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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유성룡의 충언과 자유한국당의 비극

기사승인 2018.06.16  11: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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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근심 속에서 성명(聖明)한 지혜가 열리고 많은 어려움 속에서 국가가 흥기된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논설위원)

   
▲ 한국당은 임진왜란 직전의 조선과 같은 처지였다고 볼 수 있다. 수백년의 오랜 평화에 젖어 국방력 강화를 무시한 조선의 위정자들과 보수의 텃밭이라는 지역에서 인물과 관계없이 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기적을 만끽하던 한국당 지도부들이 다를 바가 없었다. 사진(좌) 드라마 징비록의 두 주인공 유성룡(김상중)과 선조(김태우) 사진제공=뉴시스

1594년, 임진왜란이 발발한 지 2년이 다 돼가던 시기에 영의정 유성룡은 무능한 군주 선조에게 개혁을 위한 상소문을 올린다.

유성룡은 “‘깊은 근심 속에서 성명(聖明)한 지혜가 열리고 많은 어려움 속에서 국가가 흥기된다’ 했습니다. 대개 평화로운 시대에는 인심이 무사안일을 즐기고 세속의 선비들이 천박한 식견에 빠지며 또 편협한 의논이 명실을 어지럽히고 대체를 파괴해 비록 선견지명이 있어도 늘 신용을 받지 못하고 시대를 구제할 계책이 있어도 항상 시행되지 못하다가, 결국 패멸(敗滅)당하고 난 뒤에야 인심이 두렵게 여겨 지난 일의 실수를 징계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앞날을 위한 계책을 잘 도모하지 않을 수 없게 돼 천명(天命)이 다시 이어지고 국맥(國脈)이 다시 견고해지게 되는 것”이라고 주청했다.

유성룡은 조선이 2백여 년 가까이 전쟁을 겪지 않고 평화를 즐기며 정쟁에 빠져 국운을 해치다가 일본의 침략을 받아 망국의 위기에 빠진 상황을 적나라하게 지적한 것이다.

그는 “옛날에 오래도록 지속된 나라의 경우에도 혹 중간에 쇠퇴해졌다가 다시 떨쳐서 백 년, 천 년 동안 안정을 유지하게 되었던 것”이라며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깊은 근심과 많은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야말로 어찌 나라를 일으키고 성명을 계발하는 밑받침이 되기에 부족하다 하겠습니까. 이는 곧 전하께서 얼마나 뜻을 더욱 가다듬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라고 간청했다.

유성룡은 조선의 최고 지도자 선조가 제 정신만 차리면 조선이 다시 재기할 수 있음을 일깨워주기 위해 충언을 마다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궤멸에 가까운 패배를 당하며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한국당은 임진왜란 직전의 조선과 같은 처지였다고 볼 수 있다. 수백 년의 오랜 평화에 젖어 국방력 강화를 무시한 조선의 위정자들과 보수의 텃밭이라는 지역에서 인물과 관계없이 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기분을 만끽하던 한국당 지도부들은 다를 바가 없었다.

민심은 결국 보수의 텃밭으로 인정받던 부산·경남, 서울의 강남, 경기북부 등지에서 무사안일주의에 깊게 물든 한국당을 호되게 심판했다.

민심이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문제점도 알지만 한국당을 대안세력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한국당을 찍고 싶은 마음이 실종된 것이다. 한국당의 비판을 들으면 “그래서 너희들의 대안은 도대체 무엇인데?”라고 되물었다.

또 왜 2번을 찍어야 하는지 동기부여가 전혀 안 됐다. 그동안 기초의원의 경우 2-가번을 받으면 거의 당선권이라고 인정받았지만 민심은 이것마저 인정하지 않았다. 일부 지역에선 2-가번의 낙선이 현실화됐다.

하지만 민심은 보수를 궤멸시킨 것이 아니다.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구태의연한 보수 정치권을 궤멸시키고자 한 것이다. 보수 정치권은 유성룡 선생 지적대로 ‘깊은 근심과 많은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야말로 어찌 나라를 일으키고 성명을 계발하는 밑받침이 되기에 부족하다 하겠습니까’라는 교훈을 가슴 깊이 되새겨야 한다.

만약 유성룡의 충언을 무시한다면 민심은 보수 정치권을 완전히 외면하게 될 것이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라는 말이 있다. 6·13의 비극은 위험이자 기회이다.

보수 정치인들은 보수를 사랑하는 국민들에게 보수를 지지할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

 

윤명철 논설위원 sisaon@sisaon.co.kr

<저작권자 © 시사O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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