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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스케치] 지리산의 사계②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

기사승인 2018.05.21  18: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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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베테랑 등반가라면 몇번씩 지리산 종주 기록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종주까진 아닐지라도 천왕봉이나 반야봉 등 대표 봉우리를 목표로 오르거나, 함양, 산청, 하동, 구례, 남원 등에 걸친 둘레길을 향해 많은 길손들이 애정하며 찾는 곳이 지리산이다.

지리산은 높이 1,915m로 남한에서 2번째로 높은 산이며, 행정구역상 전남북, 경남에 걸쳐 있는 국립공원 제1호로 규모가 국내에서 가장 크다. 8·15 해방부터 6·25 전쟁을 거치면서 삼림에 큰 피해를 입었으나, 비교적 원시상태의 자연림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대한제국 말에 동학교도들이 피난하여 살았으며, 여순반란사건 후 좌익세력 일부가 머물렀고 6·25전쟁 때는 북한군의 패잔병이 거점으로 삼기도 했다.

노고단의 운해, 피아골 단풍, 반야봉의 일몰 경관, 세석 철쭉, 불일폭포, 벽소령의 밝은 달, 연하봉 선경(仙景), 천왕봉 일출, 섬진강 청류(淸流), 칠선계곡이 지리 10경으로 분류되며 절경으로 유명하다.   

이 같은 명소들을 곁에 두고도 지리산 언저리에 발만 살짝 딛고 오랜 세월 지내온 필자는 고향산천과 본격적인 친교를 작정하곤 첫 걸음으로 성삼재에서 노고단에 이르는 코스를 선택했다.

이 구간은 완만하면서 거리가 3~4km 정도로 그다지 길지 않아 초보자도 쉽게 노고단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는 가이드때문이다.

노고단(1,507m)은 천왕봉, 반야봉과 함께 지리산의 3대 주봉으로 손꼽힌다. 

성삼재(1102m) 휴게소까지 차가 올라가기에 실질적인 산행 코스인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 트래킹하는데는 크게 어려움이 없다. 또 구례구역이나 구례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성삼재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정기적으로 다녀 대중교통편을 이용한 접근이 용이하다.

   
▲ 연분홍 철쭉 ⓒ정명화
   
▲ ⓒ정명화

성삼재에서 입산하는 길목은 잘 다져진 정교한 흙길이 주라,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어머니품처럼 푸근하고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

다만 2018년 5월, 전국은 봄이 완연하다 못해 초여름 같은 날씨가 도래했건만, 노고단길은 성숙한 봄이 오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왠만한 산에는 철쭉이 만개해 끝을 향해가고 있지만 이곳은 이제서야 개화가 시작되고 있다. 

며칠전 진달래가 활짝 피었는데 갑작스런 우박으로 한순간에 다 떨어졌다며 아쉬워하는 지리산 관리자가 올라가면 철죽이 피고 있을거라 귀뜸해줬다. 이는 노고단 정상에선 아직 철쭉을 볼 수 없으리란 안타까운 예측을 하게 했다. 

   
▲ 연분홍 철쭉 ⓒ정명화
   
▲ 병꽃 ⓒ정명화
   
 ▲ⓒ정명화

그래도 이제 시원한 물소리가 정겹고, 계곡 사이사이 발 담그며 쉬는 등반객이 여기저기 보일 정도로 계곡물이 유혹적인 계절이다.

   
▲ 노고단과 인근 지리산 탐방 안내ⓒ정명화
   
▲ 노고단휴게소에서 노고단 고개가는 돌계단 길 ⓒ정명화

여긴 이제 막 철쭉 꽃망울이 맺혀 조금씩 터트리는 정도라 겨울의 끝자락이 채 떠나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

   
▲ 노고단 고개 ⓒ정명화

노고단고개를 거쳐 노고단 정상에 오르는데는 탐방시간이 정해져 있다. 탐방시간은 10:00~16:00[입장 시간은 15:30분까지]로 어길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특히 지난 17일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국립공원남부사무소는 노고단 정상 0.5㎞구간에 대해 탐방예약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운영기간은 6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5개월간이다.

즉 노고단 정상까지는 사전 인터넷예약자에 한해 탐방이 가능하다. 탐방자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예약통합시스템에 접속한 후 예약할 수 있다. 남부사무소는 올해부터 탐방예약제 기간을 확대하고 앞으로 전면 예약제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는 지리산국립공원의 소중한 자연자원 보전과 건전한 탐방문화 정착을 위해 이뤄진 조치다.

   
▲ ⓒ정명화
   
▲ 노고단에 도착해 내려다 본 전망ⓒ정명화

저멀리 섬진강 물줄기가 보이나 방해꾼 미세먼지로 인해 시야가 불투명하다.

   
▲ 노고단 정상과 돌탑ⓒ정명화
   
▲ 노고단 데크길 ⓒ정명화
   
▲ ⓒ정명화

노고단 주변의 철쭉은 겨울잠을 자는지 아직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봄에서 겨울로 순간 이동한 듯하다. 고요한 정적 속 속세와 거리를 둔 수도자처럼 그들만의 세상에 있는 지 노고단의 봄은 매우 느리게 흐르고 있다. 아마도 5월 말 경이나 6월 초가 되어야 연분홍 철쭉꽃밭이 펼쳐지지 않을까 한다.

아직 개화전인 철쭉 사이로 원추리가 초록 잎사귀를 보여 언젠가 원추리꽃 필 날 또한 기대된다. 곧 연분홍 철쭉이 피기 시작하면 또 다른 꽃잔치가 지리산 전역에 전개될 것이다.

   
▲ ⓒ정명화
   
▲ ⓒ정명화

철쭉을 알현하지 못보고 하산하는 마음을 아는지 까마귀 한 쌍이 놀며 근방을 맴돌아 헛헛한 마음을 달래줬다

   
▲ 왕버들 ⓒ정명화
   
▲ 참꽃마리 ⓒ정명화
   
▲ 앵초 ⓒ정명화

지리산엔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가 살고 있다. 돌아가는 길에 만난 어린 초화들이 철쭉의 빈 공간을 채우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지리산은 능선의 수려한 산세뿐 아니라 아기자기한 이 친구들을 보고 싶어서라도 수시로 찾게 된다.

난제로 보였지만 완전정복(?)을 꿈꾸며 시작한 지리산 트래킹. 버킷 리스트인 안나 푸르나 등정엔 못 미치더라도 지리산만은 천천히 조금씩 오랫동안 친목을 유지하고 싶다.

미래의 역사가 어떻게 변해갈 지 또 우리도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인간이나 건축물 등 가공된 대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노쇠해 간다면, 산, 강, 바다 같은 자연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깊이 있고 아름다워진다. 좋은 길동무처럼 그들과 함께하며 닮아가려 애쓰면 우리 앞에도 행복하고 아름다운 미래와 보다 나은 자신이 기다리지 않을까.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정명화 자유기고가 sisaon@sisaon.co.kr

<저작권자 © 시사O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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