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총선은 다를 거라고? 한국당, 정신 못 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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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총선은 다를 거라고? 한국당, 정신 못 차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6.29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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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에서 조직 완전히 무너져…“혁신 없이는 총선 반격 장담 못 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6·13 지방선거에서 충격적인 참패를 당한 자유한국당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 뉴시스

6·13 지방선거에서 충격적인 참패를 당한 자유한국당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은 28일 당 수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서로간의 의견 차이만 확인한 채 문을 닫았다. 선거 참패에도 고질적인 ‘계파 갈등’은 해소되지 않는 모양새다.

이 같은 한국당 내 당권 싸움에 대해, 여론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당이 무너져가는 상황에서 당권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득표율이 총선에 그대로 이어질 경우, 한국당이 획득할 수 있는 의석수는 40석에 불과하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정치를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29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 언론사 정치부장은 “다음 총선에서는 절대 지선 수준의 압승이 안 나온다”며 “한국당도 그걸 알고 있다. 그래서 당권 장악에 목을 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음 총선이 2020년인데, 2020년이면 문재인 정부도 3년차에 접어든다. 3년차가 되면 대통령은 힘이 빠지고 여당 지지율도 덩달아 떨어진다”고 설명하면서 “그 시기에는 국민들이 대안을 찾기 때문에, 좋든 싫든 한국당이 (국회 의석의) 반은 먹는다고 보면 된다”고 장담했다.

5년 단임제 하 대통령은 집권 3년차부터 조금씩 레임덕을 맞이할 수밖에 없고, 거대 양당 체제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상 2020년 총선에서는 국민들이 제1야당인 한국당을 대안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 시나리오가 옳다면, 한국당 의원들 입장에서는 당장의 국민적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에 나서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총선은 다를 것’이라는 낙관론에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같은 자리에서 이 정치부장의 이야기를 들은 경남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더라도, 지선 패배의 여파는 너무 크다는 주장이었다.

“한국당에게는 시·도지사 14대2보다 기초단체장 151대53이 더 뼈아프다. 시·도지사야 중앙정치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이리저리 바뀐다. 근데 기초단체는 안 그렇다. 이 사람들은 진짜 동네 아는 사람들 수준이기 때문에, 중앙정치 영향을 거의 안 받는다.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쭉 가는 관성이 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선거에서는 엄청난 영향력을 끼친다. 실제로 지역에서 주민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관계를 만드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이 바로 주민들과 의원의 연결고리를 하는 거다. 말 그대로 풀뿌리 조직이지. 그런데 이번 지선에서 한국당은 PK(부산·경남) 쪽 기초단체를 엄청나게 많이 빼앗겼다. 이렇게 1~2년이 지나면 이제 PK 쪽에서는 민주당 조직이 한국당보다 더 튼튼해진다. PK가 (민주당으로) 넘어가면 구도 자체가 5대5가 안 나오지 않나. 레임덕이 와도 구도가 5대5가 안 나오면 승부가 안 된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당이 이 상황을 뒤집으려면 당을 뒤집어엎는 수준의 ‘충격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직 싸움에서의 불리함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한국당을 ‘대안 정당’으로 인식할 수 있게끔 만드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이름을 말할 수는 없지만, 전 국민이 이름을 알 만한 한국당 중진 의원 중에서도 이번에 조직이 완전히 깨져서 차기 총선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보통 일이 아니다. 한국당 진짜 정신 차려야 한다. 3년차에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얼마나 올지는 모르겠는데, IMF 수준의 재앙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한국당은 총선에서도 이기기 어렵다. 이번 기회에 당을 확 갈아엎어서 ‘한국당이 좀 달라지려는 모양이다’ 이런 시그널이라도 줘야 한다. 그렇게 바람을 일으켜야 총선에서 5대5라도 할 수 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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