사 매출이 감소하고 직원들 월급도 줄어들어야 하느냐? 그러면 당장 경쟁력 없는 회사로 내몰리면서 회사 매각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도 답답함을 표출했다.

담당업무 : 국회 정무위(증권,보험,카드)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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