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 여론조사에 대한 몇 가지 오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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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뉴스] 여론조사에 대한 몇 가지 오해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6.07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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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에 대한 의심 팽배…결과만 중시하고 과정 설명하지 않은 탓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6·13 지방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권자의 눈이 여론조사에 쏠리고 있습니다. 포털사이트 뉴스 순위를 보면 항상 여론조사 결과가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그만큼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많은 영향도 받는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높은 관심도와 별개로, 아직까지 여론조사에 대한 오해가 팽배해 있기도 합니다. 언론에서는 주로 ‘결과’에 관심을 갖기 때문에, ‘과정’에 대한 오해가 해소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시사오늘>에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여론조사와 관련된 몇 가지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아 보려 합니다.

오해1. 여론 조작 위해 장·노년층 전화는 끊어버린다?

▲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목표할당’을 정해놓고 있다 ⓒ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취재를 하다 보면, “여론조사 전화를 받았는데, 나이를 말하니까 그냥 끊어버리더라. 나이가 많으니까 보수라고 생각해서 끊어버린 거 아니냐. 이렇게 여론 조작을 하나 보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여론조사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입니다.

혹시 ‘여론조사 개요’를 살펴보신 적 있으신가요? 여론조사 개요를 보면,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목표할당’을 정해놓고 있습니다. 목표할당이란 쉽게 말해 20대에서 100명, 50대에서 200명, 영남에서 300명, 호남에서 300명 이런 식으로 ‘연령·지역별로 응답을 받아야 할 사람 수’를 미리 결정해 둔다는 것입니다.

목표할당을 설정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가령 20대는 10명만 조사하고 50대는 100명을 조사하면, 20대 1명 응답이 50대 10명 응답과 같은 가치를 갖게 되죠. 이러면 여론조사 결과가 왜곡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여론조사 기관들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특정 연령·지역 응답자가 일정 수를 넘지 않도록 제한합니다. 

▲ 영남에서의 목표할당 수를 채웠는데 또 영남 거주자가 전화를 받으면 그 시점에 조사는 종료된다 ⓒ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나이를 말하니까 전화를 그냥 끊어버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미 50대 200명에게 응답을 받고 다음 전화를 걸었는데, 55세 김모 씨가 전화를 받았다면 더 이상 조사를 지속할 이유가 없겠죠. 마찬가지로 영남에서 목표할당 수를 채웠는데 또 영남 거주자가 전화를 받으면 그 시점에 조사를 종료하게 될 겁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장·노년층은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목표할당 수가 일찍 충족돼버리죠. 그래서 젊은층에 비해 장·노년층이 이런 일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여론 조작을 위해 장·노년층 전화는 끊어버린다’는 오해가 생긴 것입니다.

오해2. 응답률이 낮은 것은 응답한 사람이 적은 것이다?

▲ 응답률과 관계 없이, 응답자 수는 항상 1000명 선으로 결정돼 있다 ⓒ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1000명 조사해서 응답률이 5%면 겨우 50명인데, 이걸 여론이라고 할 수 있나.”

인터넷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반응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여론조사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오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응답률은 ‘응답자 수 / (응답자 수 + 무응답자 수) × 100’으로 표현됩니다. 응답률이 5%라면, 전화 연결된 사람 중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5%라는 뜻이죠. 그런데 앞서 살펴봤듯이, 여론조사 기관은 목표로 하는 응답자 수를 미리 정해놓습니다. 그러므로 응답률이 5%라는 말은, 2만 명에게 전화를 연결해 1000명에게 응답을 받았다는 의미입니다.

조금 더 예를 들어 볼까요. 1000명을 목표로 한 조사에서 응답률이 50%라면, 전화를 받은 사람은 2000명이고 그 중 1000명이 조사를 완료했다는 말이 되겠죠. 응답률이 10%라면, 연결된 사람 1만 명 중 1000명이 조사를 완료했다는 뜻일 겁니다. 즉 응답률이 100%든 50%든 10%든, 응답을 한 사람이 1000명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응답률의 높고 낮음과 응답자 수의 많고 적음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이야기죠.

오해3. 여론조사에는 장·노년층 의견이 과대반영된다?

▲ 여론조사 기관들은 조사가 끝난 뒤 가중치 부여 작업을 한다 ⓒ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여론조사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종종 하는 오해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연령층이 장·노년층이므로, 장·노년층의 의견이 결과에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지 않냐는 문제제기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사실과 다릅니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조사가 끝난 뒤 가중치 부여 작업을 합니다. 가령 20대에서는 100명이, 60대에서는 200명이 응답을 했다면 20대 1명의 응답은 60대 1명의 응답보다 큰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죠. 이 작업은 연령뿐만 아니라 거주 지역, 성별, 직업군 등에서도 이뤄집니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신뢰도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표본 추출과 함께 가중치 부여를 꼽습니다.

다만 특정 연령대 1명의 응답자가 다른 연령대 2~3명의 응답자와 같은 가치를 갖게 된다면 여론조사의 신뢰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가중치 범위를 0.5~2.0으로 정해두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특정 연령·지역·성별·직업 등에 속하는 응답자의 의견이 과대평가되거나 과소평가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마련돼 있는 셈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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