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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이차돈의 순교와 정답 없는 대한민국 보수

기사승인 2018.05.14  18: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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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재건을 위해 희생하는 정치 지도자 필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논설위원)

   
▲ 이차돈 순교비(좌) 이차돈의 순교와 같이 자신의 정치적 미래보다는 보수의 재건을 위한 희생을 자처할 수 있는 대한민국 보수 지도자가 있을까? 제2의 이차돈이 없는 대한민국의 보수는 ‘정답이 없다’가 정답이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차돈의 순교는 신라를 살렸다. 당시 고구려, 백제는 중앙집권체제를 위해 불교를 수용했다. 다만 신라는 한반도 동남쪽에 치우친 지리적 한계로 불교 수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늦었고, 토착세력의 발호가 심해 국교로 공인을 받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특히 신라의 기득권층의 반발은 거셌다. 그들의 눈엔 불교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사악한 외래 종교일 뿐이었다. 또 토착 민간신앙의 지지를 받고 있는 귀족들은 불교 공인은 자신의 지지층의 상실을 뜻하는 정치적 사망선고였다.

하지만 법흥왕의 속내는 달랐다. 한반도 남부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 중이던 백제는 벌써 백여 년 전 중앙집권에 성공한 근초고왕은 평양까지 진격해 고구려의 고국원왕을 전사시켰다. 또 대륙의 요서 지방과 일본의 규슈까지 백제의 영향력이 위세를 떨쳤다.

아울러 신라는 내물왕 시절 고구려의 도움으로 왜와 가야의 침략을 막아낼 수 있었다.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은 신라를 구원해준 댓가로 한반도 남부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다. 가야는 왜와 동맹을 맺은 전략적 실패로 고구려의 공격을 자초해 국력이 급속도로 약화됐다.

신라는 고구려의 무시를 당하며 국력 회복을 위해 발버둥쳤다. 하지만 기득권층은 국력 신장보다는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가 더 중요했다. 법흥왕은 율령반포를 통해 국가 통치체제의 기반을 조성했고, 불교를 왕권 강화의 기폭제로 삼고자 했지만 귀족층의 거센 저항을 이겨내지 못했다.

법흥왕의 최측근인 이차돈은 자신을 버리기로 작정했다. 이차돈은 자신이 순교하면 귀족들의 저항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고, 법흥왕은 이차돈의 건의를 받아들였다. 후일 전설에 따르면, 이차돈의 잘린 목에서 흰 피가 나오고 하늘이 컴컴해지더니 꽃비가 내리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한다.

법흥왕은 이차돈의 순교로 마침내 527년 불교를 신라의 국교로 삼았다. 신라 토착신앙의 쇠약은 기득권층의 몰락을 의미했다. 신라는 불교를 중심으로 사상 통일을 성취할 수 있었다. 국력을 강화한 법흥왕은 오랜 숙적 금관가야를 복속했다.

법흥왕을 이은 진흥왕은 한반도 통일의 기반이 될 한강 유역을 확보했고, 함경도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금관가야를 계승한 대가야도 진흥왕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후 신라는 삼국 통일의 주도권을 잡게 됐다. 이차돈의 순교가 없었다면 신라는 가야와 비슷한 처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대한민국의 보수는 풍전등화의 신세다. 이명박-박근혜 시대의 폐막은 보수 지도자의 실종을 의미한다. 현재 보수는 잠룡의 각축전이 아닌 토룡의 아귀다툼으로 전락했다. 보수의 재건을 위한 리더십은 간데 없고, 오로지 당권과 기득권 유지를 위한 소모적인 전투에만 집중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사천(私薦) 논란을 일으킨 전략공천으로 측근 챙기기라는 비난을 자초했고, 중소 계파수장들은 여론 눈치보기에 급급해 자신의 이익을 위한 정치적 행보에 전념하고 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제 식구 감싸기로 인한 계파 갈등에 휩싸였다.

이차돈의 순교와 같이 자신의 정치적 미래보다는 보수의 재건을 위한 희생을 자처할 수 있는 대한민국 보수 지도자가 있을까? 제2의 이차돈이 없는 대한민국의 보수는 ‘정답이 없다’가 정답이다.

 

윤명철 논설위원 sisaon@sisaon.co.kr

<저작권자 © 시사ON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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